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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공포라고 할만한 경험은 이거 하나 밖에...
게시물ID : panic_824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궁서체사절
추천 : 12
조회수 : 1433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5/08/10 16:32:08
그냥 말 짧게 쓸께요. ㄷㄷㄷㄷㄷ

저 중학교 때 유행하던 시리즈 책이 있었음.
바로 丹 시리즈.

중학교 3학년 때도 매월 폐품 수집하는 날이 있었고,
교실 뒤에 잔뜩 쌓인 폐지 더미에서 껍대기에 한자로 쓰인 그 책을 우연히 본 게 문제였음.
고입 연합고사 준비로 매일 문제지만 보다가 그 책이 신박해 보여서,
다른 애들이 썬데이 서울 챙기고 있을 때 난 그 책을 챙김.

집에 와서 보는데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300 쪽 미만이었던 거 같음.

내용은 뭐... 丹 의 수련법, 효과 같은 게 잔뜩 들어있는데
정말 쉬운 거였음.

들숨을 네 음절에 맞춰서 들이쉬고, 날숨도 네 음절에 맞춰서 내쉬라고.
예를 들어서 대.한.민.국 하면서 들이쉬고, 내쉴 때도 대.한.민.국 하는 식으로,
입 꼭 다물고 코로만 숨쉬면 된다는 거였음.

쉽네? 바로 시작 했음.

이게 뭔가 하면서도 그냥 계속 함.
몇 분쯤 지난 거 같은데 아무 변화 없음.

몇 분 더 계속 하는데 몸이 흔들림.
어... 이상한 기분인데...

신기하다!!
계속 함.

몸이 점점 더 흔들리고, 뭔가 몽롱한 기분이 됨.
마치 책상다리한 내 몸이 바닥에서 둥둥 뜬 것 같은 기분.
어... 이상해... 근데 이거 뭔가 무섭다 그만해야지.

그렇게 첫 시도 마치고, 그 뒤로 몇 번 더 했음.
할 때마다 몇 분 지나면 몸이 막 흔들리고, 이상한 기분에 몽롱해지는 거임.
이게 뽄드 분다는 애들이 느끼는 그런 건가? 싶었고, 왠지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어서 그 뒤로 안 함.


문제는...

그 뒤로 잘 때마다 가위 눌림.
ㅜㅜ

가위 눌린다는 거 얘기로만 들었지 그게 어떤 건지도 몰랐는데,
첫 가위 눌렸을 때는 정말 끔찍했음.
눈은 말똥말똥한데 몸은 꼼짝도 안 하고, 몸은 땅 밑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말이 안 나오고, 손가락 하나도 안 움직이는 게
그게 가위라는 걸 알았음.

밤에 잘 때마다 가위 눌리니 밤에 공부한다는 핑계로 안 자고 버팀.
아주 그냥 피곤해서 기절하듯이 자야 가위가 안 눌려서 새벽 4시쯤 자고, 7시에 일어나는 일과가 되버림.
덕분에 학교에서 선생님이 완전 이뻐하심.
연합고사 대비 모의고사 점수가 기냥 갈수록 막 잘 나와서.
ㅜㅜ

망할 그 책 보고 따라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 안 생기는 건데 하는 원망이 가득.

그 가위눌림은 그 뒤로 몇 년을 더 괴롭히다가 점점 빈도가 줄더니 사라졌음.


남들은 살면서 귀신도 보고, 이상한 것도 본다는데
내겐 지금까지 살면서 그때 날마다 가위 눌리던 시절만큼 무서웠던 기억이 없음.
해 지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웠,,. ㅠㅠ


그때 그 책의 수련법이라는 게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네 음절로 숨 쉬기를 반복하는 게 지가 지 스스로 최면에 빠지게 하는 거 아니었나 싶고,
그 뒤로 잘 때마다 고생했던 게 그 부작용 아니었을까 싶음.


근데 쓰고 보니 하나도 안 무서움.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출처 그릉 거 음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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