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기이한 보도행태, 외신과 비교해봐도 이해 안돼... 과거 박근혜 외교 참사는 외면
▲ <워싱턴포스트> 애나 파이필드 기자의 트위터.ⓒ 강인규
"오늘 한국신문 1면이 이렇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파이필드 기자는 일간지 첫 면을 모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5월 26일자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였는데, 하나같이 트럼프와 김정은 이야기로 지면을 채우고 있었다.
<조선> 기사에는 "트럼프 '6·12 미북회담 열릴 수 있다'"라는 제목이 달렸고, <동아>와 <매경>은 각각 "정상회담 문 다시 여는 북-미", 그리고 "북미회담 부활?... 몸 낮춘 북에 트럼프 '화답'"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파이필드 기자 눈에는 이게 매우 충격적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는 비교해 볼 수 있게, 27일자(미국 시간) <워싱턴포스트> 1면 사진을 올렸다. 기사의 제목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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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文대통령 말, 통역할 필요없다'... 한미정상회담 외교결례논란"
<조선일보>가 앞의 회견에 대해 쓴 기사다. 글 쓴 기자는 회견 내용이나 둘간에 오간 호감어린 덕담 등은 무시한 채, 악의 없는 농담 하나를 정색을 하며 물고 늘어진다. 첫 문단부터 서슬이 퍼렇다.
"지난 22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중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 말은 전에 들은 말일테니 통역할 필요없다'고 하는 등, 외교적 결례를 여러차례 보여 향후 우리 정부의 해명이 주목된다."
정말로 트럼프가 문 대통령에게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면, 백악관이 해명하고 사과할 일이지, 왜 청와대에 책임을 물을까? 한국 대통령은 결례를 해도 욕먹고, 결례를 당해도 욕먹는 자리인가?
<조선>의 기이한 보도행태
<조선>이 '결례'라고 거품을 문 사태에 대해, 비슷한 성향의 <동아일보>는 좀 다른 평가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인 게 행운'이라며 칭찬에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마지막 답변에 대해서도 '통역할 필요가 없겠다. 왜냐하면 좋은 말일 것'이라고도 했다."
<조선>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회견'과 '회담'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통역' 발언은 '정상회담 중' 나온 게 아니라, 회담에 앞서 열렸던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 나온 것이다. 앞에서 트럼프가 '내 말(칭찬)을 통역해 달라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듯, 회견장에서 순차통역이 이뤄지고 있던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트럼프의 농담은 공식 기자회견이 마무리 된 뒤에 나왔다. 그가 말을 마친 뒤 기자들을 향해 "와주신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고맙다. 고맙다"라고 거듭 인사한 뒤였다. 그러자 기자단 중에 누군가 한국어로 질문했고, 그 말이 통역되기도 전에 트럼프가 나서서 '우호적 기자냐'고 농담을 던졌다.
공식일정이 끝났기 때문에 격의없는 농담을 던진 것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질문이 통역되지 않은 것은 '한국언론 참사'로 봐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 기자의 질문에 성의를 보이려 한 것 뿐, 트럼프와 대화하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외교 참사'라고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조선>은 가벼운 농담 하나조차 살벌하게 반응하며 미국 대통령의 심기를 살핀다. 만일 한국 지도자가 미국 대통령이 중차대한 발언을 할 때 딴전을 피우는 등 외교결례를 저지르면 어떤 무시무시한 서릿발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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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폐간 언제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