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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널 닮은 정갈한 필기
무심한 표정을 기억해
99℃
여름 한낮 오후.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던 그 낡고 작은 교사 안에.
내 옆에 앉아 반짝이는 눈을 하고.
꼬불꼬불 수학 공식을 얼기설기 쓰던 너.
연필을 쥔 손은 힘이 바짝 들어가 있었고
공책 위에 그려진 건 널 닮은 정갈한 필기.
숨이 막힐 정도로 쨍한 햇빛 아래 비친 눌러 쓴 흑연 자국 가로 번진
연필 가루가
눈을 찌르듯 번쩍이다.
너는 칠판 위로 쉴새없이 판서되는 수학 공식에 넋이 빠져,
내 눈길은 알아채지도 못한 듯.
한참을 수학 공식을 끄적이다
눈앞을 날아다니는 작은 먼지에 눈이 뺐겨
흘러흘러 내 앞으로 온 먼지에 눈을 뺏겨
내 코앞에서 번쩍이며 사라진 먼지 한 톨에서
눈을 돌려
널 갈망하듯 쳐다보던 내 눈과 마주쳐.
일렁이던 내 눈동자완 달리
하얀 벽지를 보듯 아무런 표정이 없던 무심한 너의 표정을 기억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너는 다시 수학 공식을 적어내려갔고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음에도
내 몸을 감싸는 얕은 공기의 흐름만이
어느덧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