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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친구 가위눌리고 엉엉 운 썰(욕주의).txt
게시물ID : panic_823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정복자쉘도르
추천 : 10
조회수 : 1623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5/08/08 20:53:11
  2년 전, 제가 툭하면 술 마시고 친구 기숙사 방에 쳐들어가 잠드는 못된 대학생이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그 날도 여느 때처럼 동아리 선후배들과 치맥을 곁들인 즐거운 화합의 시간을 갖고 새벽 한시 쯤 잘 곳을 찾아 친구네 방으로 향했었습니다. 괜히 미안하니까 쿨피스도 하나 사가지구요. 
  꼭 오늘처럼 그 날도 아주 푹푹 찌는 듯이 더운 날씨였습니다. 방에 도착해 보니 친구놈(이제부터 A라고 부르겠습니다)은 더위에 잔뜩 쩔어서 맨바닥에 누워 있더군요. 원래 에어컨을 24시간 틀어놓는 놈이라 약간 의아해하며, 왜 에어컨 안 틀고 있냐고 물어보니 고장나서 내일 수리를 받아야 한답니다. 선풍기도 없어서 룸메는 참다참다 피시방에서 밤이나 새겠다며 나가 버렸고, 몸에 열이 많은 A는 침대에 누워있는것 자체가 고통이라 맨바닥에 팬티만 입고 누워 있었던 겁니다.
  저도 내심 에어컨 틀어 둔 시원한 방에서 자는 걸 기대하고 왔어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찬물로 샤워하고 침대에 누우니 잠이 솔솔 와서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금세 잠들었습니다. 그렇게 한 30분 지났던가, 식혀둔 몸이 다시 덥혀졌는지 너무 더워서 땀범벅이 되어, 저는 잠에서 깼습니다.
  이불도 땀에 젖어서 축축하고, 바닥에서 자자니 A가 이미 누워 있어서 자리가 애매하고. 나도 옷 벗고 자야겠다 싶어서 윗옷을 벗고 주섬주섬 옷걸이에 걸고 있는데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습니다. 침대 아래쪽에서 들리는 A의 숨소리가 뭔가 이상했습니다.
  뭔가 싶어서 바닥을 내려다보니, 친구는 정자세로 누워서 입은 꾹 다물고 코로만 '훅, 훅, 훅'하는 소리를 내면서 짧게짧게 숨을 내쉬고 있었는데, 그 텀이 너무 짧아서 꼭 숨이 차서 헥헥거리는 듯이 보일 정도였습니다. 꿈속에서 달리기라도 하는 건가 싶어서 가만히 지켜보다가, 이게 혹시 그 수면 무호흡증인가 뭔가 하는 건가 싶어서 깨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하고 있던 순간이었습니다.

  "푸하!!!!!"

  순간 등에 스프링이라도 달린 듯이 A가 벌떡 일어나 무릎 쪽으로 허리를 굽혔습니다. 저는 기절할 듯 놀라서 몸을 틀다가 벽에 뒤통수를 부딪쳐서 순간 눈 앞이 새햐얘졌습니다. 아픈 것도 아픈 건데 도대체 이게 뭔 일인가 싶어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다시 A쪽을 보자 A는 엉엉 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습니다. 
  다 큰 남자가 엉엉 우는 모습은 그 때 처음 봤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혀서 일단 어깨를 두드리며 괜찮아? 라고 물었습니다. 일단 저 울음을 멈춰야 뭔 얘기라도 듣겠구나 싶어서요. 그랬더니 A가 눈물 범벅이 된 고개를 들고 저를 보면서 

  "깨워 줬어야지 씨발새끼야!!!"

  라고 고함을 치는 겁니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훌쩍거리기를 한 5분쯤 됐을까요, 이제야 어느 정도 진정이 됐는지 A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들었습니다. 뜬금 욕을 들어먹고 아직 벙쪄 있던 저는 그제사 무슨 일인지 사정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때 들은 이야기를 A의 입장에서 대강 써 보겠습니다.

  "아까 너 들어와서 씻고 잤잖아. 난 그 뒤로도 한참 깨 있었거든, 너무 더워서. 맨바닥도 처음 누울 때나 시원하지 계속 살 대고 있으면 자꾸 덥혀지니까, 계속 자세만 꾸면서 눈만 감고 있다가 겨우 잠이 들었단 말야. 근데 잠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눈을 떠 봤더니 몸이 안 움직는거야. 정말 손끝 하나 안 움직여지고, 배는 누군가 꾹 누르고 있는거 같고 해서 눈동자만 굴려서 배 위를 봤거든. 근데 거기 웬 어린애가 서 있더라. 한 다섯 살쯤 돼 보이는 애가 빙글빙글 웃으면서 날 내려다보고 있었어. 흰색 반팔 티에 검은 반바지를 입은 남자애였는데, 살갗이 하얗다 못해 푸르스름할 정도여서 그냥 딱 봐도 귀신 같더라."

  "그렇게 눈 마주치니까 애가 히히, 하고 웃는거야. 그러더니 갑자기 배 위에서 콩콩 뛰더라. 고개는 내 쪽으로 푹 숙여서 목은 보이지도 않고, 입은 귀에 걸릴정도로 찢어져 있고. 뭣보다 숨을 제대로 못 쉬겠는거야, 배 위에서 사람이 뛰고 있으니까. 근데 니가 갑자기 일어나더라. 도와달라고 소리를 내려고 해도 '으으으' 하는 소리밖에 안 나고, 애는 계속 펄쩍펄쩍 뛰고, 죽겠는거야. 그나마 니가 갑자기 내 쪽 보길래 깨워주려나, 했는데 멀뚱멀뚱 보고만 있고. 그러다 다시 배 위쪽을 봤는데 애 입이 더 찢어지는거야. 그러다 갑자기 애 머리가 내 얼굴쪽으로 툭 떨어지더라. 진짜 놀라서 발버둥을 쳤더니, 그제서야 겨우 몸이 일으켜진거야. 진짜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계속 나더라. 죽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이기도 하고."

  A는 욕한 건 정말 미안하다며, 한참을 쳐다보고만 있고 깨워주지는 않는 게 그 무서운 상황에서도 너무 화가 나서 그랬다며 제게 사과했습니다. 아니 깨울까 말까 고민하면서 쳐다본 게 기껏해야 3분쯤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길었냐고 되묻자 A가 놀라서 그 동안에 그 꼬마가 배 위에서 백 번은 뛰었을 거라고 하는데, 저도 소름이 끼치더군요. 결국 그 날 밤은 다시 잠들지는 못하고 피씨방에 가서 밤을 새워야 했습니다. 가위눌리는 사람을 옆에서 본 건 처음이었습니다만, 분명 눈을 감고 자고 있는 걸로 보였는데 제가 일어난 것도 알아차리고 한 걸 보면 참... 그 뒤로는 누군가 가위에 눌리는 것 같다 싶으면 바로 다가가서 일단 깨워놓고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진짜 자다가 괜히 깨게 됐을 때의 짜증보다, 가위눌려 있는 걸 누가 깨워 줬을 때의 다행스러움이 더 크다고 생각하게 됐으니까요.
  그리고 A는 자신이 대성통곡 하는 모습을 목격한 제 입을 막기 위해 치맥을 바쳐야 했다는, 끝은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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