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쓴 글이 베스트에 갔기에 감사를 드립니다.
별로 임펙트 없었는데도 많은 추천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은 예고드렸던 대로 친척들이 말해준 경험담입니다.
1. 저희 어머니께서는 저를 몸에 밴 날, 태몽을 꾸셨다 합니다.
거북이 세 마리가 바다로 들어가는 꿈이었다고 하죠.
신기해서 외할머니께 상담했더니, 무릎을 탁 치시면서 말씀하셨답니다.
내가 금줄 거는 꿈을 꿨는데 그 금줄에 빨간 고추가 달려 있더라면서,
십중 팔구 아들일거라 하셨다네요.
내심 딸을 원하셨던 어머니는 부정했으나,
나온 건 저였습니다. 사내아이였죠.
다음, 동생을 배셨을 때도 연꽃 세 개가 강을 따라 내려오는 꿈을 꾸셨답니다.
이번엔 꽃이니까 딸이겠지! 하셨는데 아들이었답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 아들이 둘인데 왜 항상 세개였을까 외할머니께 여쭤봤더니,
아들 하나 더 있지 않냐고 하시면서 저희 아버지를 가리키셨다네요.
2. 어머니와 저는 꿈을 거의 꾸지 않는 편입니다.
저는 눕자마자 딥슬립하는 편이라 그렇고,
어머니는 깊은 잠을 자기 힘들어하시는 스타일이십니다.
그런 어머니께서 꿈을 꾸셨습니다.
엄청 커다란 소 한마리가 괴로워하며 죽어가는 걸 지켜보는 꿈이었습니다.
문제는 같은 꿈을 날마다 반복해서 꾸셨다는 것인데,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살이 빠져나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합니다.
마지막으로 꾸었을 때는 피골이 상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꿈을 꾸지 않은 다음날,
큰외삼촌이 돌아가셨다는 전화가 날아왔습니다.
사족을 달자면, 큰외삼촌은 매우 건강하신 분이었습니다.
과도한 음주만 아니었다면 장수하셨을 겁니다.
............황소처럼 굳세고 단단하신 분이셨으니까요.
3. 제가 어릴 때는 분신사바 놀이가 유행이었습니다.
볼펜을 양측에서 서로 손을 갈고리 형태로 걸어 고정한 뒤
종이에 O X 를 그린 뒤 모종의 주문을 외우고 질문을 던지는 식이었죠.
이 의식에는 중요한 게 하나 있었는데,
바로 끝낼때 볼펜을 집어던지며 '안녕히 가세요'라고 말한 뒤,
종이를 불태워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호기심에 사촌 누나를 보챘지만,
미신이다, 손이 무의식에 움직이는 것이다, 라면서 해주질 않았습니다.
오히려 절 타박했죠.
시간이 흘러 나이가 먹은 뒤, 그 때 조금 서운했다고 말하자
큰누나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습니다.
사실 큰사촌누나도 분신사바를 학교에서 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선생님이 들어오는 바람에 마지막 인사를 하지 않고
의식을 마쳤다고 합니다.
그 이후 오른팔이 빠질듯 아팠답니다.
그 때는 아파서 정신이 혼미해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팔에 무거운 무언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느낌이었답니다.
밤에 잘 때는 느낌이 조금 달라졌다고 합니다.
팔을 누군가 대놓고 깔고 앉아있는 느낌이었다는군요.
4. 사촌 작은 누나가 집에서 잠을 자다 가위가 눌렸답니다.
몸이 꼼짝도 않고 눈도 뜰 수 없는 와중에 소리는 선명하게 들렸다네요.
이모가 밥하는 소리, 큰누나가 공부하다 나와서 물먹는 소리,
안방의 TV소리와 그 앞에서 나는 이모부의 기침 소리...
개중 누구 한 명이 깨워주지 않을까 은근 기대했지만
작은 누나 방으로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갖은 애를 써서 가위를 풀고 벌떡 일어난 누나는
집이 이상하게 조용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집 안엔 아무도 없더랍니다.
5. 사촌 누나가 조치원에서 자취하던 때 일입니다.
당시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방 하나에 2층 침대가 2개 놓여 있는 구조였습니다.
방 양 옆에 침대가 위치하고 중간에 창문과 방문이 마주보는 그런 형태였죠.
밤이 깊어 침대의 2층에서 잠을 자다가 가위 특유의 느낌이 들어 눈을 떴답니다.
몸을 움직을 수 없느 와중에 창문으로부터 가로등 하얀 빛이 들어오는데,
누군가가 등을 돌린 채 서서 창문 밖을 보고 있더랍니다.
역광이라 옷가지나 자세한 사항을 확인할 수가 없어 '누구지?'라고 생각한 순간,
입이 귀까지 찢어진 얼굴이 목만 쭈우욱 늘어나더니 눈앞으로 오더랍니다.
몸은 그대로 뒤돌아 선 채로 말입니다.
제가 들은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에는 벌벌 떨 정도로 무섭지는 않지만
신기하거나 소름이 은근히 돋는 이야기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