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18) 버스정류장에서 변녀 만난 썰 풀어봐요.txt
게시물ID : humorstory_4398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빅매치
추천 : 3
조회수 : 902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8/15 17:44:53

몇 년 전에 겪은 언짢은 일인데, 생각나서 한 번 써봐요.


  때는 3월 말 환절기였는데요. 알바마치고 저녁 9시 버스 정류장으로 갔어요. 정류장에 들어서니 4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분이 함께 들어서시더라고요.


한 쪽 팔에 종이가방 두개를 걸쳐매고, 두손으로 자판기 커피 한잔을 쥐고 있더라고요. 특이했던게 그 여성분이 팔에 맨 가방이 길거리에 아파트 분양광고지를 넣어놓은 종이가방이더라고요. 그걸 뭐하러 통째로 두개씩이나 떼어갖고는 들고다니는지... 이상했죠.


그리고 환절기라 감기에 걸렸는지 유난히도 코를 훌쩍이더라고요. 화장기도 전혀 없고, 옷차림새를 보니 전혀 꾸미지 않는 분이었어요. 정류장 안에는 그 여성분과 저 둘뿐이고, 차 지나다니는 소리만 들릴 뿐 조용한 편이었어요.


그런데 코 훌쩍거리는 소리가 어찌나 크고, 또 얼마나 자주 훌쩍거렸는지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자꾸 신경쓰이고 이상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안내모니터 쳐다보면서 버스를 기다렸어요.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는데, 갑자기 제 등 바로 뒤에서 그 여성분의 깊은 들숨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어찌나 호흡이 길던지 마치 산림욕을 하는 것 같은 소리였죠. 굉장히 기분이 찝찝했지만, 뒤를 돌아볼 타이밍도 놓친 것 같고, 그저 착각이겠거니 생각했죠. 그때부터 긴장이 되니 그 여성분의 발걸음 소리에 집중하게 되더군요. 저와 몇발짝 떨어진 곳에서 어슬렁거리는 소리가 나더군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발걸음 소리가 제게로 향하더니, 이내 그 여성분의 깊은 호흡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이미 온 신경이 그쪽으로 쏠린터라 재빨리 고개를 돌렸더니...


그분이 제 등에 고개를 바짝 숙이고는 체취를 빨아들이고 있더군요... 찰나였지만, 그분의 행위가 똑똑히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 여자는 당황해갖고는 눈에서 초점을 잃고는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더니, 이내 고개를 떨구고서는 몇발짝 발걸음을 떼더라고요.


그때 머리 속에 든 생각이 두 가지였는데,

이 여자가 변태거나, 아님 무당이 기빨아들이는(?) 무속행위를 하고 있거나...

기분이 상당히 불쾌해서 욕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참고 따져 물었죠.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그 여자는 아무 말없이 종종걸음으로 뒷골목을 향해 줄행랑치더라고요...

기분이 찝찝함 그 자체였지만, 그냥 똥밟았다 생각하고, 계속 버스 기다렸죠.

버스기다리는데 촉이 발동했는지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드는거에요... 누군가 나를 노려보는 듯한 기분이요...

그 여자가 도망간 골목을 향해 고개를 쓰윽 돌려봤더니, 그분께서 저와 5m 쯤 떨어진 곳 가로등에 몸을 반쯤 숨기고는 우두커니 서서는 저를 향해 곁눈질을 하고 있더라고요. 설레발인지는 몰라도, 제가 먼저 버스를 타면 뒤따라 타려는 심산같았죠.


소름이 끼치고, 기분이 굉장히 더러워진 나머지 절로 욕이 나오더라고요.


"XXXXX!!" 


하며 고함을 질렀죠.


또 아무말없이 골목길 안으로 도망치더라요... 따라가서 따져묻고 싶은 생각이 정말 굴뚝 같았습니다. 근데 알바 끝나고 피곤한데다, 버스도 전전 정류장에서 출발한 상태고, 더군다나 그 버스가 20분 간격이라 무척 갈등이 되더라고요.


쫓아갈까 말까... 따져물을까 말까...


피곤한지라 단념하고는 정류장에 남기로 마음먹고, 저는 그 골목길을 응시하기 시작했죠.

그 분이 골목 안으로 자취를 감춘 뒤 1분이나 지났을까요? 갑자기 그분께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는 저를 빤히 쳐다보더군요...


또 다시 소름끼쳐서, 고함을 질렀죠.

그리고는 그 짧은 시간에 쫓아갈까말까 수십번 고민이 되더라고요. 마침 버스는 저만치 오고있는 게 보이고...


너무 피곤했던터라, 체념하고 그냥 버스를 탔죠. 승차하고 이내 창문을 바라봤는데...

그 여자가 골목길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내더니, 저를 쳐다보고 있더군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