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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써놓았던 짧은 소설?-<남을동 행복 전도사 김성학 씨의 하루>
게시물ID : readers_210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갈색낙엽
추천 : 1
조회수 : 32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04 23: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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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남을동 행복 전도사 김성학 씨의 하루

-사람극장 재 366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오후, 사람들이 이제 슬슬 퇴근을 생각하며 기대에 차있을 때, 남을동의 작은 원룸에서 김성학 씨는 출근 준비가 한창 입니다. 집 안 사정으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벌써 10년 째. 그래도 김성학 씨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힘찬 발걸음으로 집을 나섭니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오늘도 폐지 주우러 나오셨어요? 에휴, 집에서 쉬시라니까. 이제 나이도 있으신데 집에서 쉬셔야죠."

"시끄러워, 이눔아. 니가 내 쌀값 대줄 거여? 가뜩이나 연금 줄어서 화딱지 나는디, 별 게 다 지랄이여."


김성학 씨는 같은 건물의 독거 노인 정순옥 할머니와 티격태격 정다운 인사를 나누며 자전거에 올라탑니다. 이웃을 걱정하는 따뜻함 마음을 연료삼아 오늘도 직장으로 출발합니다.


-원래 그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으세요?

"제가 가난하게 살아서 그런지 주변에 힘들게 사는 사람들한테 저절로 관심이 많이 가더라고요. 별 건 아니고, 동성애자나 게임 중독 걸린 사람들 치료해주는 단체에도 기부도 하고 있고요. 저는 비록 고등학교도 중퇴해서 무식하지만, 저희 교회 목사님 같은 분들 덕분에 많이 배우죠."


없는 살림에도 어려운 사람들끼리 돕는 마음을 잊지 않는 성학 씨에게 제작진도 한 수 배웁니다. 성학 씨가 인근의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씩씩하게 사장님께 인사하며 출근도장을 찍습니다. 오전 근무 동료와도 반갑게 인사하며 교대합니다. 성학 씨는 이곳에서 서빙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후의 식당은 성학 씨의 독무대입니다. 친절하면서 상실하기까지 해 동네에서 칭찬이 자자한 일꾼 입니다.


"성학이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알던 사이인데, 여태까지 지각 한 번 안하고 시키는 것도 빠릿빠릿하게 잘하고, 요즘 젊은이 중에 이렇게 일 잘하는 사람 없어요. 다른 사장들이 눈독 들이는데 나한테 신세 많이 졌다고 옮기지 않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사장님의 성학 씨에 대한 칭찬은 끝날 줄을 모릅니다.

식당에 관광객으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들어왔습니다. 천천히 말하기는 하지만 영어로 질문하는 푸른 눈의 손님에게도 성학 씨는 당황하지 않습니다. 비록 영어는 몇 가지 못 알아듣지만 다년간의 노하우와 뉴스에서 본 지식을 활용해 손님에게 메뉴를 추천합니다.


"노노 불고기 노 추천. 디스 코리아 넘버 원 메뉴, 김치. 그리고 청국장도 굿 메뉴. 오케이?"


우여곡절 끝에 성학 씨의 추천대로 주문이 완료 됩니다. 손님 한 명 한 명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미소를 유지하는 모습에서 인기의 비결이 보입니다. 처음 먹어보는 김치와 청국장에 놀라움에 화장실을 찾는 손님들의 표정을 보면서 성학 씨는 일의 보람을 느낍니다.


자리가 좋아 하루 종일 손님이 끊이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정신없는 저녁식사 시간대, 손님 한 명이 돈을 내지 않고 어느새 사라져버렸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온 장애인 손님이었는데 성학 씨가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나가버린 것 같습니다. 신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제작진의 물음에 성학 씨는 손사래를 칩니다.


"에이, 그 장애우 분께서 일부러 그러셨을까요. 분명 내신 줄 아셨을 거예요. 가뜩이나 다리도 아프신데 그런 의심은 하는 거 아니에요. 장애우 분들 교회 봉사 다니면서 많이 만나봤는데 하나 같이 어쩜 그리 천사 같은 분들인지. 장애우 분들 중에 나쁜 사람들은 없어요. 일단 제 돈으로 채워두죠, ."


사장님 말에 의하면, 성학 씨는 절대 무전취식하는 사람들 잡지 않고 언제나 저렇게 자비로 채운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가게 사정이 안 좋아서 월급을 몇 년 째 올려주지 못하고 있어도 불평하나 없다고 사장님은 또 칭찬을 시작하십니다.


고단한 하루 일과가 끝나고, 한밤중에 성학 씨는 가게를 나섭니다. 오늘은 수요일이라 오전 아르바이트를 가기 전에 새벽 기도를 가야한다고 합니다. 성학 씨는 서둘러 페달을 밟아 집으로 돌아갑니다. 성학 씨가 현관문을 여는데, 옆 건물에서 부부싸움인 것 같은 소리가 들려옵니다. 여자의 비명과 남편의 욕설, 물건이 깨지는 소리까지, 벌써 몇몇 집들의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학 씨는 웃어넘기며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시간도 많이 늦었고, 일찍 일어나셔야 하는데 시끄럽지 않으세요?

저도 귀는 있으니까 시끄럽기는 하죠. 하지만 남의 집 일에 관여하는 것 아니라고 아버지가 늘 그러셨거든요. 그냥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게 어려운 걸까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남에게 막 인상 쓰고, 폭력 저지르는 거 왜 그러는 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몰라서 참 다행이죠. 저는 그저 지금처럼 남에게 피해 안 주고 쭉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비록 남들보다 학력도 재산도 보잘 것 없지만, 오늘도 미소 지으며 성실한 삶을 살아가는 김성학 씨는 남을동의 행복 전도사 입니다.

 

 

 

 

출처 우리집 키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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