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6. 널 닮은 정갈한 필기, 무심한 표정을 기억해, 99℃
게시물ID : readers_209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똥빵씬끼
추천 : 1
조회수 : 30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01 03:56:21
옵션
  • 창작글

6.

널 닮은 정갈한 필기 

무심한 표정을 기억해  

99℃ 



여름 한낮 오후.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던 그 낡고 작은 교사 안에.

내 옆에 앉아 반짝이는 눈을 하고.

꼬불꼬불 수학 공식을 얼기설기 쓰던 너.

연필을 쥔 손은 힘이 바짝 들어가 있었고

공책 위에 그려진 건 널 닮은 정갈한 필기.

숨이 막힐 정도로 쨍한 햇빛 아래 비친 눌러 쓴 흑연 자국 가로 번진

연필 가루가

눈을 찌르듯 번쩍이다.

너는 칠판 위로 쉴새없이 판서되는 수학 공식에 넋이 빠져,

내 눈길은 알아채지도 못한 듯.

한참을 수학 공식을 끄적이다

눈앞을 날아다니는 작은 먼지에 눈이 뺐겨

흘러흘러 내 앞으로 온 먼지에 눈을 뺏겨

내 코앞에서 번쩍이며 사라진 먼지 한 톨에서

눈을 돌려

널 갈망하듯 쳐다보던 내 눈과 마주쳐.

일렁이던 내 눈동자완 달리

하얀 벽지를 보듯 아무런 표정이 없던 무심한 너의 표정을 기억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너는 다시 수학 공식을 적어내려갔고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음에도

내 몸을 감싸는 얕은 공기의 흐름만이

어느덧 99℃.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