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에선 약 2주에 걸쳐, 네이버 기사 역대 최다댓글수를 기록했을 정도로 넷상에서 화제가 되었던 세모자 성폭행 사건에 대해 취재한 것을 방영했다. 결국 세모자 사건은 세모자의 거짓말이라는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끝났고, 세모자를 위해 모금을 하거나 위로를 하기 위해 카페를 개설하고 가입한 여러 네티즌들을 멘붕에 빠지게 했다. 비록 저번주 방영분에선 휴가철로 인해 화제성이 다소 떨어졌지만, 첫번째 방영분에선 방영 이후 다음날까지 세모자 키워드가 검색어 상위권에 머무를 정도로 그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세모자 사건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던 나로서는 굉장히 어이가 없음과 동시에 소름돋는 사건이었다. "역시 부자나 서민들이나 같은 족속들인 헬조센"이라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나는 그러한 맥락으로 어이가 없던게 아니었다.
세모자 성폭행 사건이 오유와 웃대 등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페이스북으로 전파되면서 넷상에서 화제가 되었을 무렵, 네티즌들의 관심에 비해 노출되는 매체들의 보도 건수는 매우 적었다. 검색어 TOP10에 오르기만 하면 키워드와 전혀 관계없는 것들까지 엮어 기사를 써대는 "인터넷 기레기"들과 쓸데없는 사건까지 문화평론가를 소환해 평론해대는 종편 토크프로그램까지, 어느 곳에서도 세모자와 관련된 기사를 보도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체험단 기자에 의해 작성된 기사 단 하나만이 남았을 뿐이었고, 그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20만개가 돌파했음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와 핫토픽엔 단 한차례도 오르지 못했다. 그런데 세모자 사건을 수상히 여겼던 '그것이 알고싶다' PD에 의해 그 실체가 낯낯히 밝혀진 직후 세모자사건은 비로소 검색어에 등장할 수 있었고, 그와 관련된 보도들 또한 봇물터지듯 쏟아졌다. 다음주 종편 시사토크프로그램의 주제는 매일 세모자 성폭행 사건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것이었으며, 뉴스에까지 보도되었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은 알겠지만 소름돋는것 하나는, 확실히 이 나라의 언론은 어떠한 세력들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지배되어 있으며, 인터넷 기자들중 진정한 언론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리를 성폭행한 사람들 중엔 국회의원과 목사를 포함한 고위층 또한 존재한다"라는 세모자의 주장이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고있을땐 네이버 기사 하나를 제외하곤 단 한건의 보도도 이루어지지 않다가, 거짓으로 밝혀지자 마자 기사 보도가 쏟아졌다는 것을 미루어보아 이는 확실하다. 어떠한 고위층이 이 사건에 연루되어있을지도 모르고 그것을 보도했다간 KBS와 MBC의 수많은 기자들이 남긴 선례처럼 자신들도 처단당한다는 사실이, 네이버 측에서 실시간 검색어에 세모자 사건이 언급되는것을 막고, 인터넷 기레기들이 이 사건에 대해 보도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막았을 것이다.
번외로 소름돋는 사실 둘은, 언론이 사회 기득권 층에 지배된 대한민국의 현실은 매우 어둡다는 것이었다. 인구대비 2-30대가 주를 이루는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사회활동의 주를 이루는 연령대는 4-60대인데, 커뮤니티 사이트나 페이스북을 하는 장년층은 매우 드물다. 손석희의 등장으로 그나마 나아지긴 했지만, 시청률 TOP3인 지상파 3대언론사에서 방영되지 않는 수많은 사건들이 장년층에게 접해질 기회는 매우 희박하며 이는 정치와 사회를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의 안목이 점점 좀먹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세모자 사건 또한 여러 뉴스프로그램에 방송된 이후 "세모자 사건이 뭐야?"라고 자식들에게 물어보는 마당에, 보도되지 못하나 그 중요성은 큰 수많은 뉴스거리들은 어떻겠는가. 대한민국 언론의 암울한 현주소에 극도의 공포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