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문학 팬으로서 독서 얘기가 나왔을 때 '판타지랑 추리 소설 좋아해.'라고 말하면 관심 없어하거나 호의적 반응을 보이거나 아니면 적대적 반응을 볼 수 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관심이야 취향이니까 없어도 상관 없지만 적대적 반응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추리 소설에 대해서는 그래도 그리 많지 않지만 판타지 소설 얘기만 나오면 그런 허접쓰레기를 왜 읽냐는 반응이 많더라구요. 하도 많이 당해서 대응 패턴도 있습니다.
1차 질문.
'그럼 판타지 소설 읽어 보고 말하는거야?'
보통 읽지도 않고 무작정 까는 분들은 당황하면서 '어... 응.'이면 그나마 괜찮은 부류고 '읽지 않아도 알아!'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후자의 사람들을 만났을 때 생각을 좀 고쳐주고 싶을 만큼 가까운 사이이거나 귀찮지 않을때는 상대방이 좋아하는 장르로 예시를 들어 무조건적으로 본인이 모르는 것을 비난하는 것이 좋지 않음을 주장하지만 보통은 대화를 포기합니다. 논리적이라기 보다는 감정적인 이유가 많기 때문에.
그럼 전자를 위한 2차 질문.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해리 포터 정도는 읽어봤겠지?'
경험상 여기서 거의 다 걸러집니다. 솔직히 반지의 제왕은 기대도 안하고 해리 포터도 안읽은 사람이 태반입니다. '이것들은 기본이지!'라고 말하는 분들과는 좀 더 심오한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경험상 없네요.
제 기분탓이겠지만 이번 맘충 사태를 보고 장르 소설들을 폄하하는 분들이 생각이 납니다. 논쟁에 휘말린 대다수 분들은 맘충에 해당된다고 주장되는 사람들을 만나봤을까요? 만나 봤더라도 그 수가 어떤 표본을 형성할 수 있을 만큼 그 분들이 대표성을 가지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 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까?
사실 저는 판타지 장르의 팬은 아닙니다. 그저 장르 문학들이 좀 더 발전해서 발간되는 책들이 다양해졌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가지고 있는 장르 문학 팬입니다.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게 된 계기 역시 단순했습니다. 추리 소설 장르의 팬으로써 미스터리 소설 장르 중 판타지 + 추리 소설의 개연성 해결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정확히는 미스터리 소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판타지 + 추리 소설을 까기 위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좀 더 잘(?) 까고 싶었거든요. 물론 장르 소설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판타지 장르를 읽으면 읽을수록 어떤 장르라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지만요.
일명 헤이트 스피치가 난무하는 요즘, 어떤 대상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것이 무시되고 있는게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