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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백일장] 첫사랑과 다시 만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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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Hammurabi
추천 : 4
조회수 : 25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8/13 23: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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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죽었어! 더는 없어!

하지만 책 게시판에! 하나가 되어 살아가!

소크라테스가 보고 싶다면 책 게시판으로 가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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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여름.


3년 만났던 남자와 파혼하고 공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던 때였다.


나는 일에도 집중을 못했고 5년을 다닌 회사에 결국 사직서를 냈다. 


마지막 업무를 마치고 회사를 나오자 당혹감 때문에 자리에 주저앉을 뻔 했다.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웠다.


광화문 한 복판에 수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는데 나는 어디로 가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갈까? 집에 가기 싫었다. 가고 싶은 곳이, 갈 곳이 없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미친 여자처럼 길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걸었다.


문득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고 프랑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사진으로만 봤던 피사의 사탑이 보고 싶었다.


프랑스는 어디로 가면 좋지? 


유럽이니까 서쪽으로 걸으면 될까? 해가 지금 지고 있는 곳이 동쪽이니까 반대쪽으로 가면 되겠지?


그렇게 계속 걸었다.


그러다 해는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진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지구는 둥글었다.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그랬다. 


자꾸자꾸 걸으면 동쪽으로 가나 서쪽으로 가나 나는 프랑스에 도착할 것이었다.


그렇게 난 프랑스에 도착했고 저 멀리 피사의 사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스가 피카소... 클라스가 달랐다.


피카소의 위대한 작품을 내 눈으로 보고 말았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왜 눈물이 나는지 몰랐지만 하염없이 울었고 누군가 능숙한 한국어로 말을 걸었다.


"엄, 세뇨리따! 괜차나요? 왜 이 아름다운 프랑스 한 복판에서 액체 상태의 보석을 생성하고 있눈 거죠?"


내 어깨를 토닥이는 그의 품에 안겨 나는 한참을 울었다.


그는 괜찮다며 내 등을 토닥였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은 롬멜 힛틀러라며 프랑스에선 참 흔한 이름이라며 웃었다. 참 흔한 이름이었다. 국민학교 수학 시간에 많이 들었던 이름이었다.


울음을 멈춘 나는 그와 몽마르뜨 언덕에 가서 캘리포니아 와인을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보르도 지역에 많은 땅을 가지고 있었고 캘리포니아 와인 대부분이 자기 아버지의 땅에서 나온다고 했다.


역시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엄, 세뇨리따는 뭐하는 사람이죠? 나눈 서울대 형사과에 다녀요."


"저는... 이제 백수에요... 백수의 제왕인 백조라고도 해요..."


"엄, 백조면... 주작의 친구. 세뇨리따는 마재윤이란 남자를 아나요?"


마재윤이 누군진 몰랐지만 우린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나는 술기운에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됐다. 


"프랑스의 밤은 추워요, 세뇨리따. 피사의 사탑 옆에 제 집이 있어요. 제 집으로 가요. 저는 밖에서 잘게요."


그렇게 난 처음 만난 프랑스 남자의 집에 가게 됐다.


그는 날 침대에 눕히고는 정말 밖으로 나가려 했다. 난 괜찮아요. 난 소파에서 자면 되니까 침대에서 자라고 했지만 그는 매너를 아는 프랑스 남자였다.


"괜차나요, 세뇨리따. 프랑스의 밤은 따듯해요. 그럼 이만 아디오스."


나는 기어코 나가려는 그를 뒤에서 끌어안았고... 다음 시간에 계속.


우리는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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