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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9금) 나이트 부킹썰...계속
게시물ID : humorstory_4394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귀찮거든?
추천 : 2
조회수 : 1059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8/03 15:52:22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39345
 
금욜날 글 쓰던 중 직장상사의 강력한 갱킹으로 마무리를 못지었네요.
글 재주가 모질라서 재미는 없지만 마무리를 하기 위해서 다시 씁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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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테이블에 앉았던 환희와 기대감에 가득찬 우리들의 표정은 삼복더위에 지친 강아지마냥 축 늘어져 있었다.
잊혀져 갔던 태지의 얼굴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으니...
사실 전편에 쓰지 않았지만, 중간에 태지가 우리에게 다가와 이렇게 얘기했었다.
 
"형님들.. 무슨 문제 있어요?"
"아뇨. 왜요?"
"형님들.....제가 진짜 부지런히 부킹해드리는데, 형님들 표정이 너무 어두워요."
"....그랬나요..."
"암튼 업 좀 하세요!"
 
그 대화 이후로 얼굴 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러다 그녀를 데리고 온 것이다.
누님들 틈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그녀......
그만 정리하고 일어나는 척하며 내 옆자리를 말끔하게 치워둔 효과로 그녀는 내 옆에 앉았고,
친구들은 놀라울만큼의 미모를 가진 그녀를 보며 넋을 잃었고, 그 옆자리에 앉은 나를 보며 분노에 떨었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지만, 최대한 밝은 표정과 말투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그녀가 정중히 인사하고 일어나지 않기를 바랬다.
나이트의 특성상 무언가 이야기할게 있으면 서로의 귀에 다가와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이 패턴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ㅋㅋㅋ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머리 속에...아니 이미 수많은 부킹으로 저장된 대화 패턴을 ctrl+v 하고 나니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조급했다. 두려웠다. 건너 편에 우리를 관망하는 내 친구들은 행여 내가 모지란 말 솜씨로 그녀를 놓쳐 그녀 친구들과의 즉석 미팅이 무산될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어깨가 무거웠다....
 
무슨 말이든 해야했다....하지만 무거운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내 입 밖으로 튀어나와 그녀의 귓가에 꽂힌 내 멘트는 참담했다.
"뭐 좋아하세요?"
...................................
정적이 흐른다. 참 길게 느껴졌다. 난 매우 현실적인 사람이다. 말을 꺼낸 순간 어리석은 질문이었음을 깨달았다.
'대체, 좋아하는 카테고리를 정하지도 않고 저게 무슨 질문이람....'
'음식인지 취미인지...대체 뭘 특정하고 물어본거야...답하기도 곤란하게 시리...'
잘 못을 인정하고 차분히 분위기를 반전시킬 다음 질문을 생각하고 있을 때 쯤,
그녀가 내 귓가로 다가오며 말했다.
난 다음 질문만을 생각하며 습관적으로 내 귀를 그녀를 향해 약간 움직였다.
 
"떡 좋아하세요?"
 
 
응? 으응? 응? 어? 뭐라고??
내 귀를 의심했다.
앞에 앉아있던 친구들도 마침 자리를 비웠던 때라 더욱 당혹스러웠다.
뭐라고 해야되지? 갑자기 왜이러지? 아무도 없으니 매력 도발을 하는건가?
내가 그렇게 맘에 들었나? 
정리되지 않는 온갖 잡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뭐라고 해야 프로 다울까....
사람은 다급하면 뇌에서 허락하기 이전의 말을 가끔 하곤 한다.
나도 그랬다.
 
"네! 좋아하죠!"
 
대답을 들은 그녀는 미소를 띄운다.
내 경직된 안면에도 어줍짢지만 적당한 미소가 퍼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뒤의 대화는 다시 평소와 다를바 없이 흘러갔다.
엄청난 도발을 시전한 그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이내 대화 수준은 평범해졌다.
그러던 중 다시 돌아온 친구들이 내가 답답했던지...그녀에게 그녀의 일행들에 대해 묻고
이내 같이 자리를 옮겨 한잔을 더 하자는 제안을 했고, 그녀는 쿨하게 물어보고 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야! 분위기가 아직 무르익지도 않았는데, 무슨 짓이냐?"
"언제까지 촌스럽게 호구조사나 하고 앉아 있을래?"
아이러니하게도 오늘 가장 많은 시련을 겪었던 작별의 인사를 받았던 친구의 대답은 제법 프로다웠다.
수긍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1분이 1시간 같았다.
관심없는 척 스테이지의 춤추는 아니 몸부림하는 군상들을 구경하는 척 했지만, 내 모든 오감은 그녀를 향해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그녀가 온다.
두근두근....
다가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내 옆에 앉아서 더욱 다정한 포즈로 내 귓가로 다가온다.
"우리 테이블 계산해줘. 나가자."
와우~ 이야후~
쾌재를 불렀지만, 내 입에선 상당히 멍청한 말이 나왔다.
 
"얼마 나왔는데?"
 
내가 미쳤지....여자끼리 와서 양주를 시켰을리 없는데...
순간 태지의 얼굴과 그녀의 얼굴이 묘하게 겹쳐졌다.
맥주 기본의 가격을 모를리 없는 내가 그녀에게 맥주 기본의 가격을 묻고 있었다.
 
다소의 소란이 있었지만, 우리는 말끔히 계산을 하고 나이트를 나왔다.
기대와 다르게 그녀의 일행은 한명 뿐이었으나, 우린 괜찮았다.
2차에서는 소주를 들이키며, 보다 진지하고 재밌는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술이 조금 들어가서였을까? 나이트 부킹하면서 밝혔던 나이는 거짓말이었으며, 그녀들 역시 우리들보다는 누님이었던 걸로 밝혀졌다.
'아무렴 어때.'
우리들끼리 따로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눈빛만봐도 이심전심이었으리라...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빈 소주병이 제법 쌓여나가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은 우리와 그녀 친구만이 마셨으며, 그녀는 술을 전혀 마시고 있지 않았다.
다들 어느정도 취하고 피곤이 몰려왔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2차를 정리하고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난 그녀와 함께 있었다. 친구들은 각자 알아서 택시를 잡아타고 갔으며,
친구 한명과 방향이 비슷했던 그녀 친구도 홀연히 사라졌다. 야호!!!!!!!!!
 
거짓말처럼 모든 상황은 내 위주로 흘러갔다.
난 스스로 오늘 일을 정리해봤다.
성인 나이트를 갔다. (평소 성인 나이트에 대해 들은 이야기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어렵사리 어여쁜 그녀와 부킹에 성공했다.
그녀는 떡! 을 운운하며 나에게 강한 도발을 시전했다.
2차를 흔쾌히 응했으며, 즐겁게 놀았다.
모두를 보내고 이제 남은 건 그녀와 나 뿐이다.
 
미소가 번졌다.
 
멍청하게 웃고 있는 날 보며 그녀가 말했다.
"새벽부터 일해야 하는뎅..."
10톤짜리 해머에 뒷통수를 가격당한 느낌이었다.
"헐...토요일인데 일해?"
"응. 난 주말에 더 바빠~"
"아 그래.............................................."
사실 그 때 기분엔 저 말줄임표 * 10000 정도의 아쉬움이 녹아있었다.
 
"그런데, 왤케 늦게까지 놀았어?"
"친구들이 주말에 쉬니깐, 나도 맞춰 놀다 보면 이런일 종종 있어."
"그래....그런데 새벽부터 무슨 일을 해?"
"아. 행사 예약 주문 받은게 있어서 시간 맞추려면 서둘러야 돼"
"주문? 무슨 주문?"
 
 
 
"떡"
 
"어?????????????????????? 뭐??????????????"
 
그렇다. 그녀는 떡을 주문 받아 제작해서 보내주는 떡집 사장님이었다.
내 반응을 보고 의아해하는 그녀의 표정이 보였다.
나는 짐짓....그 어떤 오해도 하지 않은 척, 애초에 떡집 사장님이었다는 걸 알았다는 척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택시를 잡았다.
그녀의 작업장(?)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주고, 그때까지 물어보지도 못한 번호를 수줍게 물어보았다.
내 핸드폰을 가져가며 패턴을 풀어달란 제스쳐를 취했고, 풀어주니 자신의 번호를 찍어줬다.
감격에 겨웠지만, 마치 이런 일이 많았다는 듯 역시 자연스러운 포즈와 표정으로 핸드폰을 다시 받았다.
그녀를 떡집으로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며 혼자 여러 감정에 휩쌓였다.
 
음란마귀라는게 있다면, 정녕 존재한다면, 제발 좀 꺼져줬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오해하고 실수하지 않은 내 스스로를 대견스러워하며 흐믓하게 단잠을 이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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