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을 목전에 둔 기러기 아빠인 김덕배(52, 가명)씨는 남들에겐 밝힐 수 없는 한 가지 특별한 취미가 있다.
길고도 길었던 일과가 끝나는 금요일 밤, 그의 특별한 옷장 문이 열리는 순간, 덕배는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탈바꿈한다.
정년퇴임을 걱정하고, 캐나다에 유학간 아들과 뒷바라지 한다며 쫓아간 와이파이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하던 평범한 중년 남성 김덕배는 사라지고, 그 자리엔 10cm 킬힐과 짧은 미니스커트, 짙게 바른 빨간 립스틱이 고혹적인 분위기를 조화롭게 자아내는 미모의 여성(덕배의 주관적 판단), 김덕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덕화는 오늘의 Shopping을 위해 화장에 특별히 더 공을 들인 채(짙은 아이라인과 도발적인 볼터치로 그녀는 못된 흡혈귀처럼 보였다) 불타는 금요일 밤의 도시를 가로질렀다.
쏟아지는 시선과 비웃음 섞인 손가락질은 덕화를 위해 준비된 SPOTLIGHT에 불과했다. 가슴께에 흘러내리는 브라를 고쳐매며(양 가슴에 손을 올린 채 몸을 부르르 털어 올리는 동작은 그녀가 숙련된 브라-er임을 보여줬다) 근처의 여성복 매장으로 입장한다.
"어서오세.....?!!"
밝게 웃으며 고객을 환대하던 여점원의 동공이 흔들리고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깜짝 놀라는 점원을 도도하게 스쳐지나가던 덕환이 곧게 뻗은 검지로 한 구의 마네킹을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