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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펌] 내가 항상 히치하이커들을 태워주는 이유
게시물ID : lovestory_752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피오라오피
추천 : 11
조회수 : 979회
댓글수 : 70개
등록시간 : 2015/08/11 1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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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펌글
제가 레딧에서 너무 감명깊게 읽은 댓글이라 번역해봅니다!
"당신은 히치하이커들을 태운 적이 있나요?" 라는 질문글에 달린 댓글입니다. 
히치하이커는 주로 여행 목적으로 차를 얻어타 다니는 이들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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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가에 서성이는 누군가를 볼 때마다 늘 차를 세운다. 
몇 년 전 큰 도시로 이사를 한 이후에는 여자친구가 불편해하는 것도 있고 해서 히치하이커를 봐도 곧잘 지나치곤 했었는데, 
이 일을 겪은 이후부터는 늘 히치하이커를 태우는 습관이 들었다. 
사실 히치하이킹이랑은 별 상관 없는 이야기라서 이 스레에는 어울리지 않을지 모르는 이야기지만.. 일단 써봐야겠다.

지난 1년 동안 세 번이나 차 문제로 고생을 했다. 
한 번은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타이어가 펑크났고, 한 번은 퓨즈 몇 가지가 말썽을 부렸고 나머지 한 번은 운전 도중 기름이 떨어졌다. 
세 번 모두 남의 차를 운전하는 동안 일어났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의 차를 운전할 때 차가 말썽을 일으키면 훨씬 더 심란해진다. 
현실적인 면에서 상당히 골치 아파지는 것은 물론이다. 난 이런 저런 차 문제에 대비하여 장비를 차에 구비해놓지만 남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곤란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나는 사람에 대한 정이 뚝 떨어졌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보험회사를 몇 시간 씩 기다리다보면 나를 도와줄 수 있을 만한 렉카차도 여러 대 지나가고, 
힘들여 걸어간 주유소에서는 내 상황을 눈치 채고 말도 안되는 가격에 기름을 팔려고 든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이 나라 정말 말세다, 하는 소리가 절로 났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세 번 모두 나를 도와준 사람들은 이민자들이었다. 
그것도 미국에서 핍박 받고 무시 받기 일쑤인 멕시코 이민자. 
그들 중 영어를 할 수 있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이 내 인생관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

그는 타이어가 펑크 났을 때 흔쾌히 나를 도와줬다. 그의 차에는 6명의 대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타고 있었다. 
나는 큰 지프차를 몰다가 타이어가 펑크 났었는데, 타이어가 하나 더 있지만 잭이 없는 상태였다. 
고속도로 곁가에 차를 세워두고 엉터리 사인을 큼지막하게 차 옆에 세워뒀었다. "잭이 필요합니다. 사례는 얼마든지 해드리겠습니다." 

네 시간을 고속도로에서 허비하고 그냥 히치하이킹을 해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무렵, 큰 봉고차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그가 내렸다. 
그는 내 상황을 단숨에 이해하고 영어를 할 줄 아는 막내 딸을 불러 통역을 시켰다. 
그는 딸을 통해 자기가 잭이 있지만 지프차를 위해 쓰기에는 조금 작으니 내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차에서 큰 톱을 꺼내더니, 도로가에 있던 나무를 대충 메어 지렛대의 받침으로 이용했다. 
그렇게 엉성하지만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한 준비를 끝낸 후,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는데 아뿔싸, 그가 가지고 온 지렛대를 박살내고 말았다. 으..

그는 신경 쓰지 말라는듯 웃어보이더니 아내에게 무언가 언질을 주었다. 
그녀는 잽싸게 근처 주유소로 가 새로 지렛대를 하나 사왔다. 그렇게 우리는 둘 다 땀에 범벅이 되어 타이어 교체 작업을 끝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그의 아내는 우리가 작업을 끝내자마자 시원한 물로 가득 찬 물통을 들고와 우리가 손을 씻을 수 있도록 물을 따라내기 시작했다. 

나는 한사코 거절하는 그에게 20불을 쥐어주려 기싸움을 하다가 결국 그의 아내에게 조용히 20불을 주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들에게 정말로 고맙다는 말을 전한 후, 그의 막내딸에게 어디에 사느냐고 물었다. 나를 흔쾌히 도와준 그들에게 선물이라도 보내주고 싶었다. 
그러자 그 아이는 자기 가족은 멕시코에 사는데, 체리를 따기 위해 잠시 미국으로 올라온 것이라고 했다. 
나에게 점심을 먹었냐고 물어보는 아이에게 고개를 저어보이자 얼른 봉고차로 달려가 타말레를 꺼내왔다. 정말 눈물나게 맛있는 타말레였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보다 몇 배는 가난한 이 가족은 시간이 곧 돈인 수확 일을 하면서도 한 두시간을 들여 생판 남인 나를 도와준 것이다. 커다란 렉카차를 몰고 있던, 나를 쉽게 도울 수 있던 이들이 몇번이나 나를 지나칠 동안.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들에게 인사를 건낸 후  터덜터덜 내 차로 돌아와 타말레의 포장을 까는데, 글쎄 내가 그들에게 준 20불짜리가 은박지 사이에 숨겨져 있는 게 아닌가? 
난 지폐를 발견하자마자 이제 막 출발하려는 봉고차로 있는 힘껏 뛰어갔다. 
창문을 내린 그에게 제발 돈을 받아달라고 되도 않는 스페인어로 Por Favor, Por Favor 만을 반복하고 있는데, 그는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무척 힘을 들여 집중을 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최선을 다해 내게 영어로 말했다.

"오늘은..당신. 내일은..나."


그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창문을 닫고 멀어져갔다. 뒷좌석에서 나에게 손을 흔드는 그의 막내딸을 보면서 난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정말 내맘대로 하나 되는 게 없는 한 해였는데... 구원을 받은 것 같았다.

그 이후로 난 히치하이커를 여러번 태웠을 뿐만 아니라 타이어도 몇 번 갈아주고, 주유소에서 기름을 받아주기도 하고, 한 번은 내 갈길에서 50마일이나 떨어진 공항으로 누군가를 태워다 준 적도 있다. 내가 도운 누군가가 나에게 사례를 하려고 할 때마다, 나는 늘 그가 나에게 한 말을 해준다.

"오늘은 당신. 내일은 나"

출처 https://www.reddit.com/r/AskReddit/comments/elal2/have_you_ever_picked_up_a_hitchhiker/c18z0z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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