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적자를 면하거나,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서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은 시장경제 체제에서 대단히 보편적인 일입니다. 전세계 유력 기업들의 생산기지가 모조리 중국과 베트남으로 옮겨간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동네에서 치킨집을 하다가 그 동네 상권이 너무 열악해서 도저히 장사가 안되면 어떻게 됩니까? 문을 닫거나, 다른 동네로 옮기거나 하죠. 한진중공업이 생산기지를 필리핀으로 옮긴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이건 대단히 세밀한 경영적 결단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물론 그 결단이 결과적으로 실패할 경우 책임은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이 집니다. 회사가 적자를 내고 주가가 폭락하고 휴지조각이 되면 주주들은 지 재산 날리는거니까 당연히 뼈저리게 책임을 지게 되죠.
노조는 회사의 '주주'가 아닙니다.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주식수를 보유하고 있지 않는 한 이런 경영적 판단에 대해서는 노조가 왈가왈부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회사는 노동자들과의 근로계약을 맻고서 사람을 채용한 것이지, 경영자를 채용한게 아니니까요. 특히 현행 노동법에 따르면 주주의 고유 권한인 생산기지 이전, 인수합병 등에 대해 노조는 파업권을 가지지 못합니다.
오늘 한겨레신문에 올라온 민주노총 김진숙씨의 인터뷰는 그런 이유에서 설득력이 약합니다. 애초에 한진중공업이 근로자들을 채용할 때 "아무리 경영이 악화되도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지 않을 것이며, 평생 고용을 보장해주겠다"고 약속이라도 했나요? 왜 계약에도 없는 평생고용을 요구하면서 불법 파업을 벌이는지 납득이 안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