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비이밀!
나이? 25세!
직업? 돈을 받아야 사랑을 나누는 일종의 프리랜서!
성격? 곧이 곧대로!
단점? 귀가 얇음!
어느 직업에나 혹은 어떤 사람에게나 징크스라는 것이 있는 듯하다.
내 직업에서도 이 징크스라는게 어김없이 존재한다.
직업상 하룻밤새 다섯남자와 유상의 쌍무계약을 맺고, 서로가 필요한 부분을 충족시켜
주는 교환거래를 하는데, 하루에 다섯 번 이상의 계약은 절대 피한다.
다음날 걸을수 조차 없을 만큼 녹초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내입장에서 볼 때 내 상대방 계약자들을 보면 별별 사람들이 다 있다.
시종일관 깔끔한 매너를 가진 존경스런 분,
돈을 쥐고 흔들며 내 자존심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응큼한 사람,
술취해 하지도 못하면서 위에서 괜히 귀찮게 얼쩡거리는 션찮은 놈,
하고나서 돈 안주고 튀는 싸가지 없는 셰키,
지맘에 안든다고 패는 나쁜 개셰키,
그러면서도 할건 다하는 아주 쉬발셰키 등등...
그런데 이 징크스라는 것이 참 이상한게...
그날 첫 계약자가 괜찮은 분이었으면 끝까지 괜찮은 분으로 끝나는 반면, 첫 계약자가
드러운 놈이었으면 끝까지 드러운 놈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참 공교롭지만 이상도 하지.
그런데 오늘 같은 날은 아무리 생각해도 희안하다.
분명 첫 시작은 아주아주 괜찮은 분으로 시작했는데, 막판이 좀 이상하게 된 것이, 암만
봐도 귀신에 홀린 것 같기도 하고 사기 당한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지금 억울해 미치
겠다.
막판에 다섯 번째 계약자를 만났다.
원래 우린 직업상 선불의 개념인데 그놈이 워낙 매너가 좋기도 하고, 오늘은 대체로 양
호한 계약자들만 있었음으로 해서, 함 해보고 계산한다는 그 놈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
다.
서비스에 응당하는 댓가를 지불한다고 하고, 또 어차피 마지막 타임이어서, 정말 성심
성의껏 계약자 만족을 위해 혼신에 힘을 불살랐다.
드디어 마무리까지 일이 잘 끝났다.
계산을 청했다.
은근히 상당한 팁을 기대하면서...
그런데 그놈은 계산대신 내게 질문을 했다.
"니도 좋았제?"
"아뇨. 머 전 직업인데요."
"에헤이. 머라카노? 니, 꽃에 주전자로 물을 주면 꽃이 사나, 주전자가 사나?"
"그야 꽃이 살죠. 그런데요 계산좀 해주세요!"
"맞지? 니이, 면봉으로 귀를 파면 면봉이 좋나, 귀가 좋나?"
"그야 귀가 시원하죠. 그런데요 계산부터..."
"맞지! 니이, 손가락으로 코를 파면 손가락이 좋나, 코가 좋나?"
"그야 코가 시원하죠. 그런데요 계산좀..."
"맞지! 니이, 숟가락으로 밥을 먹으면 숟가락이 좋나, 입이 좋나?"
"그야 입이 좋죠. 근데 왜 자꾸 그런 말을..."
"야 야 들어 바라. 맞지? 니이, 칫솔로 양치를 하면 칫솔이 좋나, 입안이 좋나?"
"그야 입안이 좋죠. 근데요."
"아 참 답답하대이. 니이, 병원에서 주사를 맞으면 의사가 돈주나? 아님 네가 돈내나?"
"그야 제가... 그래두..."
"아 참! 니이, 한의원 가서 침 맞으면 한의사가 돈주나? 아님 네가 돈 내나?"
"제가요."
"맞지?"
"네에."
"그럼 바라. 내가 네속에 넣고 했지? 맞지? 그럼 누가 좋겠나? 함 면봉 생각해 봐라. 누
겠나? 함 손가락 생각해 보란 말이다. 누겠나?"
"저네요."
"맞지? 내가 니한테 육침을 놓았지? 맞지? 그럼 누가 돈을 내야 하겠나? 침을 놓은 나
가? 아님 침을 맞은 니이가?"
"제가 내야죠."
"거바라. 그래도 똑똑한기 이해는 빠르고마이."
"예에. 원래 제가 한이해 해요."
"그래. 그러고마. 자, 얼마 줄끼가?"
"이거 오늘 번거 20만원 이거든요. 다 드릴께요. 고맙습니다. 수고 하셨어요. 안녕히 가
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