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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공모자들
게시물ID : readers_212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배고파너무
추천 : 1
조회수 : 18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13 22: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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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아가를 안은 듯, 달은 휘영청 밝은 나의 밤에 안겨있어요 달은 나 사는 동네에 촘촘히 솟은 건물들 사이로 자투리 속삭임을 건네고 말아요 귀뚜라미는 조금은 수줍은 달빛 한자락을 두르고선 지저귀어요 달은 졸린 눈 비비며 누런 오줌을 누는 아이가 반가워 속삭임 속에 신비로운 힘을 슬쩍 넣어요 너는 오늘 밤 사이 놀랄 만큼 자랄 거야 창문 너머로 두 눈을 꼭 맞춘 둘만의 비밀


고양이가 사람과 다름없이 걸어 다니는 시간 고양이도 사람처럼 그들의 말을 할 줄 알아요 달의 입에서 흘러나온 미소가 완연한 거리에서 그들은 도둑처럼 온갖 공모를 벌입니다 그중 한 마리가 담을 넘고선 어깨를 씰룩대며 용감하게 창틀을 걸어가요 코 끝을 찌르는 이 생선 비린내 같은 지린내 이 가장 용감하고 노련한 눈이 조금 전까지 달의 지린내에 홀려있던 어린 것의 눈과 마주쳐요 아이의 눈에 새로운 밤이 피어요


아이는 싱긋 웃어 보이며 기꺼이 공모자가 되겠다는데 노련한 도둑은 아이를 위해 기꺼이 쉬었다가 가겠다는데 냄새를 폴폴 풍기던 음식 찌꺼기는 고양이가 오지 않아 안달이 나요 세상이 멈춘 듯, 하루내 발정을 드러내던 꽃들도 향기를 싸매고 숨을 죽여요 아이는 집에 머무르던 밤의 문을 열어줘요


네발 달린 도둑이 집에 초대 받아 음식을 대접받는 신비로운 밤 속삭이는 눈과 서투르게 씰룩대는 발꿈치가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요 변기 물에 고여 아직 지지 못한 누런 달빛을 바라봅니다 고양아 이젠 잘 들어갔니 신비로운 밤이 변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요 말개지는 오늘 새벽녘엔 이 대담한 도둑의 발자국과 그걸 지워가는 귀뚜라미의 지저귐과 졸린 눈 비비며 침대로 돌아가는 한 뼘이 금세 자란 아이가 하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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