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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게시물ID : readers_209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널소유하겠어
추천 : 1
조회수 : 22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02 08:47:54

세상에서 무엇보다 쓸모있는 나의 손에서 나는 냄새가
고작 더러운 것을 닦아내야만 하는 휴지냄새보다 못하더라.

어딘가에 썩히고 묵힐 고약한 것들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내 손아귀에 잡혀있는 묵은 냄새들의 근원지가 그곳이라 생각하니
나는 몹시나 섭섭할 뿐이다.

언젠가 한 번이라도 더럽지 않은 적이 있었냐?
나에게 묻고, 너에게도 물었다.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모습을 변호하기 바빴고,
누구는 자신의 신념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비난하기 바빴다.

그렇다. 
이미 떼 낀 발에서는 곰팡이가 피어오르듯 악한 기운이 펼쳐지고 있었고,
그것은 매서웠던 호랑이로부터 출발한 운명이라는 것에 부정하지 못한다.
호랑이는 죽어가고 있으며, 나는 조금은 변형된, 그러나 그 매서운 호랑이와 같은 모습을 지닌
괴물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다.

한 가지 묻고 싶다.
아름다운 향기여, 어찌 나는 그대를 빌려올 수밖에 없는 것인가?
따듯한 햇살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지만,
바닥에 비춘 그림자는 한없이 악한 나의 모습임을 되새김질 하더이다.

닦지 않아 먼지가 피어오르고, 씻겨가지 못해 그대로 남아있는 이 더러움이란 것을
어찌 하나의 감각만으로 판단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어차피 사람들은 보고, 듣고, 냄새를 맡는 것으로만으로 나를 판단하니까.

나는 고작 구석에서 쭈그려 앉아 불쌍한 놈으로 남거나,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모든 걸 잃어버린 거지따위로 불리거나,
예닐곱 되어 보이는 아이를 괴롭히려는 무서운 짐승으로 보이겠지.

그래도 상관하지 않는다. 라고 말해보겠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신경쓰고 싶지 않을 뿐이다.
이렇게 말한다면 사람들은 일말의 동정을 보내겠지.

나는 누구 하나 죽이지 못하는 살인자며,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몽상가며,
어둠이 빛을 가둬버린 곳에 갇혀버린 탐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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