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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스포] 뷰티인사이드 시사회 후기
게시물ID : movie_475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釩俊
추천 : 3
조회수 : 123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8/14 2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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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학년 때, 좋아하는 교수님의 수업 중 이런 질문을 받았다.
 
 "정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그 사람 자체만을 사랑한단 말일까? 순수한 사랑이 뭘까?"
 
 묵묵부답. 짧은 침묵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 여유롭게 웃으시는 교수님께 나직이 손을 들었다.
 
 "범준이가 대답해볼까?"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들이 모여서 그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순수하게 그 사람자체만을 사랑한다는 말은 좀 이상하네요. 수많은 상호작용 속에서 지금의 내가 완성된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인격만을 골라내는 것도 어렵고, 그것만 사랑한다는 건 결국 '아무 사람'이나 사랑할 수 있다는 거 아닐까요?"
 
 국문과 수업에 국교과가 수강한 것이 대단히 눈치 보이는 일인지라 가급적 죽은 듯 있었지만, 오래고 고민해 오며 답을 내오던 질문이라 입이 근질근질했다. 교수님도 고개를 끄덕이시며 내 의견에 동조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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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 무엇일까. 흔히 우리는 순수한 사랑으로 그 사람의 주변환경이나 배경이 아닌 그 사람 자체만을 본다지만, 결국 그 사람 자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는가. 그 사람의 매너, 품행이 정말 순수하게 그 사람의 DNA에 입력된 정보대로 발달한 결과라고 볼 수 있을까?
 
 인지발달이론의 양대산맥으로 피아제와 비고츠키가 있다. 피아제는 개인적 인지발달, 비고츠키는 사회적 인지발달을 주장하였기 때문에 두 주장이 대치되는 것 같고 일견 그런 부분도 없잖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접점은, 두 학자 모두 인간의 인지기능은 환경과 능동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발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한 개인의 성장발달은 결코 순수한 개인의 자아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뜻.
 
 어, 뒤로 가기 누르지 마세요. 어려운 이야긴 그만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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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회를 통해 보게 된 영화인지라 아직 개봉도 안 하였기에 최대한 스포는 자제하고 싶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 생각을 정리하면서 느낀 것이, 내용을 어느정도 건드리지 않으면 안되겠단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감상에 최대한 방해가 덜 되는 선에서 이야기하겠는데, 영화 내용이 나오는 것이 정말 싫다 싶으신 분은 그냥 저 질문만 품에 안고 영화를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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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그럼 본격적 내용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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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한효주가 극중 역할(이수)에 굉장히 잘 어울린다. 시쳇말로 케미가 쩔기 때문에 푹 빠져들게 되고, 정말 사랑스럽다는 느낌을 팍팍 받는다. 영화보면서 나도 모르게 아내한테 '한효주가 저렇게 예뻤나?'하고 묻는 결례를 범했다. 죄송합니다 마나님.(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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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언급한 순수한 사랑의 의미를 제하고서라도, 소통하는 사랑에 대해서도 분명히 답을 내려주고 있다. 이 점에서는 사실 좀 불만이었던 게, 정말 좋은 영화라면 간접적인 제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스스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도록 유도해야하는데 이 영화는 좀 답을 내려버리는 느낌이랄까. 물론 소통하는 사랑이란 것이 결국 한 사람의 입장만 비추면 안 된다-는 뻔한 답이 마련되어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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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영화는 일단 이 점을 찌른다. 남들과 다른 '우진'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는 '이수'. 영화 시작부터 우진의 이야기로 시작된 영화는, 어느 순간까지 쭉 우진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뻔하디 뻔한, 여주가 상처받게 될 것이라는 클리셰가 두 번이나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는 지나치게 친절한 선생님처럼 군다! 왜 이렇게 힌트를 남발하고 답을 조목조목 내리시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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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의 입장이 나오면서, 우리는 나의 사랑이 너의 사랑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음과 아무리 독특하고 특별한 사람이어도 결국 사랑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영화는 말해준다. 사실 내가 좀 더 주목하고픈 점은 매일매일 얼굴이 바뀌는 특별한 인물인 우진과의 사랑이 결국엔 '사람과 사람'의 사랑으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가구를 만드는 사람의 일상이 저렇게 멋있고 여유로울 순 없다는 점에서 우진의 삶이 어느 정도 영화화된 점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런 우진과 이수의 데이트 장면들은 그저 우리네 연인들이 다 할 법한 그런 만남들이었다. 뜻깊은 장소를 같이 가보고, 공유하는 취미를 함께 즐기거나 이야기 나누기도 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영화에 박수를 쳐주고 싶은 것이, '매일 자고 일어나면 다른 사람이 된다'는 초현실적인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전개 내내 초현실적이어서 억지적이거나 우스운 전개로 넘어가지 않고 감독이 말하고픈 주제의식만을 위해 잘 쓰여졌다. (그래서 나중에 이수는 이 점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한다. 자세한 것은 영화를 통해 확인하시길^^ 이런 이수의 고민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가 많이 높아졌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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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는 에피소드가 별로 없다. 큰 사건도 그다지 없고, 클라이막스라고 부를 만한 장면도 마땅찮다. 단지 우진과 이수 사이의 일들을 아름다운 영상미로 잘 표현한다. 그리고 이런 단조로'울 수도 있는' 전개에 깨알같이 웃음을 주는 '상백(이동휘 분)'의 존재감이 매우 컸다. 좀...지나치게 건축학개론의 납득이 캐릭터 같다는 느낌이 있긴 했지만. 중간중간에 빵빵 터지기에 충분했고,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나름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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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이 영화는 대중적일 수 없다. 우진이를 연기하는 다양한 배우들의 폭이 여러 관객들을 모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치라 여겨질 정도로. 이 영화와 같은 시기에 크랭크인 된 다른 영화들이 얼마나 스펙타클한가 말이다. 영화관에서 비싼 돈을 주고 대형 스크린에 빠방한 사운드가 지원된다면, 사실 이런 영화보다는 SF나 액션을 더 많이 찾게 될 수 밖에 없다. 사실 나도 시사회 당첨이 아니라면 이 바쁜(일을 쉬는 것과는 별개로!)와중에 굳이 영화관에 돈 들이고 가서 이 영화를 보진 않았을테니. 물론 미혼이었다면 봤을 수도 있겠지. (마나님께서 이 글은 보지 않으셔야 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질문을 하게 된다. '한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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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우리는 비현실적인 설정의 주인공(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사람이 되는)에 대해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는 다시금 친절하게도 이런 비현실적인 주인공을 통해 우리가 되짚어야 할 질문에 대해 던져준다.(그만 좀 알려주세요 ㅠㅠ) 뭐, 답이 대충 비슷하긴 하겠지. 과연 우진이가 특이한 걸까? 자고 일어나면 완전히 새 사람이 된다지만 기억은 공유된다. 즉, 외형만 완전히 바뀐 것이지 능력이나 기억은 한 인격체로서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떨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외형상 거의 차이가 없다. 누가 보아도 어제의 범준과 오늘의 범준은 같은 범준임을 알아볼 수가 있다. 그러나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정말 다른가? 어제와 오늘의 간극이 너무 좁다면, 한 달 전의 나와 오늘의 나는 어떤가? 또, 1년 전의 나와 오늘의 나는 어떤가? 그 때 내가 하던 생각을 떠올리며 이불킥을 할 수도 있을 거고, 혹은 지금의 나보다 더 어른스러웠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그 때의 나'도 '지금의 나'임은 분명하다. 혹은, '지금의 나'가 있기 위해선 '그 때의 나'가 반드시 있었어야 했다. (이 관련해서 '테세우스의 배'라는 재밌는 역설이 있다. 순간이동이라거나 타임워프 같은 것에서도 이 역설은 언급되니만큼, 관심있으신 분들은 따로 찾아보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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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은 사실 비현실적인 주인공을 통해 우리 내면에 있는 다양성, 순수한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분명하게 생각해보길 바란 것이 아닐까. 비현실적인 우진이의 모습은 사실 우리 안의 가장 현실적인 자아가 겉으로 표현된 것일 뿐이란 생각도 든다. 모습만 바뀌지 않았을 뿐, 우리 모두는 사실 어제의 나와는 또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내일의 나도 오늘의 나와는 다른 경험과 다른 깨달음을 얻게 되겠지. 그리고 그런 것이 모이면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았을 때, '이때의 나는 정말 어색했다'고 느낄 만큼 멀어지기도 하겠지. 그 순간을 잇는 것이 '우진'이 남긴 기록이며 '그 기록을 남기려 한 자아'였다면, 다만 우리는 그냥 그때와 얼추 비슷하게 생긴, 겉모습이 유전적 정보의 일치를 통해 거의 유사한 외면이라는 것의 차이겠지. 감독은 이걸 한 번 바꾸어서 우리에게 이 주제를 던져준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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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좀 주제에 치우치다보니 영화가 딱딱한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영화 자체는 굉장히 가벼운 맘으로 볼 수 있고 또 군데군데 빵 터지는 웃음과 아름다운 여주, 다양한 우진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영상미가 매우 뛰어나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음... 뭐, 별점을 준다면 10점 만점에 7.5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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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출처 블로그 하나 뜰건데, 그거 제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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