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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진짜 죽어야겠다
게시물ID : gomin_10726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mFpb
추천 : 1
조회수 : 31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4/26 22:50:59
여지껏 잘 풀려본적 한번 없는 인생. 매번 헛짚고 헛돌아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겠고. 잘 보면 제자리인데 왜 여기 있는지도 모르겠고.
깜깜한 앞날에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어서 이것저것 고민해보지만 결국 답도 안나와 바람이나 쐬고자 올라간 옥상에서 드라마같은 타이밍으로 걸려온 전화.
아버지다. 그냥 아들래미 목소리나 듣고싶어서 거셨단다. 그런 이유로 직접 전화하실 분이 결코 아니다. 어머니 귀가가 늦어져 걱정돼도 전화는 나한테 시키는 분이다.
목소리가 좋지 않다. 감기에요? 그래, 감기다. 문득 드는 기시감이 우연이 아님은 거의 변동이 없는 내 통화기록이 증명한다.
보름 전. 정확히는 18일 전. 같은 목소리, 같은 내용. 웃기지 마라. 감기가 18일이나 갈 리가 없잖은가. 그 때도 석연찮음은 느꼈다. 하지만 애써 무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오늘 또 다시 걸려온 전화. 확인사살.
당장 내려가 볼까. 지금 가도 막차 시간에 닿지 못한다. 내일(일요일)은 가볼 수도 있다. 근데 가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보는것도 불가능. 병명도 모를 병을 간병할 수는 없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마냥 건강할 수만은 없는거 알아. 근데 아직은 아니잖아. 나 대학은 졸업시켜 줘야 하잖아. 매달 나가는 내 병원비, 약값도 아직은 내줘야 하잖아. 나 못난 자식이라 아직까지 아무 능력도 스펙도 없는거 알잖아.
한번 엉킨 실은 풀려고 해도 계속 엉켜만 갈 뿐이다. 누군가 가늘고 길 거라고 한 내 인생은 사실 실과 같이 끝없이 엉켜갈거란 뜻이었나보다.
단 한번이라도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아보고 싶고, 좋아하는 사람을 마주보며 웃어보고 싶을 뿐인데 내 인생의 페이지에 그런 내용은 없었다. 다시 돌이켜보면 그런 복선도 없었다. 살짝 뒷장을 넘겨보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스포일러는 언제나 괴롭다.
습관처럼 인생은 허무하다고 얘기해도 그 누구 하나 동의하는 사람이 없었다. 공감능력이 없는건가? 그렇다. 사실 허무한건 '내' 인생일 뿐이었다. 주어가 빠졌다. 공감능력이 아니라.
엉킨 실은 잘라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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