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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되어 보니...
게시물ID : humorbest_1072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패션어겐2
추천 : 60
조회수 : 1321회
댓글수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5/09/13 16:39:43
원본글 작성시간 : 2005/09/12 16:28:21
18개월 딸아이의 아빠입니다.
요즘 오유게시판을 보면 참 훈훈해지는 글들이 간혹 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가슴 아픈 글들이고 그것에 대한 리플들도 모두 감동적이라며 오늘 가서
부모님 안마를 해드려야 겠다는 그런 따뜻한 답변들...

이렇게 부모님의 마음을 깨달아 실천하는 여러분들이 있기에 아직 우리나라는 정으로 가득하군요.

제가 글을 끄적거리는 이유는...
부모입장에서 이야기 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물론 18개월 키운 딸 하나밖에 없어서.. 중,고등학생 둔 부모님이 보시면 빙그레 웃음만 지으시겠죠.
그분들도 오래전 아기를 키웠던 향수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하루에도 몇번이나 감사합니다.
제 딸이 제 곁에 있다는 사실이 말이죠.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뜨고 나랑 눈이 맞으면 한껏 웃어줍니다.
당장 아이곁으로 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항상 아침마다 해주는 "쭈까쭈까 (안마)" 의식을 합니다.
다리를 곧게 펴주고 주물러주고.. 팔도 주물러주고.. 가슴도 하트를 그리며 맛사지 해주고...
등을 주물러주면 간지러운지 깔깔거리며 웃습니다.
맞벌이 부부인지라 애봐주는 분이 집으로 오기까지 출근준비 다 해놓고 있다가 바통터치를 하고
현관문을 나섭니다.
아이 얼굴은 금새 울것처럼 잔뜩 찡그립니다.
가슴은 아프지만 밝은 얼굴로.. 빠이빠이~~ 하면, 어쩔 수 없이 빠이빠이를 따라서 합니다.
누구딸? 하고 물으면.. 아빠딸~~ 하고 대답해주죠.
애봐주시는 분이 먹을 것 가지고 꼬시면 저희들이 사라지는 것은 잊은채 먹을것을 향해 달려갑니다.

저녁에 일찍 퇴근하게 되면 마을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집에 뛰기 시작합니다.
혹시라도 피곤해서 자게 되면 또 하루를 아빠 얼굴을 못보게 될까봐...
현관문 비밀번호를 띠띠띠 누르면 벌써 집안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꺄~~악" <-- 좋아서^^
문열고 들어가면.. "아빠따.. 아빠따.." 하면서 "안아쭤.. 안아쭤.." 하죠.
전 지하철에서 혹시 더러운것이라도 묻었을까봐 아이를 뒤로 한채 바로 화장실로 가서 깨끗이 씻고 나오죠.
아이는 제 손을 잡고 여기저기 데려가면서 놀아달라고 합니다.
저녁먹는것도 잊은채 한참동안 놀아줍니다.
침대위에 책 몇권을 가져와 희미한 불을 켜고 책을 읽어줍니다.
아이는.. "올찡이..(올챙이)" 하면서 노래 불러달라고 합니다.
"개울가에~~ 올챙이 한마리~~" 한참을 노래 부릅니다.
어느새 손을 빨며 잠든 아이 이마에 땀을 닦아주면서 소리 없이 침대를 빠져나오고
온도 습도를 한번 점검해본뒤에 선풍기를 살짝 틀어서 시원하게 해주고 거실로 나옵니다.

거실에 나오면 전쟁터가 따로 없죠. 아이가 하루동안 어지럽힌 자국...
늦은 저녁을 먹고... 나는 청소, 아내는 내일 아이 먹을것 만들기...
일찍 끝나게 되면 11시가 되죠. (늦으면 12시)
거실에서 티비라도 보고 있더라도.. 혹시 애가 춥지는 않을까 땀이 많이 나진 않을까... 10분에
한번은 방에 들어가서 확인하고 나옵니다.
그러다가.. "애앵..."하고 우는 소리가 나면.. 정말 거실에서 아이침대까지 가는데 0.1초도 안걸리정도로 달려갑니다.
다시 토닥토닥 해주고 나오죠.

주말이면 하루종일 아이와 놀아줍니다.
먹을거 먹이고 놀아주다 보면 정말 하루가 다 지쳐버립니다.
특히, 저번주엔 몸살이 났는데 아이가 자꾸 "어부바~ 어부바~"해서.. 오랫동안 업어줬더니
지금도 허리가 아픕니다.
토요일저녁에는 울면서 하도 잠을 안자길래 나도 모르게 화가나서 엉덩이를 세게 때려줬습니다.
때리면서도 흠칫 놀랐습니다. 너무 세게 때린거 아닌가 해서...
아이는 더 크게 울고 아내는 왜 더 울리냐고 해서 약간의 큰소리가 오고간뒤에 내가 아이를 안아서 재웠습니다.
아내는 거실에서 티비를 보는데, 난 아이곁을 떠날 수가 없더군요.
엉덩이를 만지작 거리면서 얼마나 아팠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여러분, 부모님이 왜 결국 다 받아주시는 지 아세요?
제 경험으로는... 가슴이 아파서 입니다.
신기합니다. 뭘해도 가슴이 아픕니다.
지겹게 달라붙어 놀아달라고 해서 혼자 놀수 있는것을 마련해서 주면... 혼자 놉니다.
그 모습을 봐도 가슴이 아픕니다.
가끔 혼자 놀다가 심심한지... 어슬렁 거리면서 돌아다닙니다.
그 모습만 봐도 가슴이 아픕니다.
기저귀발진 하나에도 그냥 가슴이 아파서... 파우더 발라주고 계속 호오 호오 불어줍니다.
기저귀발진이 아플까봐 기저귀를 벗겨놨는데, 침대위에다 오줌을 쌌습니다.
대공사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오줌싸놓고 약간 긴장하며 나를 쳐다보는 모습이 가슴이 아픕니다.

밥을 하도 안먹어서 숟가락과 씨름하다가.. 결국엔 화를 내며... "너 오늘 암것두 먹지마" 하며
아이를 밀어냅니다.
결국 나도 밥을 못먹습니다. 가슴 아파서...
한참후에.. "우유~~ 우유~~ " 하며 다가오면... 어찌나 기쁜지 바로 우유 꺼내줍니다.
것두 찬우유 먹고 탈날까봐 적당한 온도로 데워주죠.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모두 부모의 몫입니다.
사과 물만 깨물어 먹고 남은 것 내 입에 넣어줍니다.
그 어느 사과보다 맛있습니다.
밥먹이면서 아이 입에서 흘리는것 얼른얼른 주워먹는게 차라리 편합니다.

아이가 응가를 못하면 제 맘도 편치 않습니다.
계속 아랫배 맛사지를 해줍니다.
응가를 시도 하다가 잘 안나오면... "옹아 안돼.. 옹아 안돼.. " 하면서 나를 쳐다봅니다.
난 얼른 기저귀를 벗기고 응가를 잘 할 수 있도록 뒤에서 안아주죠...
앞에 딱딱한 변이 막고 있는게 보이면 면봉으로 살짝살짝 안아프게 빼줍니다.
그러면서 약간 찢어져서 피가 비치면... 정말 내가 아픈것처럼 마음이 안좋습니다.

.
.
.
아이에 대한 사랑을 말로 설명하기엔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단어와 시간에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유별난 신세대 아빠는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아빠입니다.
여러분들도 다 이렇게 자랐습니다.
그렇게 키워놨으니... 다 용서가 되지 않겠습니까?
혹시 이런 부모의 마음을 악용하지는 마십시요.
결국 어려분이 무엇을 하던 다 용서를 하실 분들이지만, 중요한건 그분들 가슴이 아프다는 것입니다.
어렸을때부터 가슴아프게 키웠는데, 말귀를 다 알아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서도 가슴을 아프게 하는것은 정말 큰 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은 그런 아픔을 다 수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부모님이란 존재는...

전 효도 받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웃어주는 아이와 퇴근길을 맞아주는 아이...
누구딸? 했을때.. 아빠딸.. 하는 말 한마디에 세상 모든 근심은 사라집니다.
다만, 이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까 하는 막중한 책임감만 어깨위에 가득합니다.

가끔 티비 CF나 지하철 글귀를 보면...어느 순간 딸이 아빠를 멀리하는 내용 혹은 딸에 대해 더이상
예전처럼 할 수 없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런 것을 보면 가슴으로 눈물이 납니다.
지금 나밖에 모르고.. 나만을 초롱초롱 바라보는 이 아이가 어느 순간 나에 대해 서먹함을 느낀다는 것은
꿈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물론, 모든 부모들이 한번은 겪어야 할 것임은 저도 잘 압니다.
그래도 너무 서먹하지 않게만 됐으면 하는게 제 바램입니다.

아버지가 무뚝뚝해서 다가가기 힘들다고요?
여러분들 아버지가 무뚝뚝해 보이고 말이 안통해 보여도... 여러분들이 아기 였을때 그 분들은
모두 제가 한것처럼 했습니다.
얼굴에 오줌을 싸도 껄껄대며 웃을 정도로 좋아했단 말입니다.
단지 세상이 힘들고, 감내해야 할 책임이 많기에 얼굴에 웃음대신 주름이 늘어난 것 뿐입니다.

이제 여러분의 몫입니다. 그 분을 웃게 해드리는건...
더 이상 아기가 아니거든요.
가정에서의 화목을 부모님의 몫으로만 돌리지 맙시다.
가정이 화평해지면서 이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도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상... 머리속에 온통 아이생각으로 가득한 한 초보아빠의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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