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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글은 이 게시판이어야 할듯 합니다.
게시물ID : sewol_464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장래희망백수
추천 : 15
조회수 : 29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8/04 00: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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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2014년 4월 16일..
 
서른살, 직장인은 하루쯤 꾀병부리고 놀아도 괜찮겠지 라는 마음으로 집에 드러누워 TV 리모컨만 이리저리 눌러댑니다.
4~5년간 즐겨보던 채널이라곤 스포츠,미드 채널뿐이던 그 서른살 직장인은 우연찮게 여객선 침볼 속보를 화면 하단에서 보게되었습니다.
 
"이게 뭔 일 이래... 배가 침몰했다는데..."
늦은 아침 준비를 하던 스물네살 어린 동생에게 툭_ 말을 던졌습니다.
 
"응? 뭔소리야?"
식사 준비를 하던 동생도 쪼르르 TV 앞으로 다가옵니다.
 
그렇게 서른, 스물 넷의 두 직장인은 몇시간이고 앉아 티비 화면만 응시합니다.
 
 
세월호, 단원고등학교..
 
2014년 4월 16일.
처음으로 -지금도 여전히 가슴 속에 묻어두고 있는- 그 단어들을 알게 된 날입니다.
 
"에이, 설마... 저대로 가라앉으라고 구경만 하는거야?"
식사 준비를 하며 사용하던 숟가락을 그대로 들고 주저앉은 스물넷 동생이 말합니다.
 
"... ...아니겠지, 설마..."
 
 
그렇게 평범했던 일상은 완전히 박살나 버렸습니다.
 
 
세월호의 선수부분이 완전히 가라앉을 때,
그 어린 동생들은, 참스승들은 그렇게 차디 찬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버렸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마음 속으로 '제발'이란 단어를 되뇌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TV 화면을 바라보는 것 뿐 이었습니다.
 
 
간절함은 곧 좌절감으로 바뀌었습니다.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무기력함... 굉장히 오랜만에 느끼는 그 좌절감은 어떠한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좌절감은 다시금 우리네 어른들에 대한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하루,이틀...열흘...
 
 
"이젠 틀린거겠지?"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의 어느 날 밤.
소주잔을 채우며... 스물 넷의 동생은 묻습니다.
 
"응..."
가슴은 아니라고 답하지만, 서른의 직장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이었습니다.
 
"사실... 진작에 포기해야 했을까?"
스물넷의 동생은 다시 소주잔을 채우며 묻습니다.
 
"정말 가슴이 아픈게 뭔지 알아?"
서른의 직장인은 되묻습니다.
 
"... ..."
스물넷의 동생은 말 없이 술잔만 응시합니다.
 
"저 어린놈들이 아무것도 되지 못한채, 바다 밑으로 가라 앉아버렸다는거야."
 
"... ..."
 
"저 어린것들이.. 100%다 범생이는 아니었겠지...
 친구 삥뜯던 놈, 삥 뜯기던 놈, 공부밖에 할 줄 모르던 애들, 혹은 그림그리는 걸 좋아하는 애들..."
 
"... ..."
스물넷 동생은 다시 한번 빈 잔을 채웁니다.
 
"나처럼 꿈을 접고 그냥저냥 직장생활하는 범인이 될 수도 있겠다만...
 아이돌 가수가 될 수도 있고, 이 못난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될 수도 있고...
 아침마다 고음불가 흉내내는 옆집 진상이 될 수도 있지..."
 
"... ..."
 
"물론 다 잘 되란 법은 없으니 모난 놈 하나는 양아치가 될 수도 있어, 근데...
 이젠 뭐가 될지 모르잖아... 그냥 그렇게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그렇게..."
 
"... ..."
 
"어른들이 죽인거야..."
 
 
 
 
 
 
 
 
 
그렇게 또 한달, 두달...
1년 쯤 흐른 봄날...
 
 
"세월호 보상 판결 나온거 봤어요? 한사람당 2억 얼마씩이라던가...
 그만큼 받으면 됐지 뭘 얼마나 더 받으려고 계속 질질 끄는건지..."
30대 후반의 직장동료가 말을 합니다.
 
"설마 그 언플에 홀라당 넘어가는 사람을 내 주변에서 실제로 보게 될줄은 몰랐네요..."
그 전날 마셨던 술이 도로 올라오는 기분을 느낀...
이제는 서른한살이 된 직장인은 눈알이 튀어나올 듯 눈을 부라립니다.
 
"솔직히 뭐겠어 이미 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질질 끄는건 한푼이라도 더 받자고 그러는거 아냐?"
30대 후반의 직장동료는 서른한살의 직장인의 표정을 보지 못했습니다.
 
"누가 자기가족을, 자식을, 동생을, 친구를 그렇게 보내고 그깟 돈 몇푼 더 받자고 그 개지랄을 떨어요?
 그 사람들이... 그 불쌍한 사람들이 여태 했던말은요...
 백만금을 줘도 필요없으니 진실을 밝혀달라, 진상규명을 해달라, 이 말입니다.
 
"... ..."
 
"그 사람들 응원해주는건 바라지도 않으니,
 그딴 말은 혼자서 속으로만 생각하세요, 제발."
 
 
 
 
 
 
 
서른, 스물넷의 직장인들은 이제 서른하나,스물다섯의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열 여덟에서 멈춰버린 우리의 동생들은...
여전히 그 시간, 그 곳에... 열 여덟살에서 멈춰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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