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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에반게리온 TS - 3
게시물ID : animation_3483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TB
추천 : 0
조회수 : 85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14 01:00:45
딱히 놀라거나 하는 기색은 없었다. 레이는 자신의 앞에 놓인 보라색 색깔을 한 거인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볼 뿐이었다.
 
"이게 뭐죠?"
 
"인간이 창조해낸 궁극의 범용 인간형 결전 병기, 인조인간 에반게리온. 우리 인류의 최후의 희망이지"
 
네르프의 기술부장 아카기 리츠코는 질문자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정답을 내밀었다.
 
그렇다고 해서 레이는 리츠코에게 별도의 질문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게 아버지가 하는 일이군요"
 
"그렇다"
 
레이의 읊조리듯 내뱉은 말에 즉각 대답이 돌아왔다. 레이는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들어 겐도가 있는 곳을 올려다 보았다.
 
겐도의 표정이 바뀌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레이 또한 별다른 감정을 내비치진 않았다. 두 부녀는 서로를 마치 남이라고 여기는 양 무심히 바라보았다.
 
"출격"
 
먼저 말을 꺼낸 것은 겐도 쪽이었다. 미사토는 당황해 하며 레이와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0호기는 동결 중입니다!! ...설마 초호기를 쓰실 생각이십니까?"
 
"그 외의 수단은 없어"
 
리츠코는 미사토의 질문에 겐도의 뜻을 대변하듯 응답했다. 미사토는 다시 고개를 리츠코 쪽으로 돌렸다.
리츠코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라는 듯한 미사토의 얼굴을 외면한 채 레이에게 다가가 레이가 자신을 보게끔 만들었다.
 
"이카리 레이양"
 
"네"
 
"네가 타는 거야"
 
"...그렇군요"
 
레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으로 리츠코의 말을 수긍했다.
 
"......"
 
미사토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아이는 어떻게 저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듣고서도 고개를 끄덕거릴 여유를 가지고 있을까,
침착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점이 차고 넘쳤다.
 
"..아버지, 절 부르신 이유가 이것 때문인가요?"
 
"그렇다"
 
레이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서 다시 겐도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눈동자 안에 담겨있는 것은 증오심이었다.
 
'아버진 날 두고 도망쳤어.
 
그래도 가끔씩 날 찾아와서 같이 식사를 해주셨지.
 
하지만 알고 있어. 식사 때 아버지의 시선이 늘 다른 곳에 있었다는 걸...
 
그리고 이제와선... 역시 헛된 기대였었던 거야.
 
그러니까.... 아버지의 뜻에 어울려 줄 생각따윈 없어'
 
레이의 양 손이 주먹 쥐어졌다. 그만큼 굳은 의지를 세웠다는 얘기였다. 미사토는 레이의 몸 구석구석에서 감정의 변화가 일어난 것을 눈치챘다.
 
쿵!
 
그 순간 케이지 안이 요동쳤다. 본격적인 사도의 공습이 시작 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 절 부른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요?"
 
"그렇다"
 
쿵!
 
"제1층 8장갑판 파손"
 
"D블럭 화재 발생 지정 구역 내 모든 통로 폐쇄"
 
사도의 단 두번째 공격에 지오 프론트 내부의 손상을 알리는 목소리들이 천장을 울렸다.
 
"레이양 빨리 선택해줘"
 
더 이상의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안 리츠코는 레이에게 대답해줄 것을 촉구하면서 미사토를 슬쩍 바라보았다. 미사토의 호응을 바라는 무언의
신호임에 분명했다. 미사토는 이 요구가 매우 부적절하고 비인도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시간이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레이의 마음과는 상관 없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해서라도 세컨드 임팩트의 재림만은 막아야 했다.
 
"타렴"
 
미안한 마음이 안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더 이상 레이를 구슬리려 하지 않았다. 강압적인 어조로 레이가 거절할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다.
 
"싫어요"
 
하지만 레이는 확실하게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전 할 수 없어요. 당신들도 알고 있잖아요"
 
"많은 걸 바라지 않아. 단지 타주기만 하면 돼"
 
"웃기지 말아요. 전 돌아가겠어요"
 
레이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이내 성큼성큼 걸어 나가 케이지 밖으로 나가려고 까지 했다.
 
"아버지로부터 도망칠 셈이니?"
 
미사토는 자신의 옆을 지나가려는 레이의 어깨를 붙잡았고 레이는 그런 미사토의 손길을 재빠르게 떼어냈다.
 
"아버지가 먼저 제게서 도망쳤어요. 저도 그럴 자격이 있어요"
 
"..과연 그런 말로 네 자신을 납득시킬 수 있을까?"
 
"...."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레이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한 쪽 손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보아 미사토의 말을 일부 인정하는 듯 싶었다.
 
위에서 이 광경을 지켜만 보고 있던 겐도는 회선을 이용해 관제실에 있는 후유츠키에게 연락했다.
 
"예비는 사용할 수 없다. 신지를 연결시켜"
 
"탈 수 있는가?"
 
"움직일 수 있으면 그만이야"
 
"알겠네"
 
이내 회선은 후유츠키에서 다른 곳으로 연결되었다.
 
"신지, 깨어나 있느냐"
 
"...네"
 
회선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소년의 목소리였다. 목소리엔 숫기라 할 만한게 전혀 없어 여성적으로 들리는 일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예비는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네가 타야 한다"
 
"...네"
 
짧은 대답과 함께 회선 연결이 끊어졌다.
 
잠시 후 케이지의 문이 열리고 의료진들로 보이는 자들이 황급히 접이식 침대를 이끌고 들어왔다. 접이식 침대에 누워있는 것은 레이와 같은 또래로
보이는 소년으로 하늘색 머리카락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독특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
 
하지만 레이의 시선이 소년에게 향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소년의 몸 여기저기 감겨 있는 붕대가 소년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얘기해주고
있었다. 소년은 침대에서 내려오는 것 조차도 버거워 했지만 어느 누구도 소년을 도와주지 않았다. 의료진들은 이미 케이지 밖으로 나가 있었고
미사토와 리츠코 마저 소년을 바라보기만 할 뿐 이었다.
 
레이 또한 케이지 안의 다른 자들과 같이 고통스러워하는 소년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신기하게도 동정심이 일지는 않았다.
 
"왜 저러고 있는 거죠?"
 
누군지는 알고 싶지 않았다. 레이는 그저 소년이 왜 저렇게까지 행동해야 하는 지가 궁금할 뿐이었다.
 
"레이양, 네가 타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렇군요"
 
쿵!
 
사도의 공격이 치명적인 부분에 타격을 입혔는지 다시 한번 지오 프론트 안이 크게 울렸다. 가까스로 침대에서 일어났던 소년은 바닥이 흔들리자
중심을 잃은 채 널브러지고 말았다.
 
"흐윽..!!!"
 
소년이 붕대로 감긴 상처를 부여잡으며 짜내는 듯한 신음소리를 내었다.
 
레이는 소년이 고통에 흐느끼는 모습을 본 순간 소년에게 다가가기 위해 한발자국을 내딛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년이 계속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자 뻗었던 발을 도로 집어 넣었다.
 
"어째서 저렇게 아파하면서까지 타려고 하는 거죠?"
 
"명령이니까"
 
"단지 그것뿐인가요?"
 
"그래"
 
리츠코의 대답을 들은 레이는 분개했다.
 
그 대상은 부상당한 소년에게 무리한 명령을 내린 어른들이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어른들의 부당한 요구를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소년의 태도 때문이었다.
 
소년은 그 어느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고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지도 않는 것 같아 보였다.
레이는 소년을 처음 봤을 때, 소년에 대한 조금의 책임감을 느꼈었지만 소년의 인형같은 행동에 질려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하지만....하지만....하지만...'
 
허나 마음은 제대로 된 갈피를 짚지 못하고 있었다.  레이는 '하지만'이라는 단어를 마음 속으로 몇번이고 되뇌였다.
 
몇초 후 마음의 갈피를 짚은 레이는 앞으로 걸어 가 고통에 겨워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하지만 아직도 침대 근처를  벗어나지도 못한 소년
앞에 섰다.
 
"...."
 
레이는 소년을 밀쳐 침대에 앉게 했다. 침대에 앉혀진 소년은 자신을 밀친 소녀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레이는 소년에게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레이는 겐도, 미사토, 리츠코 순서로 시선을 옮긴 뒤 다시 한번 겐도를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겐도와 다시 눈이 마주친 순간..
 
"제가 타겠어요"
 
겐도를 바라보는 레이의 눈빛은 결의와는 거리가 먼 다른 강렬한 감정이 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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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이런 식으로 글 쓰는 건 오래 가지 못 했는데 이번엔 재미가 붙어서 그런지 계속 쓰게 되네요.
 
물론 제 글솜씨가 부족한 건 그대로이긴 합니다만... 팬픽은 어디까지나 자기만족이니까요.
 
아마 이런 허접한 글을 쓰는 건 최소한 아스카가 나올 때 까지는 계속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호옥시 만에 하나 전의 글이 보고 싶은 분이 계실 수도 있으니 전편 링크를 남깁니다.
 
 
http://todayhumor.com/?animation_347597 - 1
 
http://todayhumor.com/?animation_347989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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