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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가 남긴 차용증...
게시물ID : gomin_10683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2Zta
추천 : 18
조회수 : 497회
댓글수 : 51개
등록시간 : 2014/04/21 10:39:17
매일 여러 차례 오유에 들어와서 많은 분들이 올린 게시물들을 보며 즐겁거나, 

함께 분노하거나, 슬퍼하거나 했던 유저입니다.

이렇게 처음 글을 쓰는 이유는 너무 아픈 일을 겪고 나서 그것에 발단이 되는 일에

해결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고민도 되고 꼭 처리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겨서

입니다.

지금 세월호의 일로 온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있지만 그 슬픔에

동참하지 못할 만큼 어려운 일을 겪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이었습니다.

일을 하고 있는데 아내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도련님 (제 친동생) 이 우편물을 보냈다는 겁니다.

몇달전 출가를 해서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동생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한 지 얼마 안되어 '뭘 보낼 것이 있었나 보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저희 가족은 맨 위층에 부모님과 제 동생이 살고 있고, 아래층에 저와 제 아내가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 달 전에 아버지가 동생에게 독립하라고 선포를 하셨죠.

나이가 38살이 넘도록 장가 갈 생각이 없는, 독립도 안한 노총각 녀석 보기가 너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4월초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다시 들어온다고 '아부지가 다시 들어오라신다'는 이야길

했던 겁니다.


4월 17일 목요일 퇴근해서 우편물을 뜯어봤습니다.

보험증서 2 개, 경주 관광지도와 여행을 가서 찍은 스템프, 그리고 하나의 봉투.


봉투를 열어보니 눈에 띄는 것은 차용증이더군요.

밀린 임금에 대한 차용증서를 써 준 것이었고, 금액은 3,500만원이더군요.

그리고 2장의 손편지가 있습니다.

동생이 워낙 악필인지라 대충 훑어보니 '직장 생활을 했는데 못 받은 돈이 있다.

사회가 왜이리 힘드냐?'의 내용이었습니다.

두번째 장에 가서야 정신이 번쩍 들어더군요.

내용은 '미안하다.  내가 이런 결정한 것에 대해서 용서 바란다.  조카를 빨리 하나 낳아서 부모님께

선물해라. 그리고 사랑한다'

뭔가 섬뜩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있는 곳이라며 주소를 써놨더군요.  어딘가에 있는 모텔이랍니다.

너무 힘들어서 투정을 부렸나 싶었습니다.  

감이 좋지 않아서 데리러 가야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주소를 검색해 보니 주소가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전화를 해봐도 꺼져 있구요.

의아했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고 부모님도 주무시고 하니 내일 찾아가봐야겠다 싶어서 우선 잠을 청했습니다.


잠이 오지 않더군요.  

새벽 5시 깼습니다.  112에 신고를 하는 편이 낫겠다 싶어서 전화를 들었다 놨다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겁이 나더군요.  원치 않는 소식을 들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다시 찬찬히 편지를 살펴 봤습니다.

요약하자면..


아버지 매장에서 일하다가 회사에 들어갔다.  근데 회사에서 오랜 동안 임금을 체불하더라, 

회사를 옮겼다.  정말 성실히 일을 했다.  하지만 역시 그 성실함을 이용하기만 했다.  또 임금이 밀리더라.

몇번 그런 식으로 직장을 옮기다 보니 이젠 사람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 버렸다.

직장의 오너들이 가족처럼 대하는 척하지만 그거 다 이용해 먹으려고 그러는 것 같아서 너무 싫다.

이젠 직장을 옮기려고 해도 나이도 많아서 취업도 안되고, 또 그런 식으로 이용당하지 않을까 싶어서

겁도 난다.

그래서 조용히 남에게 폐 안끼치는 공간에서 가려고 한다.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냥 술먹고 객기에 그렇게 써서 보내고 어딘가에서 후회하고

있을거라고 스스로를 위안했습니다.


그리고 112에 전화를 해서 '이런 내용으로 편지를 받았다.  주소가 어디더라'고 신고를 했습니다.

관할 경찰서에서 수색을 하고 있다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휴대폰 위치 추적을 해서 위치를 파악했다며..

그쪽을 수색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그쪽 경찰인데, 이쪽에 아무것도 없답니다.  순간 안심했습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해서 편지에 나와 있는 주소를 불러줬습니다.

그러니 경찰이

"어?  그쪽에는 문 닫은 모텔이 하나 있고 아무것도 없는데요?"

라더군요.  

제가 그 곳 주소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쪽을 수색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20~30분 후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침통한 목소리의 아까 그 경찰관의 목소리였습니다.

발견되었답니다.  

마지막 희망을 담아 기절해 있으냐고 물었습니다.

아니랍니다.  기절한 것이 아니랍니다.

순간 손이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머리가 띵하더군요.


금요일 아침 8시경이었습니다.


우선 슬픔도 슬픔이지만,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릴까에 대한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아버지도 은퇴 후 우울증에 시달리고 계시고, 엄마는 다 큰 동생에게 '애기'라고 

부릅니다.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더군요.


9시경 윗층으로 올라가 부모님께 말씀 드렸습니다.


엄청난 충격이셨겠죠.

아버지는 몇달전 동생에게 독립해서 나가 살으라고 말씀하신 것 때문에 큰 죄책감에 너무

괴로워 하시더군요.


장례식은 하지 말자고 결론 지었습니다.

저도 동의를 했습니다.  그냥 유학 간 것으로 하자고...

장례 내내 괴롭고 힘들어 할 부모님과 시골에 살고 계시는 조부모님의 슬픔으로 더 큰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저와 제 아내가 병원으로 나섰습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소견서를 보니 '일산화중독으로 인한 사망' 이더군요.

불길한 예감대로 제가 우편물을 받았을 때는 벌써 사망 상태였답니다.

14일 유서를 쓰고 15일 우편물을 보냈더군요.

그리고 제가 우편물을 확인한 게 17일 늦은 밤이었습니다.



안치되어 있는 동생의 모습도 보았습니다.

냉동고 같은 곳에 들어가 있고 비밀에 똘똘 쌓여 있는 동생을 보니 심장이 터져서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아니길 바랐지만 제 동생 맞더군요.

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화장장 예약을 하고..  


토요일 오전 병원으로 가서 수의를 입고 누운 동생을 마지막으로 봤습니다.

관에 동생 이름도 직접 써주었습니다.


그리고 벽제로 가서 보내고 왔습니다.


지금 이렇게 긴 글을 쓰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오라..  동생이 유서와 함께 동봉되어 보내진 체불임금에 대한

차용증 때문입니다.  도저히 제 동생을 죽음으로 몰고 간 체불 임금한 오너들..  제 동생을 이용해 먹고 저런 절망으로

내몬 인간들을 용서할 수 없어서 입니다.  저에게 보낸 유서, 목숨을 끊을 당시 입고 있던 양복 주머니에서 나온 유서

모두 가장 큰 원인은 반복되는 체불 임금, 자존심 때문에 가족들에게 이야기도 못하고 스스로 해결하고 스스로 새로운

희망을 찾으려다 다시 또 그런 식의 배신이었습니다.  그게 4년간 반복되었고 절망 상태가 되었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정식으로 고소를 해야할까요?  아니면 조용히 묻어야 할까요?


마음 같아서는 직접 쳐죽여버리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혹시 이 방면으로 잘 알고 계신 분이 있으시다면 소중한 도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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