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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에반게리온 TS
게시물ID : animation_3475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TB
추천 : 2
조회수 : 60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8/09 22:55:58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날씨였다. 햇살은 강하게 내리쬐어 지면을 달구었고 달궈진 지면에선 신음을 짜낸 듯한 아지랑이가 올라왔다.
그 몽롱한 사선 위, 소녀는 휴대전화 부스 안에서 연신 수화기를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방금 전 선포된 비상사태 때문에 공중전화는
먹통이 된 상태였다.
 
"이래선 전화를 걸 수 없는데.."
 
짐도 제법 꾸려온 상태였고 그 짐을 몇시간 째 들고 있으려니 소녀의 입장에선 힘이 부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일단 대피소로 가야 하는 건가"
 
결국 소녀는 이 곳에 온 목적을 잠시 접어두고 대피소로 가기 위해 내려놓았던 보스턴 백에 손을 뻗었다.
 
쿵!
 
그 순간 귓가에 울리는, 발 밑으로 느껴지는 육중한 감각에 소녀는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감각의 출처를 찾으려 들었다.
 
쿵!
 
주위의 전선줄에 앉아 있던 모든 새들이 날개짓을 하며 자리를 떠났고 잠시 후 소녀는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넋을 잃을 뻔 하였다.
 
먼저 검은색의 거대한 발이 지면을 밟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이내 전투기 몇대가 거대한 발의 주인인 기묘한 형상의 거인과 함께 등장했다.
 
소녀는 여지껏 본 적 없는 모습에 압도되어 멍하니 지금의 광경을 눈에 담고 있었다. 소녀의 마음을 대변하듯 교복 치마가 격렬한 바람에 펄럭거렸다.
 
'저건 대체 뭘까...'  라는 호기심이 생존에 대한 욕망 보다 우선 순위에 머물렀다. 소녀는 평소 보다 커진 동공을 깜빡거리며 저도 모르게 앞으로
한 발짝씩 발을 내딛으며 낯선 광경 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갔다.
 
슈우욱 - 콰쾅!
 
전투기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자욱한 연기를 내뿜으며 거인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거인이 인간의 상식을 벗어난 존재이듯 미사일은 거인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 했다. 오히려 미사일 폭발의 여파로 일어난 바람에 밀쳐진 소녀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을 굴렀다. 그제서야 정신이 든 소녀는 놓친 보스턴 백을 잡고 앉은 채로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정신이 들어서 조차도 그 장면을 목격하고픈 욕구가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한 전투기의 미사일 발포를 시작으로 모든 전투기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모든 화력을 거인에게 쏟아붓기 시작했다. 온갖 화약들의 폭발이 거인의 몸을 붉게 뒤덮었지만 거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인의 짧은 반격에 전투기 한대가 추락했다. 이내 거인은 갑작스레 도약해 추락한 전투기를
짓밟았다. 추락한 전투기 앞에 있던 소녀는 전투기가 폭발하자 자연스런 보호 본능으로 눈을 감고 팔로 얼굴을 감쌌다.
 
끼이익!
 
그 순간 들리는 자동차 바퀴의 마찰 소리, 소녀가 눈을 뜨자 그 앞엔 조수석 문이 열린 파란색 르노 한대가 서 있었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건
젊은 여인이었다. 누군가와의 만남을 위해서인지몰라도 치장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여실히 드러났다.  
 
"미안~ 많이 기다렸지?"
 
여인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며 맨 눈으로 소녀와 눈을 마주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얼굴, 소녀는 금새 그 출처를 알아 내어
치마 주머니에서 한장의 사진을 꺼냈다. 사진 속에도 한명의 여인이 있었고 그 모습은 지금 운전대를 잡고 있는 여인에 비하면 수수한 편이긴 하지만
전체 적으로 봤을 땐 동일한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아, 안녕하세요. 카츠라기씨"
 
혼란스런 와중에서도 소녀는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을 빼먹지 않았다. 여인은 소녀의 태연한 인사가 지금 상황의 경중을 모르는 것만 같아 속으로 혀를 내두르면서 소녀를 차에 태웠다. 위에선 한창 전투기들과 거인의 교전으로 아수라장을 빚고 있었으나 여인의 빼어난 운전 솜씨로 쉽사리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소녀는 점점 멀어지는 아수라장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기라도 한 듯 백미러에 비치는 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침착하다고 하기엔 순진한 면이 있었고 소녀답다고 하기엔 대담한 면이 있었다. 여인은 소녀의 성격을 이 것이다 라고 정의 내리기 어려운,
독특한 성격이라 생각했다.
 
'뭐, 그건 다음에 생각하기로 하고 우선은..'
 
여인은 자신을 소개함에 앞서 헛기침을 한번 함으로써 소녀의 주목을 자신에게로 이끌었다.
 
"아, 죄송해요. 카츠라기씨. 너무 신기해서 그만"
 
소녀는 자신의 행위가 결례였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냐 아냐, 네가 미안해 할 이유는 전~혀 없어. 오히려 늦게 도착한 내가 미안하지"
 
사소한 부분 마저 순순히 자신의 잘못임을 인정할 줄 아는 소녀의 모습에 여인은 되려 자신이 미안함을 느끼며 이마를 긁적거렸다. 여인은 소녀의
성격이 방금 전의 생각 보다 훨씬 종잡을 수 없는 부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부를 필요 없이 미사토라고 부르면 돼. 여차하면 미.사.토.짱~이라 불러도 괜찮구 말이야"
 
여인은 한껏 텐션을 올려 대답했다. 내심 인위적인 티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했다.
 
"죄송해요. 아직은 제가 힘들 것 같아요"
 
"아하하... 그렇구나.."
 
여인은 허를 찔린 듯 바람 새는 웃음소리를 내뱉었다. 왠만해선 싫다는 티를 내더라도 네 라는 대답을 할 터인데 소녀는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그대로 내비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소녀는 자신이 여인에게 무안을 주었다는 사실도 외면한 채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데 여념이 없었다.
 
'하긴... 낯을 가릴 만한 나이기도 하니까..'
 
미사토는 소녀의 말을 그 나이대 여자 아이들이 으레 가지고 있는 수줍음으로 여기려 했으나  어딘가 찝찝한 느낌이 드는 것을 떨쳐낼 수 없었다.
소녀의 말은 산뜻했지만  어딘가 선을 긋고 싶어 하는 것만 같이 들렸다.
 
"아쉽네. 난 이름으로 부르고 싶었었는데... 그..."
 
여인은 처음 만난 여자아이를 자신의 견해로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자신이 거절 당한 것 같은 기분에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들어 소녀의 성과
이름을 담아서 말을 해보려 했으나 막상 생각이 나지 않아 말을 얼버무렸다.
 
"레이.."
 
"어?"
 
소녀는 창 밖을 바라보다 말고 고개를 여인 쪽으로 돌려 확실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이카리 레이에요. 잘 부탁드려요 카츠라기씨"
 
소녀는 웃고 있었다. 그 또래의 여자아이 답게 싱그러운 맛이 있었으나 여인은 방금 나눈 대화의 느낌 상 소녀의 미소를 마냥 밝게 느낄 수가 없었다.
결정적으로, 소녀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지만 눈은 여전히 다른 것을 갈망하는 맥없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ㅇ,응. 나야말로 잘 부탁해. 이카리...양"
 
이 말을 끝으로 한동안 둘 사이에서 이야기가 오고 가는 일은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소녀와 여인은 첫만남에서 부터 서로에게서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여인은 소녀에게서 이런 반응을 기대하고 있지 않았으므로 당혹감까지 더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여인이 어색함을 느끼고 있는 사이 여인이 운전하는 파란색 르노는 소녀를 기다리고 있는 목적지를 향해 가까워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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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끝나가던 와중에 접하게 된 에반게리온의 팬픽 2ND RING에 빠져서 써보게 된 글입니다.
 
뭐 언제나 그렇듯 부족한 글솜씨, 봐주시는 모든 분들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제 의지가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기에 계속 쓸 글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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