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모두에게 별칭이 붙었지만, 유독 혼자 ???로 된 이름표 등에 떡하니 붙였던 정형돈을. 당시엔 그에대해 별 감정이 없었지만, 확실히 '안 웃긴 개그맨'이라거나 '웃기는 거 빼고 다 잘하는 애'같은 컨셉으로 커버치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존재감도 재미도 의미도 없는 게 정형돈이었다.
못나고 떨어지는 멤버를 컨셉삼아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건 오래전부터 이어진 무도의 방식이었다. 길도, 정준하도. 다른 예능에선 도무지 힘을 못 쓰던 명수형의 포텐이 터지기까지 그 옆에서 무던히 받아주고 중화시켜주던 재석이형을 비롯한 다른 멤버들의 어울림. 그건 무한도전이니까 가능한 것임과 동시에 무한도전이 지닌 슬로건 '대한민국 평균이하들의 도전기'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예능에가면 그대로 재미없다고 끌려나왔어야 할 멤버들이 1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깎이고 녹아들고하다보며 어디에서도 보여줄 수 없는 케미를 만들어내온 게 무한도전 아니었나. 그렇기에 별다른 포맷이 없어도 개성강하고 케미강한 캐릭터들만으로도 재미를 끌어내지 않나 말이다.
사실 나는 식스맨 당시 장동민의 열렬한 지지자였고, 광희의 스타일은 아무래도 맘에 들지 않을 뿐더러 무한도전과도 잘 어울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광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진 못하겠다. 그런데 이때문에 시청자인 내가 PD로 둔갑하여 시어머니질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러 피드백이 있어야하고 제작진과 시청자간 소통이 있어야하는 건 나도 안다. 그리고 무한도전은 여타 프로 어디와 견주어도 뒤쳐지지 않는 소통을 보여줘왔다.
내 경험상 지금 좀 재미없는 멤버여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잔진 빼곤 다 재미를 빵빵 터트려주는 게 무한도전이었기에, 이건 그냥 과도기라고 생각하며 넘어가고자한다.
다만
지나친 시어머니질이 그동안 우리나라의 방송에 있어 얼마나 큰 해악을 끼쳤는지 알기에, 또한 무한도전에 관하여는 단순한 애청자 이상의 마음을 가진 이들이 많음을 알기에 조금 염려스러운 마음으로 이 광장에 혼잣말을 깔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