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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못 입는 남자 이야기
게시물ID : humorbest_10718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48
조회수 : 6020회
댓글수 : 1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6/02 20:36:21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6/02 09: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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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의 옷 입은 모습을 본 사람들의 최고의 칭찬은 "새로 옷 샀네요." 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옷 잘입는다는 말을 듣지 못하는 데는
살아온 환경의 영향이 크다고밖에 할 수 없다.
나는 위로 4살, 2살 터울의 형이 있다. 어머니는 큰 형의 옷이 작아지면 잘 보관했다가 작은 형에게 입히고, 작은 형에게도 그 옷이 작아지면
다시 내게 입히고는 하셨다. 그러다 보니 나는 어린 시절부터 유행과는 거리가 먼 옷들을 입게 되었고(심지어 형들도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이건 막내에게 물려줘야 되니까 깨끗이 입어야지 하는 기본자세가 배어있었다. 그놈들은 평소 막내를 배려하지 꼭 그런 쓸데없는 배려만 내게 하곤 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은 눈에 잘 띄어야 되기 때문에 밝은색 옷을 입어야 한다는 어머니의 가치관이 있으셔서 항상 우리 형제는 빨강, 노랑, 파랑,
녹색 등의 화려한 옷들을 입어야만 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형제 셋 다 글로벌한 외모를 가지고 있어 그런 밝은 색의 옷들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국민학교를 갓 입학했을 때 3형제가 나란히 등교할 때면 빛의 3원색 형제, 신호등 형제 등으로 불리고는 했다.
아무리 봐도 우리 어머니는 심각한 전대물 매니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리더인 아버지는 항상 흰색(어머니께서는 아버지 인상이 험악해서
착해 보이려면 흰색을 입어야 한다고 하셨다.) 을 그리고 실질적 리더인 어머니는 항상 여왕벌처럼 화려한 꽃들이 만개한 옷을 선호하셨다.
 
나이가 들어 어머니의 빛의 3원색 손아귀를 벗어나 자유로운 의상 선택의 자유가 생겼을 때, 나는 서울 멋쟁이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어울리는 옷이
없었다. 최신 유행의 옷을 입어도, 가격이 비싼 옷을 입어도 한국에 관광하러 온 태국인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자취를 하다 보니 빨래하기
귀찮아서 때가 타도 표시가 나지 않는 검은색, 회색 옷만 입게 되었고, 나름 매일 옷을 갈아입는데도 동기들은 "야 너 옷 좀 갈아입고 다녀"라고 항상
말하고는 했다. 금전적인 여유가 생긴 직장인일 때도 나는 회사에서 옷을 못 입는 남자 직원이었다. 심지어 여직원들이 "못생긴 사람은 있지만, 옷을
못 입는 사람은 없다"라는 슬로건으로 종이 인형 옷 입히기처럼 다양한 코디를 해주었지만, 결과는 "대리님은 그냥 평소대로 입으세요." 라면서
포기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옷 못입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들이 나를 그리 닮지 않아서 다양한 색상의 옷들이 잘 어울리는 다는 것이다. 어제 서울로 손자를 보러 오신 어머니는
전대물 매니아 답게 손자에게 녹색 옷을 사주셨다. 아들의 모습에서 30여 년 전 가장 작은 신호등이었던 내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아들이 나를 닮지 않아서 피부가 하얗다는 말에 어머니께서는 "커봐야 알지" 라며 손자에게 독설을 날리셨다.
하긴 어머니 말씀으로는 나도 어렸을 때는 귀여운 고구마 같았다고 하셨다.
 
 
** 조기 축구회 첫 출전 후기 입니다.
 
중랑구의 모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FC면목과 모 택시회사 기사님들과의 축구 시합은 22명의 "난폭한 토토로"들이 공놀이하는 현장이었다.
그리고 시합이 끝나고 모인 식당에서는 그들은 전투적이었던 필드의 모습은 없어지고 "드렁큰 토토로"로 돌변했다.
뭐... 나는 히든카드라고 그늘에 앉아 시합을 구경만 했다. 축구화도 샀는데... 젠장..
경기는 5 대 1로 졌다. 아깝다 내가 뛰었으면 7 대 1로 졌을건데..
 
 
 
출처 회사에 항상 검은색 티에 청바지만 입고 다녀서 '스티브 좁스'라 불리는 안타까운 사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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