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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NECROPHILIA
게시물ID : panic_825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도둑맞은마음
추천 : 10
조회수 : 2215회
댓글수 : 26개
등록시간 : 2015/08/13 16: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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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작가도 제목도 기억이 나지 않는 어떤 소설이 떠오른다. 

젊은 그녀는 젊은 그를 사랑했는데, 아마도 그를 죽였던가? 

어쨌든, 그녀는 그녀가 백발로 늙어 죽을 때까지, 그의 시체 옆에서 삶을 살았다. 

조금은 끔찍했지만, 난 그녀의 사랑을 충분히 이해했었지... 

아직도 이렇게 가슴에 남아있으니... 





그들을 아는가? 

네크로필리아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그들을... 





언제나처럼 따분한 날이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언제나처럼 시간을 갉아먹고 있었다. 

나는 모사이트의 까페를 자주 이용한다. 

특히, 까페검색에 재미를 들려버렸다. 

갑자기 생각나는 단어나 문장을 검색란에 넣어두고, 검색결과를 기다리는 그 짧은 순간에도 짜릿한 흥분을 한다. 

만약, 검색결과가 없다고 나오면,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걸 나만 생각했다는 우쭐한 기분까지 들곤 했다. 

그때, SAVATAGE의 NECROPHILIA가 처절하게 절규하듯 내 귀를 파고들었다. 

NECROPHILIA? 

문득, 예전에 본 어떤 영화와 어떤 소설이 떠올랐다. 

시체에 키스하고, 시체와 사랑을 나누고, 시체 옆에서 잠이 드는 행복한 그들의 모습이... 





나는 즉시 검색란에 NECROPHILIA를 집어넣어 본다. 

기대할 순간도 없이, 까페 하나가 떴다. 

왠지 모를 반가움에 그 까페를 클릭하고, 가입을 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게시판의 글들은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거의가 정모 후에 대한 얘기였고, 어떤 신비함이나 섬뜩함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때, 띠링~하는 메일 알림음이 들렸다. 

그것은 놀랍게도 까페 NECROPHILIA에서 온 메일이었다! 





까페에 온 걸 환영한다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오늘 정모가 있으니 참석하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모에 나가리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온라인에서라도 친해진 사람도 없이 아무도 모르는 상태라는 것과 조금 전에 가입했다는 이유가 전부였지만... 





그런데, 즐거웠다느니 정말 멋졌다느니 하는 게시판의 정모 후기 글을 읽으면서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 호기심으로 곧, 무심한 손놀림으로 회원정보를 보게 되었다. 

이상했다. 

까페 인원은 9명이었는데, 작년과 올해에 가입한 사람이라곤 한명도 없었다. 

2년 동안이나 신입회원이 없다니... 

비공개로 했다가 잠깐 동안만 공개로 전환한 건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자, 낯선 곳의 침입자가 된 듯한 기분에 서늘한 흥분까지 되었다.

나는 메일을 다시 확인했다. 

시간과 장소는 아홉시, 강남의 어떤 라이브 까페였다. 

시간은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어떤 사람들일까를 상상하며, 샤워를 하고 나갈 채비를 했다. 





그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옷은 전부 블랙으로 채워져 있었다.

정모에 나올 때는 검은색 옷으로 입고 오는 것이 그들의 오래된 습관인 것 같았다.

그들은 굉장히 친밀해보였고 화기애애했다.

어느 누가 봐도 보통 동호회의 오프라인 정모쯤으로 보였으리라...

어쨌든, 그들은 매우 친절했고, 나도 곧 그들의 분위기에 동화되어갔다.

그들이 건넨 독한 바카디도 내 긴장을 쉽게 풀어주었다.

몇 잔을 마셨던가...

나는 어느새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고 있었다.





깨어보니 차안이었다.

차안엔 나까지 세 명이 타고 있었고, 두 대의 차가 뒤따라온다고 운전대를 잡은 여자가 말해주었다.

그들의 2차는 항상 용인근처에 위치한 그녀의 집이라고 했다.

그녀는 그곳에서 편하게 쉬라며, 룸미러로 웃음을 지어보였다.

빨리 취한만큼 빠르게 깬 술 때문에, 기분이 나른하게 좋았다.

멋진 파티가 될 거라며, 그녀가 조수석에 앉은 남자에게 속삭였다.

그렇게, 한밤을 달려 그녀의 집에 도착했다.





세상에! 그냥 보통 집이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전혀 예상 밖이었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보던 산속의 고급별장이었던 것이다.

오십 평은 족히 되어 보이는 널따란 거실 가운데엔 대형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그 테이블을 미끄러질 듯한 고운 실크가 덮고 있었고, 그 위로는 각종 술병과 크리스탈 술잔이 놓여져 있었다.

거실은 누군가 준비라도 해 논 것처럼 쇼팽의 선율이 가득했다.

그들은 무척이나 익숙하게 테이블위에 놓여진 술을 마시거나 춤을 추었다.

마치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멋진 분위기였다.

그러나, 파티는 시작은 이제부터였다.





어느 순간인지 모르겠다.

누군가 나를 밀쳤던가?

아님, 나 혼자서 고꾸라지기라도 한걸까?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디선가 초가 타는 냄새가 난다.

온 정신을 집중시켜서, 힘겹게 눈을 떠보았다.

은은한 촛불 빛이 눈으로 들어왔다.

다른 시야가 들어오는 순간,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들이 전부 둘러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실크의 부드러운 촉감이 등과 엉덩이를 포근하게 받치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나체상태로 테이블위에 뉘어져 있었던 것이었다.

일어나려고 움직여보려 했지만, 피가 납으로 채워진 것처럼 온몸이 무거웠다.

그때, 누군가의 음성이 내 귀를 부드럽게 간지럽혔다.

“괜찮아,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그 말을 듣자, 이상하게도 머릿속과 온몸이 나른해지면서 수치감은커녕 정말 그렇게 될 것 같은 기분에 눈이 절로 감겼다. 





“널 따뜻하게 안아줄게...”

달콤한 속삭임이다.

누군가 지금 나를 포옹하고 나에게 키스를 하고 있는가...

나는 지금 느끼고 있는가...?





그래, 이젠 조금은 알 것 같다.

네크로필리아의 회원수가 늘어나지 않았던 이유를...

그들이 올렸던 게시판의 파티에 대한 후기들이 드문드문 떠오른다.

후후~ 역시, 그런 것이었나...





하지만, 괜찮다.

그들은 나를 사랑해줄 것이다.

내가 읽고 보았던 주인공들처럼 그들은 나를 따뜻하게 다뤄줄 것이다.





아홉명 아니, 열명 정도의 까만 옷을 입고, 유쾌하게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눈여겨보라.

그대가 원한다면, 그들과 함께하라.

멋진 파티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참고~ NECROPHILIA -> 시체를 사랑하거나 시체와 섹스를 하는 성도착증환자 -.-)








출처 http://cafe.daum.net/suttleb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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