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상영을 통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고 왔습니다.
상당히 신선한 매력을 가진 영화입니다.
벗어나기 힘든 사회적 악순환 속에서 동화 속 여주인공 마냥 포기를 모른채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의 집념을 코미디로 담아내는
비꼬음이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적 묘사는 영화의 분위기를 상당히 독특하게 만들죠.
동화 속에서라면 이러한 주인공의 노력은 그녀를 공주로 만들어 주겠지만,
영화가 그리는 사회에선 그녀를 더욱 복잡한 상황 속으로 몰아 넣고, 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들은 결국 그녀를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앨리스로 만들어 버리죠.
(게임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와 '앨리스 매드니스 리턴즈'가 생각납니다. 물론 플레이 해보지는 않았지만요;;)
이러한 앨리스는 배우 이정현씨가 연기했기에 더욱 와 닿습니다.
한때 인형같은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던 그녀와 여리고 어리숙한 주인공의 모습은 비주얼적으로 상당히 맞아 떨어지며,
가수로 활동하면서 증명되었던 엄청난 카리스마(라고 쓰고 '돌끼'라고 읽습니다)는 주인공의 집념과 맞물려
이정현씨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표현하기 힘든 캐릭터를 완성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도 다소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쇼트가 다소 부족해 보이거나, 쇼트의 순서가 바뀌었더라면 더 좋았을 장면과
카메라가 조금은 침착하게(?) 혹은 묵직하게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었던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이러한 것들이 연출자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넣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전문가도 아니라 이렇게 말하는게 맞는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극 중 명계남 씨가 이정현 씨에게 욕을 퍼붓는 장면이 있는데,
좀 더 거칠고 가감없는 욕설을 대사로 썼어야 될 거 같은데, 심의를 의식해서인지 욕설을 약화시키다보니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식사를 하는 형사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서도 어색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질감들도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와 상당히 잘 맞아떨어집니다. 오히려 이러한 것들이 더 실험적이고,
감독의 패기와 참신함을 느끼게 해주죠. 더불어 이 영화의 감독님의 발전과 차기작이 기대되는 영화입니다.
그동안 상업영화, 장르영화의 공식에 지겨우신 분들이라면 상당히 신선하게 느끼실 겁니다.
하지만 1년 중 한두번 극장을 찾아 빵빵 터지는 재미를 찾으시는 분이라면 이 영화를 자신있게 추천해드리긴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