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헤매이고 있다.
눈 앞에 펼쳐진 수많은 갈래, 그러나 결국은 전부 낭떠러지.
환상인건지, 사실은 훌쩍 뛰어내릴 수 있는 높이인건지, 그것도 아니면 진짜 낭떠러지인지
짐작조차 하기 힘드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분명 청춘이랬는데. 멋진 나이였을 터인데. 꿈 많고 희망이 있는, 그런 열정적인 나이었을 것인데,
나에겐 왜이리 힘겹고 버겁기만 한건지.. 이것조차 지나고 나면 꿈같은 나날일런지.
꽃 필 수 있을거라지만 사실 이미 펴버린건 아닌지, 아니면 벌써 시들어가는건 아닐런지.
스무살 이후부터 총알처럼 지나가는 시간들에 휩쓸리고 휩쓸려 정신차리고보면
일년이 훌쩍 이년이 훌쩍. 이렇게 또 눈 감았다 뜨면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겠지.
바쁘지만 한 것 없는 듯한 나날들.
바쁘고 힘들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것만 같은 죄책감에 시달리는 시간들.
제대로 나아가는건지, 아니 나아가고는 있는건지.
이대로 살아도 되는 것인지, 뭘 더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인지.
이게 맞는 길은 아닌거 같은데, 그럼 대체 뭐가 맞는 길인지..
열심히 사니까 보람차야 되는데 한숨만 늘어간다.
인내의 시간인가 그저 낭비되는 시간인가.
가면 갈수록 확신이 들기는 커녕 자꾸 가라앉는것만 같다.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살아온 세월이 자신감을 높여주는게 아니라 오히려 낮춘다.
그래, 이런 나도 분명 태어난 이유가 있을 것만 같은데.
어쩌면 그냥 작은 일개미중 하나인건가.
이런 삶에 작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하는 것 조차 욕심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