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무성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거부 발표 단상
오늘 오후에 미국무성에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북한을 따로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AP통 신-US: Sinking of SKorean warship not terrorism). 조만간 국내에도 보도가 나가겠죠. 저 보도를 보는 순간 참 많은 생각들이 겹쳐지네요.
한국시간으로 어제인가요? MB가 전시작전지휘권의 반환을 몇년 연기하기로 미국과 합의를 봤습니다 (기사링크)... 이게 무슨 큰 업적이나 되는 것처럼 국내에 보도가 된 모양인데 바로 다음날 미국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꼴로 해석될 것 같군요.
한국과 일본 정부야 열 받을 것 같고... 중국과 러시아야 뭐... 그냥 그런가보다 할테고... 북한이야 아래 사진처럼 기고만장해질테고...
육이오 60주년 기념대회에서 반미구호를 외치는 북한군인 (사 진출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기사)
정치적인 입장이야 서로 다르니 뭐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제가 만약 근본에 충실한 보수주의자라면 가만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과연 우리나라의 보수주의자들은 천조국으로 보시는 미국 국무성의 이번 발표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가스통 둘러매고 군복 입고 설치는 무늬만 보수주의자인 양아치 할아버지들도 이번 기회에 미국 대사관앞에서 불쑈를 한번 하셔야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참에 이들도 진정 나라를 깊이 사랑하는 자세를 고 노무현 대통령의 다음 발언에서 배워봐야할텐데...2006년 12월 21일 평통자문회의 모임에 참석해서 노통이 전작권에 대해 발언한 내용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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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게 보는 관점에서 국방력을 비교하면 이제 2사단은 뒤로 나와도 괜찮습니다. 그거 뭐 공짜 비슷한 건데 기왕 있는 건데 그냥 쓰지 시끄럽게 왜 옮기냐. 저도 그렇습니다. 시끄럽게 안 하고 넘어가면 좋은데 제가 왜 그걸 옮겼냐 옮기는데 왜 동의했느냐. 심리적 의존관계, 의존상태를 벗어나야 합니다. 국민들이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는 의지와 자신감을 갖고 있어야 국방이 되는 것이지 미국에게 매달려서 바짓가랑이 매달려서 엉덩이 뒤에 숨어서 형님 형님, 형님 빽만 믿겠다. 이게 자주 국가의 국민들이 안보의식일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해서 되겠습니까. (박수)
인계철선이란 말 자체가 염치가 없지 않습니까. 남의 나라 군대를 갖고 왜 우리 안보를 위해서 인계철선으로 써야 합니까. 피를 흘려도 우리가 흘려야지. 그럴 각오로 하고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무슨 경제적인 일이나 그 밖의 무슨 일이 있을 때 우리 호주머니 손 넣고 그럼 우리 군대 뺍니다. 그렇게 나올 때 이 나라의 대통령이 당당하게 그러지 마십쇼 하든지 예 빼십쇼 하든지 말이 될 거 아니겠습니까. 나 나가요 하면 다 까무러치는 판인데 대통령이 혼자서 어떻게 미국과 대등한 외교를 할 수 있겠습니까. (중략)
그런데 2사단 빠지면 다 죽겠다는 나라에서 다 죽는다고 국민들이 와들와들 사시나무 떨 듯 떠는 나라에서 무슨 대통령이 무슨 외교부 장관이 미국의 공무원들과 만나서 대등하게 대화할 수 있겠습니까. 심리적인 의존 관계를 해소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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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어도 옳은 얘기죠. 특히나 독립심을 중요시 여기는 미국애들 입장에서 인계철선이란 표현 자체가 모욕적인 얘기인데....
MB 정부 입장에서나 국내의 양아치 보수주의자들 입장에서야 전작권 환수 연기가 달콤한 열매일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바로 그런 자세야말로 오늘 미국무성이 아무런 부담감없이 저런 발표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자신을 지키는 권리이자 의무를 미국에 맡겨놓은 주제에 무슨 대등한 대화나 협상이 가능하겠냔 말입니다.
어제 전작권 이양 연기 보도도 찝찝했는데 오늘의 국무성 발표는 화룡점정의 느낌입니다.
2006년 8월에 서프에 써 놓은 글 하나가 생각이 납니다. (전작권환수와 관련해서 인계철선과 자동참전의 관계)
미국인들의 생리를 안다면 그들 눈에 비춰진 전작권 이양 연기는 정말이지 MB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국격을 진흙탕 속에 내동댕이쳐버린 꼴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