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저녁의 바람은 시원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여름입니다.
맥쥬하면 여름,
여름하면 맥쥬.
옛날엔 팥빙수를 먹다가,
얼음 꼭대기에 토핑되었던 통조림 체리는
맨 마지막에 남겨놓고 먹었던 것처럼
여름의 마지막에 맥쥬를 마실 시간도
팥빙수 바닥에 깔렸던 체리마냥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은,
탕수육 부먹찍먹 이전에
팥빙수 체리 선먹후먹이 있었더랬지요.ㅋ
설빙이 이걸 안하는건
CEO인 그녀가 32살이기 때문이구요 ㅋㅋ
2.
몸의 근육을 피곤하게 해야 잠이 잘 오는 것처럼
뇌근육을 피곤하게 해야 고민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뇌근육이라는게 사실 글을 쓸때 많이 필요하지요.
맥쥬를 마시면서 요로코롬 주저리 주저리 끄적이는게 나름 스트레스 해소이자
작금의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치료입니다.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맥쥬는 혼자가 아닌 함께 마실때 더 빛을 발하지요.
맥쥬는 소주처럼 슬픔이 아닌
건배를 하면서 기쁨을 나누는 술,
건배한 맥쥬와
건배안한 맥쥬는
그 맛이 가히 비교불가니까요.
3.
여름의 맥쥬가 즐거운건
하모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름이 제철인 갯장어지요.
원래는 여수에서 일본으로 수출만 해오다가
몇년전부터 서서히 국내에서도 수요가 늘어나면서 인기를 더하고 있지요.
인천의 모 음식점이 여수직송이라 양도 푸짐하지만, 매번 가기 멀어서
S대 근처에도 가곤 했는데,
글쎄요... 가성비를 따지는 저에게 S대 근처의 하모집은
2등급 육우로 드라이에이징 한 쇠고기처럼 가격만 비싸고 본말이 전도되어 보이더군요.
정치를 위한 정치,
결혼을 위한 결혼,
뭐하나 본말이 전도되면 안 피곤한게 어디 있겠습니까.
한약재 육수로 우려내서, 비싸다는 당위성을 주는 하모보단
담백하게 데쳐낸 하모 유비끼가 더 입맛이 땡기더군요.
4.
여름도 서서히 끝물입니다.
더 이상 저녁 8시에 해는 떠 있지 않더군요.
얼마전의 파리의 여름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대낮같은 저녁 10시.
해는 아직 아쉬워서 저녁에 돌아가지 못하고
달은 아직 수줍어서 저녁에 나올 생각이 없습니다.
그 찬란한 매직아워가 얼마 남지 않음에 아쉽기만 합니다.
그래서 8월엔 좀 더 마셔봐야 겠습니다.
크리스마스날에 그와 그녀가 100일이 되려면
9월부터 만나야 되지만,
우리에겐
8월도 크리스마스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