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자, 석가, 예수의 도를 배웠고 그들을 성인으로 숭배하거니와 그들이 합하여서 세운 천당, 극락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민족이 세운 나라가 아닐진대 우리 민족을 그 나라로 끌고 들어가지 아니할 것이다.
왜 그런고 하면 피와 역사를 같이하는 민족이란 완연히 있는 것이어서 내 몸이 남의 몸이 못 됨과 같이 민족이 저 민족이 될 수는 없는 것이 마치 형제도 한 집에서 살기 어려움과 같은 것이다. 둘 이상이 합하여서 하나가 되자면 하나는 높고 하나는 낮아서 하나는 위에 있어서 명령하고 하나는 밑에 있어서 복종하는 것이 근본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소위 좌익의 무리는 혈통의 조국을 부인하고 소위 사상의 조국을 운운하며 혈족의 동포를 무시하고 소위 사상의 동무와 프롤레타리아트의 국제적 계급을 주장하여 민족주의라면 마치 이미 진리권 외에 떨어진 생각인 것같이 말하고 있다. 심히 어리석은 생각이다. 철학도 변하고 정치·경제의 학설도 일시적인 것이나, 민족의 혈통은 영구적이다.
일찍이 어느 민족 안에서나 종교로 혹은 학설로, 혹은 경제적·정치적 이해의 충돌로 인하여 두 파 세 파로 갈려서 피로써 싸운 일이 없는 민족은 없다. 그렇지만 지내어놓고 보면 그것은 바람과 같이 지나가는 일시적인 것이요, 민족은 필경 바람 잔 뒤의 초목 모양으로 뿌리와 가지를 서로 걸고 한 수풀을 이루어 살고 있다. 오늘날 소위 좌우익이란 것도 결국 영원한 혈통의 바다에 일어나는 일시적인 풍파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이 모양으로 모든 사상도 가고 신앙도 변한다. 그러나 혈통적인 민족만은 영원이 성쇠흥망의 공동운명의 인연에 얽힌 한 몸으로 이 땅 위에 남는 것이다. 세계 인류가 너와 나의 구별 없이 한 집이 되어 사는 것은 좋은 일이요, 인류의 최고요, 최후의 희망이며 이상이다. 그러나 이것은 멀고 먼 장래에 바랄 것이지, 현실의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