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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에반게리온 TS - 2
게시물ID : animation_3479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TB
추천 : 2
조회수 : 116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8/12 01:42:08
한편 제3신도쿄시 밑의 지오 프론트는 완연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특무기관 네르프, 그들은 분명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임에 분명
했으나 그들의 적 사도는 가공할 만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관제실 안의 어느 누구도 말을 함부로 꺼내지 않았다.
 
"역시 통상 병기는 의미가 없군
 
부사령관 후유츠키 코조는 아까 전의 결과가 당연하다는 듯 읊조렸다. 딱히 누군가에게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았지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네르프의
사령관, 이카리 겐도였다. 겐도는 아무런 감흥도 느껴지지 않는 무신경한 눈빛으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모니터 안에 비춰진 사도는 UN군이
가지고 있는 최고 위력의 병기인 N2 폭탄을 직격으로 맞았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건재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기고만장해 하던 UN군의
고위장교들은 일그러진 표정을 한 채 물러나 버린지 오래였다.
 
몇몇은 상황을 보고해야 할 본분도 잊어버린 채 모니터를 통해 마주하고 있는 적에게 경악하고 있었다.
 
"....대위는아직인가"
 
그 순간, 겐도의 한마디가 잔뜩 움츠러 들었던 관제실의 분위기를 이완시켰다. 작동이 멈춘 톱니바퀴 사이에 기름칠이라도 한 듯 관제실의
모든 이들이 서서히 정상적으로 작용하기 시작하였다.
 
오퍼레이터 휴우가는 사령관의 명령에 황급히 수화기를 든 다음 서둘러 사령관 딸의 수송 책임을 맡은 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너무하네~ 이 쪽도 나름 빠르게 오고 있는 거란 말이야"
 
"...아무쪼록 부탁드립니다"
 
"알겠어. 카 트레인이나 준비해 줘. 바로 갈 수 있는 걸로"
 
겉으로는 투정을 부리는 척 했지만 휴우가의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에서 미사토는 현재의 상황을 얼추 짐작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다 해도. 이 쪽은 까다로운 공주님을 모시고 있단 말이지...'
 
속으로 한숨을 푹푹 내쉬며 시선이 보이지 않는 선글라스의 이점을 이용해 레이 쪽을 흘끔 쳐다 보았다. 방금 전 시끄러운 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레이는 미사토 쪽엔 일말의 궁금함도 내비치지 않은 채 여전히 쏜살같이 지나가는 창 밖 풍경을 훑는데에 여념이 없었다.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저 아이..'
 
언뜻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아 보여도 레이라는 아이와의 실질적인 거리는 아득한 수평선 너머에 있는 것 같았다.
 
"어.. 저... 이카리양?"
 
미사토는 가급적이면 부드럽게 레이를 자신만의 세계에서 빼내려 했다. 실제로도 그러했는지 레이는 미사토의 목소리가 들린지 몇초가 지나서야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다.
 
"무슨 일이시죠?"
 
"아하하.. 그게.. 지금 모두 이카리양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야. 그래서 더 빨리 갈려고 하는데.. 괜찮을까?"
 
"네. 괜찮아요"
 
역시 예상대로 선뜻 나오는 대답, 형식적으로나마 허락을 받았기에 미사토는 일단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밟고 있는 엑셀에 천천히 힘을 가했다.
 
아무도 떠나고 없는 한적한 도로에 파란색 잔상이 스쳐 지나갔다.

.....
 
세게 밟은 엑셀 덕분인지 몰라도 둘은 금방 지오 프론트로 향하는 카 트레인에 당도할 수 있었다. 적잖게 덜컹 거리는 소리가 깊은 생각에 빠지는
것을 방해하는 모양인지 레이는 전처럼 어딘가에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 하고 이리저리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미사토는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 레이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이번 만큼은 자기 쪽에서 적극적으로 치고 나가기로 결심했다.
 
"이카리양, 이 밑에 아버지가 계신 건 알고 있지?"
 
"...그런가요"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고 계신지는 알고 있고?"
 
"잘 모르겠어요"
 
마르둑 기관의 보고서로 레이에 관한 왠만한 사실들은 꿰고 있는 미사토였으나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짐짓 모른 척을 하면서 질문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면서 내심 레이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건 아닐까 싶었지만 레이의 표정에선 딱히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혹 느끼고 있을 불편함을 겉으로 내비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그렇다면 아직까지 참을만한 수준이라는 얘기라는 것이므로 미사토는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레이와의 대화를 계속 주도해 나갔다.
 
"그러고보니 아까 상황에 대해서 궁금한 건 없어?"
 
"..네?"
 
"왜 있잖아.. 아까 봤었던 그.. 거인 말이야.."
 
그러고보니 레이는 사도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았다. 왠만해선 물어볼 만도 할텐데 어지간히도 혼자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아이구나..라고 미사토는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레이에 대해서 편견을 가지기 시작했다.
 
"가르쳐 주지 않으실 것 같아서요"
 
"원한다면 조금은 가르쳐 줄 수도 있는데, 너무 쉽게 단정 짓는구나"
 
"...그런가요"
 
전과 같은 대답에 어조 마저 비슷하다. 이 아이가 지금 내 말을 제대로 듣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 미사토의 미간이 약간 찌푸려졌다.
 
"이카리양, 미안한데 원래 말투가 그런 거야?"
 
"네.. 그런 것 같아요"
 
"조금은 더 성의있게 말해줄 수 는 없을까? 뭐랄까~ 듣는 입장에서 조금 난처해야 하다고 할지.."
 
그리고 흘리는 어색한 웃음, 미사토는 머리를 긁적이며 노심초사 레이의 반응을 기다렸다.
 
"죄송해요. 힘들 것 같네요"
 
미사토의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대답이었다.
분명히 예상한 답변이었음에도 미사토는 왠지 모르게 기운이 빠져 운전대에 팔을 기대 머리맡을 묻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전녀전이라고, 이런 건 이카리 사령관을 쏙 빼닮았네'
 
"하아..."
 
이내 마음을 고쳐 먹으면서 기지개를 켰다. 미사토의 갑작스런 행동에 레이도 몸을 바짝 세우며 놀란 티를 내었다.
 
"이카리양, ID 카드 가지고 있지?"
 
"네"
 
레이는 미사토의 요구에 즉각 ID 카드를 내밀었다. ID 카드와 같이 붙어 있는 종이에는 휘갈긴 필체로 써진 '와다오'란 글자가 써 있었다.
그 밑엔 겐도의 이름이 써져 있었다. 종이는 한번 구겨진 흔적만 빼면 그런대로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자, 그럼 이거 읽어두고 있어"
 
미사토는 옆에 두고 있던 네르프 관련 안내 책자를 레이에게 건네주었다. 레이는 미사토에게서 받은 책자의 표지를 유심히 들여다 보며 넌지시
한마디를 내뱉었다.
 
"이 곳이 아버지가 일하시는 곳이군요"
 
"맞아"
 
"그리고 아버진 제가 필요해서 절 부르신 거고요. 아닌가요?"
 
"...."
 
숨이 턱 막히는 느낌, 미사토는 레이의 말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지 못 한 채 허공을 바라보았다. 
 
"카츠라기씨는 아버지가 제게서 뭘 필요로 하는지 알고 계신가요?"
 
미사토의 말과 행동에 수동적으로 대응만 하던 레이가 적극적으로 미사토에게 대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누었던 레이와의 대화를
생각하자면 이렇게 먼저 말을 걸어준다는 것은 반가운 사실이었지만 주제가 다소 민감했다. 그나마 수송 명령 외의 어떠한 사항도 전달 받지
않았었기에 미사토는 편하게 자신이 알고 있는 그대로를 레이에게 말 할 수 있었다.
 
"미안~! 나도 잘 모르겠어"
 
"그렇군요"
 
"이카리양,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은 거야?
 
미사토는 방금 전 나눈 대화에서의 느낌을 그대로 말에 실었다. 동병상련의 처지랄까, 방금 전 아버지의 얘기를 입에 담던 레이의 모습은 예전의 자신을
떠올리게끔 했다.
 
"아뇨. 아버지와의 사이는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 이따금씩 찾아와 주시기도 하고... 하지만..."
 
"하지만?"
 
그 순간 지오 프론트의 모습이 창 밖으로 펼쳐졌다. 붉은 저녁 노을을 그대로 받아내는 지오 프론트의 모습은 황홀하기 이를 데 없었다. 허나 미사토는 아래의 풍경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항상 봐왔던 풍경이기도 하거니와 중요한 순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노을을 등지고 앉아 있는 레이의 그림자가 미사토 쪽으로 길게 뻗어져 나갔다.
 
"아버지와의 사이는 겉모습일 뿐이에요. 전 아버지가 싫어요"
 
레이는 할 말을 마쳤는지 고개를 돌려 발 아래로 펼쳐진 지오 프론트를 바라보았다.
 
레이의 대답을 들은 미사토는 시선을 반대로 돌린 채 팔짱을 끼고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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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두번째 글도 쓰게 되었습니다.
 
팬픽이 아무래도 자기만족용 글이다 보니 능력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겠죠.
 
대리만족이라도 해주셨다면 감사하겠습니다.
 
혹 첫번째로 썼던 글을 보고 싶은 분이 계실까 싶어 링크를 남깁니다.
 
http://todayhumor.com/?animation_347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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