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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한지 얼마 안된 민간인의 연애 넋두리
게시물ID : humorstory_4397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뉴타잎
추천 : 2
조회수 : 61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13 20: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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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노팅힐이란 영화 아시나요?
유명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의 달짝찌근한 로맨스를 아름답게 그린 수작이죠.
시종일관 훈훈한 밀당 장면이 계속되는 노팅힐.
그런데. 어느 날 용기를 내어 줄리아 로버츠를 찾아간 휴 그랜트는 그녀가 다른 이에게 자신의 대해 하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됩니다.
"예전에 좀 알던 사람이야. 왜 찾아왔는지 모르겠어. 어색해."

안녕하세요.
군대때문에 심란했던 때가 어제같은데 어느새 전역한 민간인입니다.
사회에 나오기만 하면 뭐든 할 것 같았는데, 현실은 복학 대기에 취업 고민에 찌든 4학년 학생이라 착착한 요즘입니다.
그런 비굴하고 비참한 현실에 대외활동 참가했다가 한줄기 빛같은 아리따운 친구를 만났어요. 
매사에 긍정적이고 밝은 아이고 5살이나 어리다 보니 처음엔 연인이라기보단 귀여운 동생으로 느껴졌죠.
'더 다가가면 안돼.' 라고 선을 그은 것도 있습니다. 20대 후반인 제 나이를 생각하면 가까워지는게 왠지 겁이 났거든요.
 
처음 만난 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어제 또 다른 대외활동에서 우린 우연히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니, 우연이라기 보단 운이 좋았달까요.
제가 그 친구가 참가했던 대외활동에 조금 늦게 참석했거든요.
대외활동 후 술자리. 만날 수 없겠구나 하는 찰나, 그 친구가 나타났습니다. 
손을 흔들며 반가워하는 저를 조금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집에 가던 중인데 오빠 온다고 해서 부랴부랴 돌아왔어요." 라고 말하며 제 근처에 앉았습니다.
자기도 그렇게 말하고 뻘쭘한지 주변 사람들과 간단히 인사하곤 음식을 마구 집어먹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잘 먹는 애지만 어색한 티가 많이 나더군요.
저도 성격이 그렇게 활발하진 않아서 묵묵히 술을 마시며 시덥잖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학교도 서로 가까워 다음 학기엔 꼭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자며 신신당부하던 친구의 모습에 마냥 헤픈 웃음만 나왔습니다.

"둘이 좋아 보이네. 너 남자 친구 없다며? 한 번 사귀어보는 게 어때?"
그때 우리 둘을 유심히 보던 A가 불쑥 말을 꺼냈습니다.
오늘 처음 알게 된 A는 그 친구와 저를 보며 실실거리고 대답을 제촉했습니다.

"아뇨. 친한 오빠에요. 사귀는 게 아니구요. 오랫동안 잘 지내고 싶은 사람이에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저와 달리, 그 친구는 A를 보며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그래. 그렇지. 우린 친한 오빠 동생 사이잖아. 사귀는 사이는 아니라고. 저도 순간 그렇게 저를 다독였습니다.
상처. 상처는 그렇게 크게 받지 않았습니다. 제 처지가 말이 아니거든요. 졸업, 취업, 가정사 등등이 겹쳐 정신이 없어요.
전쟁통에도 사랑이 꽃피었다지만 제 자신이 그렇게 절실히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까 그러려니 했습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 약속이 있다며 그 친구는 먼저 일어나 자리를 떴습니다.
술자리에 남아 이것저것 뭘 주워 먹고 마시다 보니 자신이 우스워졌습니다.
뭐야. 결국 변명이네. 동시에 노팅힐이란 영화가 기억났습니다. 아, 그때 휴 그랜트 심정이 이런 거였구나.
아직 시작도 제대로 하지 않은 연애. 선을 긋고 먼저 일어난 그 친구의 행동. 어쩌면 내 오해가 아닐까 하며 자위하는 제 자신.

부끄럽네요.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어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이제 사회에 발을 딛게 된 민간인의 짧은 넋두리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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