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책상 밑의 아저씨
게시물ID : panic_822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정복자쉘도르
추천 : 1
조회수 : 116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04 15:14:38
옵션
  • 창작글
  안녕하세요. 날이 많이 덥네요. 아랍쪽은 체감 온도가 70도나 된다고 하는 이 무더위에, 열기나 좀 식혀 볼까 하고 써 봤던 짤막한 글이 베스트까지 가는 기염을 토해 너무 기쁜 쉘도르입니다. 더위가 완전히 가시기 전에, 여름 특집 삼아 하루에 한 편씩 짧게나마 공게에 글을 올려 보자는 생각에 오늘도 쉬는 시간을 이용해 키보드 앞에 앉았네요.
  어젠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서 실화인 듯 실화 아닌 자작 글을 올렸는데 낚시글이라며 비공감을 받은 게 마음이 아파서 이번엔 진짜 제 이야기를 써 볼까 합니다. 진짜 있었던 일을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지 않고 쓰는 만큼 아무래도 무서움은 좀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내게도 정말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이 또 실화괴담의 매력이니까 나름 또 즐길 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각설하고, 우선 제 얘기를 좀 하자면, 저는 어려서부터 기가 약하다고 할까? 겁이 많아 작은 것에도 깜짝깜짝 놀라고 이상한 허깨비 같은 것도 자주 보는 체질이었습니다. 한창 사춘기를 겪던 시절에도 말이죠, 방문을 확 열었는데 제 방 한가운데 웬 긴 머리 여자가 서 있다가 푹 꺼진다거나, 책상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데 오른쪽 시야 끝에 바닥을 기고 있는 이상한 사람 형체가 걸려 돌아보면 사라져 있다거나 하는 일이 종종 생겨서, 저는 공포영화를 본다거나 하는 일은 꿈도 못 꿀 만큼 겁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다행히도 그런 일들은 주로 제가 멍하니 정신을 빼놓고 있을 때 생기는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에, 밤중에 하교해야 한다거나 하는 뭔가 무서운 일이 생길 것 같을 땐 정신만 똑바로 차리고 있으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멍하니 공상에 빠지는 걸 정말 좋아했던 저에게는 괴로운 시간들이었죠.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그렇게 소심하고 겁 많은 저였지만 가위에 눌려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겁니다. 무서운 꿈을 꾸고 잠에서 깬다거나. 잠에서 갓 깨어나 몽롱한 눈에 묘한 형체가 보인다거나 한 일은 있었습니다만, 흔히 알려진 가위눌림의 증상인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거나, 괴상한 소리가 들리고 이상한 형상이 보이는 등의 경험은 겪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친구들의 경험담을 듣고 '으, 난 진짜 가위까지 눌리면 혀를 깨물어 버려야겠다'하고 지레 겁만 먹고 마는 정도였죠.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1학년은 뭐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 입대를 하고서도 얼마간, 그런 기질은 어디 가지 않았는지 밤중의 공중전화에서, 생활관의 총기함 위에서, 2층 침대의 아래층에서 다양한 허깨비들이 절 괴롭혔습니다. 심지어 해가 중천에 뜬 낮에도 취사장에서 식판을 씻다 아무도 없었던 옆 칸 수도꼭지가 갑자기 켜져서 화들짝 놀란 적이 있는데, 언젠가 이런 이야기들도 할 날이 오겠죠. 그래도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던가요, 상병을 달고부터 군생활에 여유가 생겨 시작한 운동으로 몸도 만들고 원래 가지고 있던 알레르기성 비염도 산 속의 맑은 공기 덕인지 많이 호전되어 몸 건강 상태가 상당히 좋아지게 되자 허깨비를 보는 빈도도 많이 줄어들게 되더군요. 그냥 자연스레 빈도가 줄어들고 줄어들어 어느 샌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너무 좋더라구요. 눈 밑의 다크 서클도 좀 줄어드는 거 같고... 
  아, 그래서 '책상 밑의 아저씨'라는 저 제목은 무슨 의미냐. 서론이 장황하긴 했습니다만, 지금부터가 그 일의 발단입니다.
  그렇게 깨끗한 정신과 건강한 육체를 가지고 전역한 저는, 갓 전역한 군인이 보편적으로 갖는다는 그 마인드, '군대도 다녀왔는데 뭔들 못 하겠어?'라는 생각으로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가끔 알콜도 곁들이는, 그야말로 충실한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친구도 많이 생겼습니다. 알고 보니까 제가 꽤 사교적인 성격이더라구요. 아무튼 그렇게 친해진 친구 중에 기숙사에 사는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학교에서 집이 좀 멀어서 등하교를 귀찮아했던 저는 과제다 시험공부다 핑계를 대 가며 그 친구 방에서 자고 오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실제로는 뭐, 주로 술을 푸다가 버스를 놓쳐 친구 방으로 쳐들어가는 식이 대부분이었지만요. 그리고 그 방에서 저는, 난생 처음으로 가위란 것에 눌려 보게 됩니다.
  정말 아무 특별할 것도 없는 밤이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친구랑 노닥거리다가 집에 가기 귀찮아~ 자고 갈래~ 치킨이나 시켜먹자~ 콤보로 이어지는 치맥파티가 끝나고서 침대에 누웠었습니다. 2인실이라 친구의 룸메이트가 없으면 저도 침대에서 잘 수 있었는데, 그 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적당히 오른 술기운에 기분좋게 잠든 지 한 두어 시간 됐을까요, 무슨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눈이 저절로 떠졌습니다. 무심코 몸을 뒤척이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되는 걸 알고서야 제가 가위에 눌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지만 바로 알겠더군요. 몸이 움직이기는커녕 목소리도 목구멍에서 "으어어.."소리가 새듯이 나는 게 전부였으니까요. 처음엔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에 당황했던 저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이상한 점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뭔가가 제 양 어깨랑 가슴을 누르고 있더라구요. 머리 위쪽에서 뻗어나온 두 갈래의 길쭉하고 두꺼운 통나무 같은 게 양 어깨부터 시작해서 가슴팍까지 이어지는 부분을 꾹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이거 뭐야? 팔인가?'

  라고 생각한 순간, 갑자기 턱에 이상한 감촉이 느껴지더니 제 몸이 머리가 놓인 방향으로 쑥 끌려갔습니다. 역시 그 통나무 같은 건 사람의 팔이었고, 그 양 팔이 깍지를 낀 상태로 제 턱에 걸려 제 머리를 잡아당기고 있었습니다. 팔의 간격이 좁혀지자 양 뺨에 털이 듬성듬성 나 있는 팔뚝의 감촉이 느껴졌고, 턱을 감싼 깍지낀 손이 굉장히 거칠었던 것도 아직까지 기억이 납니다. 

  쿵

  그 때, 그렇게 끌려가던 제 머리통이 어딘가에 걸리더군요. 그 기숙사 방의 침대 머리맡엔 책상 하나가 바로 붙어 있었는데, 침대 높이와 책상 높이의 차이로 만들어진 그 틈새가 제 머리가 들어가기에 너무 작았던 겁니다. 눈알이 내 머리 바로 위까지는 굴러가지 않아 직접 보지는 못 했지만 아마 그 책상과 침대 사이 틈에서 뻗어나온 손이 저를 그 틈으로 당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쿵 쿵 쿵 쿵

  제 머리가 끌려들어가지 않자 우락부락한 팔은 화라도 난 듯 힘을 더해 절 계속 끌어당겼습니다. 하지만 그 틈이 너무 작아서 머리는 들어가지 않고, 정수리가 너무 아파서 저도 저 나름대로 최대한 몸을 움직여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러다 보니 움직이지 않게 되었을 때만큼 갑작스럽게, 제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방금 전까지 제 턱을 쥐고 있던 손깍지도, 어깨를 누르던 팔뚝도 거짓말처럼 그 느낌이 사라져 있었구요. 서둘러 몸을 일으켜 보니 온 몸이 땀투성이더라구요. 
  다시 몸을 눕혀 잠들기에는 가위를 눌렸던 느낌이 아직 너무 생생하게 남아서, 그 날은 그대로 컴퓨터를 켜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물론 그 아저씨가 정말 절 어디로 데리고 가려 했을 리는 없고 그냥 가위에 눌려 꾼 악몽이 아니었을까 싶었지마는, 그래도 그간 숱하게 허깨비들을 봐 왔던 경험과는 다르게 '아 이건 정말 내 몸에 위해가 올 수 있겠구나', 하는 실감이 느껴져서 아직도 그 무서움이 기억 속에 새겨져 있는 무서운 경험이었습니다.

  언제였던가 가위눌림에 관한 티비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가위눌림의 원인 중 하나로 지하에 흐르는 수맥을 꼽더군요. 그래서 가위에 눌리기 쉬운 장소가 따로 있다고. 그 때문인지, 또 한 번 괴상한 가위눌림을 정확히 같은 위치에서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만, 쉬는 시간이 끝난 관계로 그건 다음 기회에 적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