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한 마디라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질문 1. 글을 길게 쓰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글을 길게 쓰지 못하기 때문에 글을 쓸 때 마다 왜 나는 길게 쓰지 못하는 가
하는 문제에 집착하는 것도 같습니다. 길게 쓴 글이라는 건 최소한 단편 소설이나 신문 칼럼정도의 길이를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것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이라도 된다면 좋겠습니다.
공부=엉덩이 명제가 여전히 통용되는진 모르겠지만 공부처럼 글을 쓰는 행위도 일단은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습니다.
매일 하루 딱 한 두 시간만이라 꾸준히 글을 쓰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됩니다. 쓸 수 있는 주제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제가 쓰는 글은 일기입니다. 그래서 우선 생각한 게 독서와 독서감상문이었는데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도 뭘
써야할지 단 한 권에 대해서도 시작을 못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저는 글을 쓰는 게 너무 느립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쓰고 지우고 하면서 최종적으로 올리는 데 까지 한 시간이 소요 됐습니다.
(이 문장은 다섯번을 고쳤습니다.)
김영하 작가가 어떤 강연에서 말하는 것 처럼 글을 쓰지 말아야 하는 수 많은 이유, 즉 자기검열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김작가가 같은 강연에서 말한대로 정신을 놓고 마구쓰기 같은 걸 해봤습니다. 확실히 평소 보다는 길게 써지긴 합니다만 역시나 이것도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평소엔 이렇게 정신을 놓는 상태가 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런 날은 적당히 피곤해서 몸도 정신도 차분하게
릴렉스된 상태입니다.)
게다가 그런 상태로 쓴 글(역시 대부분 일기)은 다시 읽어 볼 엄두가 안납니다. 생각나는 데로 끄적여놓은 짧은 문장 조각의 나열이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글쓰기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많은 사람들처럼 자소설이라 불리우는 자소서 때문은 아니고 단편 영화 시나리오...
정확하게는 단편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환상을 몇 년전부터 꿈 꾸다보니 시작됐습니다만 현실은 시덥잖은 아이디어 메모만 끄적이다가
허송세월을 보냈버렸습니다.
이 글을 적으면서 나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나의 게으름에 대해서)알듯 말듯하면서도 끝까지 감이 잡히지 않고 여전히 막막합니다.
책게시판 분들의 노하우를 조금이라도 알고 싶습니다.
너무 두서가 없서서 요약을 하기도 어렵지만 그래도 질문을 짧게 요약해보자면
감상문을 길게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죄송합니다.
2. 글도 그렇지만 말을 길게 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책 관련 팟캐스트 방송을 즐겨 듣는 편인데 진행자들의
끊김 없는 토크에 감탄하고 나는 왜 이렇지 못한가 주눅이 들곤 합니다. 진보논객이 한창 각광받을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MBC백분토론 등에서
진중권이 유시민같은 분들의 잘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화려한 언술에 매료됐던 적도 있습니다만 요즘엔 여러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다들 참 말을 잘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반드시 말을 잘해야 하는 건가
싶다가도 사람들과 일상적인 소통에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좌절하게 됩니다.
물론 어떤 사람들에겐 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서 그다지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침묵해버려서 오해 받거나 소극적이고 말 없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만 내가 적극적으로 말하고 싶고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
과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버립니다. 이야기가 하고 싶을 뿐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