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적었던 로미설기 애미입니다.
그때 제목은 로미와 설기이면서 설기는 나오지도 않았던 점 죄송하다는 말씀드릴게요 ㅜㅅㅜ
오늘은 우리집 둘째인 설기와의 만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집 둘째인 설기는 2013년 2월 21일,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꾀죄죄한 행색의,
흰색 털이 맞긴 한듯 하면서도 회색털인가 착각할 정도로, 그런 고양이였어요.
근처에 지나다니는 사람들 아무나한테 몸을 비벼대고,
정말 '나 좀 데려가아아'가 절실해 보이는 고양이였습니다.
살이 찐건가..? 싶었는데
배 쪽을 잘 보니... 임신한 상태였습니다.
사람들이 무서워 꼬리도 잔뜩 부풀린 상태인데 이상하게 자꾸 앵긴다 싶었더니..
산달이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였어요.
흰색인지 회색인지, 눈도 게슴츠레 뜨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날, 이 고양이가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음에도, 집에 들이지 못했어요.
첫째 로미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집에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가 우선이므로) 길고양이를 함부로 들일수 없었을 뿐더러
식구를 더 늘리는 것에 대한 확신을 하지 못한 상태였어요.
하지만 동시에 둘째를 들이고 싶어서 고양이 카페들이나 보호소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던 상황이기도 했지요...
간신히 물과 사료만 주고, 저는 이 고양이와 만났던 장소에서 헤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그냥 지나던 그런 흔한 고양이-임신묘는 처음이었지만-었는데 자꾸자꾸 생각이 나던걸요.
일주일 내내 제가 한 행동이 과연 잘한 것이었는지, 잘못한 것이었는지 수도 없이 반성했습니다.
이 흰색(회색?)고양이와 헤어지고 들어온 당일에는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을 정도였어요.
즐겨가는 고양이 카페에 혹시 이런 고양이를 잃어버린 사람이 있는지 글도 올렸지만 연락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분께서, 고양이를 주고해보라고, 그리고 임시보호할 사람을 찾아도 늦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죠.
전 그저 저 말고 다른 사람이 데려가주길 내심 바랐습니다.
한 일주일인가요, 이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이 되던날 비슷한 시각의 저녁.
이 흰둥이는 다시 우리집 앞에 나타났습니다.
"흰둥아~"라고 부르자 풀숲에 숨어있다가
냉큼 제 앞으로 와주더라구요.
무슨 감정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대로 이 고양이를 들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집에 이미 고양이가 한마리 있었기에 격리를 해야했습니다.
작은 방 앞 베란다에 자리를 잡아주었어요.
급하게 이불을 펼쳐 깔고 나름 손님방을 차렸습니다.
이 고양이는 매우 지쳐 있었고,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어요.
사진속의 제가 고양이의 배에 살짝 손을 얹고 있는데요, 허락받은 거에요^^;
자기 배를 만져 보라고 손길을 가만히 느끼며 눕더라구요.
임신한 동물의 배를 만져본 적이 있으세요?
그 안에 생명들의 발차기, 움직임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이게 바로 생명의 신비구나.
정말 경건해졌습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얼굴을 본 순간이에요.
새초롬한 눈빛, 귀며 발이며 털이며 새카맣게 끼어있는 때,
그런데 제 눈에 콩깍지가 낀 건지
얼굴에서 빛이 나더라구요.
처음에는 임보를 보냈지만, 곧 다시 데려왔습니다.
사실... 맨 처음 이 고양이를 데리고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어요.
내가 데려온 이상 더이상 동정이 아닌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요.
이 고양이는 뱃속에 5마리를 품고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5마리의 새 생명은 엄마 고양이가 자연분만이 가능하게끔 위치해 있었어요.
수의사 선생님은 출산이 임박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적어도 2주 안에 말이죠
병원에 다녀오고 나서는 출산상자며 임신묘며 여러가지 정보들을 찾아야 했어요.
맨 처음 이 고양이를 쉽게 데리고 들어오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여자 고양이/임신묘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했어요.
만약 새끼들이 다 제대로 나오지 못하면 사람이 직접 가위를 소독해 탯줄을 끊어야 한다, 새끼와 산모 둘다 위험할 수 있다 등등의
듣기만 해도 무서운 이야기들이 인터넷에 가득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각조각난 지식들을 이어 붙여 재활용 날짜에 나가 상자수집을 시작했어요.
상자와 무릎담요, 그리고 전기장판, 배변패드 등으로 얼추 산실이 마련되었지요(오른쪽)
급하게 다이소에서 구입한 세숫대야와 귤박스 등등을 이용해 화장실도 꾸며보았구요.
진짜 급하니까 머리회전이 휙휙 잘 돌아갔던 느낌입니다.
이 시기에 맞는 사료를 급하게 찾느라 이것저것 많이도 구입했어요.
들어보니 사람도 임신 중에는 변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이 임신묘도 그랬습니다.(걱정이 많았죠!!!자꾸 설사하길래 ㅠㅠ)
이제 산달이 막바지로 다가온 느낌입니다. 배 부분이 불룩한게 보이시나요?
정말 이제 오늘, 내일중으로 새끼들이 나올 것 같았어요.
분비물도 보였구요.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이상하게 일찍 눈에 떠 졌어요. 시간은 새벽 5시 정도.
그리고 이 흰둥이가 있던 베란다 문을 열어보았더니...
짜잔!!!!!
5마리의 새 생명이 태어났습니다!!!!
저 검붉은 것들은 양수와 피입니다....
세상에 이 흰둥이는 스스로 새끼를 모두 다 낳고,
뒷처리까지 완벽하게 해 놓은 것이죠!!!!
2013년 3월 13일생!!!
새끼를 젖을 주다가 제가 들어가니 상자밖으로 나와 제 다리에 머리를 부벼댑니다.(감동.....ㅠㅠ)
그리고 제 앞에 누워서 자기 엉덩이에 아직 새빨갛게 뭍어있던 피를 그루밍합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오른쪽 엉덩이에 자국이 보이시죠ㅜㅜ
이 날 부터 저는 소고기, 황태, 닭고기를 사다가 몇시간이고 팔팔 한 솥을 끓여댔죠.
출산묘는 잘 먹어야 된대서요.
저 세가지를 한 3시간 끓이니 그냥 냄새가~~>.<
한동안 이 국물과 습식캔사료 섞어주니 정말정말 잘 먹어라구요.
아래는 꼬물이들이 설기 젖 빠는 모습!!!!
(아직 설기 목욕을 시키지 않은 상태입니다. 스트레스 받아서 아가들 잘못될까봐 조심조심했구요.
그래도 흰색 고양이니 '백설기'로 이름을 지었어요)
총 5마리였어요.
이름은 '참'이, '아름'이, '다운'이. '우리'(남아), '나라'로 정했어요. 우리를 뺀 나머지 냐옹이가 여자아이였고요.
보통 길냥이가 5마리를 다 낳기는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한두마리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거나
그것도 아니면 영양이 부족해 꼬리가 휘어있는 상태로 태어나거나...
요 아이는 셋째,'우리'였어요.
아가들은 저렇게 발톱을 숨기지 못해서 밖으로 드러나 있어요.
사람 냄새가 새끼에게 뭍어나면, 엄마 고양이가 돌보지 않는경우도 있다고 해서 위생장갑도 착용했습니다.
아가도 낳고 2주 정도 지났을 무렵.
슬슬 아가들 입양과 설기 입양을 고려하고 있었어요.
창가 문턱에도 올라가고.
깨발랄한 아가들과 설기.
하지만 조금씩 슬퍼지기 시작합니다.
제가 다 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가들을 다른 좋은 분들께 보내야 했어요..
이런 작은 생명들이 저희 집에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꿈만 같습니다.
새로운 세계에 와 있는 것만 같았어요. 천국같은 곳이요.
냐옹이들 입양을 보내면서 참 별사람 다 만났지요.
길냥이들 구조해서 입양보내시는 많은 분들이 존경스러워졌던 때였습니다.
괜한 오해도 받아보고, 욕도 먹고... 하하하;;;
설기와 아이들을 떼놓는 제 마음도 무거워만 갑니다.
하나, 둘씩 저희 집을 떠났지요.
첫째 참이, 다섯째 나라네요....
마지막까지 남았던 아름이.
설기의 아기들이 하나같이 정말 예뻤기에, 인기도 많았어요.
이후 설기의 입양도 함께 진행했지만, 역시 성묘다 보니 관련 문의는 한건도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동정이었지만, 집에 데리고 들어온 순간부터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
맞아요. 그때부터 여차하면 제가 업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이때 설기와 함께 살기로 결정했습니다.
2달만에 새 식구와 마주하게 되었구요.
설기는 아기들을 모두 보내기도 전에 발정이 왔습니다.
아기들을 생각보다 일찍 입양 보낼수 밖에 없었던 이유였지요...
단유를 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어쩔수 없이 중성화를 했지만, 잘 이겨내 주었습니다.
수의사 선생님도 수술을 아주 잘 해주셨구요.
수술 자국 핥을 까봐 네 레깅스를 잘라 급 환묘복을 만들어 주었어요.
편안하신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