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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아니게 증산도 곤란하게 한 이야기
게시물ID : soda_4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blue
추천 : 10
조회수 : 1351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5/08/15 23: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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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말씀드릴 것은, 전 증산도에 대해 별 나쁜 감정이 없다는 겁니다.
사실 이 일 자체가 증산도가 뭐라고 하는 걸까 싶어서 기웃거리다가 발생한 일이었어요.

그래서 사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던 종교를 반박한 이야기는 이 게시판에 주로 올라오는 것 같아, 여기 써봅니다.


전 군대를 늦게 가서, 대학원때 군대를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복학생이 느끼는 낯선 학교 느낌을 대학원때 받았죠.
그런데 학교 축제기간에 증산도(아마 증산도 동아리가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가 대학본부 앞 잔디밭에서 포스터 전시를 하더군요. 
확실한 건 아니지만 군대 가기 전에는 본 기억이 없었던 거 같았는데..아무튼 전시하는 건 그때 처음 봤던 거 같아요.

솔직히 증산도의 가르침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만, 어쨌든 제가 연구실을 가려면 그 앞을 지나다녀야 하는지라, 별 생각없이 그 앞을 지나다 좀 황당한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후천개벽이 되면 지축이 바로 선다는 거였어요.

전 이론물리전공자인지라, 증산도 포스터에서 과학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니 바로 흥미가 일더군요. 종교 자체는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종교라고 하더라도 과학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과학의 검증을 피해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라, 도대체 지축이 바로선다는 식의 주장이 왜 증산도에 등장하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가던 길을 멈추고 포스터를 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사람이 서서 포스터를 보고 있으니, 증산도 사람들이 와서 이런저런 말을 붙이더군요.
그래서 물었죠.

“보니까 후천개벽이라는 게 오면 지축이 바로 선다고 주장하시는 것 같은데, 맞나요?”
“네, 후천개벽은 블라블라...지축이 바로 서면 블라블라...”
“그렇다면 지축이 공전면에 수직으로 서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주장하시는 건가요?”
“네”
“지축이 바로 서면 일단 4계절이 없어지고, 적도지역과 극지역의 에너지 교류 형태가 완전히 바뀌어서 생태계에 심각한 충격이 갈 텐데요? 그리고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정확한 것을 알겠지만, 아마도 지구 전체에 에너지가 순환되는 것이 크게 정체되어 기후가 크게 바뀔 거 같은데..저거 시뮬레이션은 해보시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렇게 물었더니 말을 걸던 사람이 크게 당황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니 시비걸자는 건 아니고요. 보다보니 궁금해서요. 후천개벽이 되면 지축이 바로 선다는 것이 증산도의 핵심교리인 것처럼 보이는데, 저게 왜 핵심교리인지 이해가 잘 안 가서 말이죠”

그러자 말 걸던 사람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누굴 부르더라고요.
그리고 다가온 한 남자를 제게 소개하더군요.

“아, 이 사람은 공대 학생인데요, 이분과 이야기를..”

그래서 그 사람에게 같은 걸 물어봤는데, 그냥 허둥지둥하면서 별 말을 못하더군요.

뭐 증산도에 시비를 걸려고 간 것은 아니어서, 그냥 옆의 포스터로 자리를 옮겼어요. 그랬더니 그들 역시 저를 따라오더군요.
그리고 태을주라는 것이 나와있는 포스터를 보게 되었죠.
그걸 보고 있으니 옆에서 태을주를 열심히 설명하더군요. 그걸 외우면 뭐가 좋고 어쩌고 하면서요.

그래서 물었어요.

“이 태을주를 외우면 좋은 이유가 뭔가요?”
“아, 태을주의 소리가 우주의 기운과 공명이 되어...어쩌고 저쩌고..”
“태을주 자체는 한자로 기재되는 것 같은데 맞나요?”
“네”
“공명이라는 말을 하는 것 보니, 뜻글자인 한자로 기재되는데도 소리가 중요하다는 것인가요? 그럼 저 한자를 한국식으로 읽어야 맞는 건가요? 아니면 중국식으로 읽어야 맞는 건가요?”
“아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태을주는 그 의미를 알고 외워야 합니다.”
“지금 말씀대로라면 태을주의 발음이 영험하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그럼 한자의 의미는 관련이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 의미를 알고 외워야 한다고요?
태을주의 의미가 중요한 것이라면, 태을주가 한자로 기재되기 때문에 중국어로서의 의미가 중요한 것이니까, 중국어로 읽는 게 맞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왜 태을주를 한국식 발음으로 읽는 거죠?”
“......”

뭔가 지나치게 한 게 아닌가 싶어서, 여기까지 할까 싶었어요.
그래서 그만 하고 가겠다고 했더니, 증산도 사람들이 자기들도 생각을 해보고 연락을 줄 테니 연락처를 달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연락처는 안 주고, 그냥 좋게 말하고 나왔죠.

그들이 저를 붙잡은 것도 아니고, 제가 서서 구경하다가 그들이 말을 건 것이어서 사실 증산도에게 좀 미안하긴 했어요.
그렇지만 그들이 과학 이야기를 한 것이고, 전 종교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긴 합니다만 종교가 과학을 팔아먹는 것에는 매우 부정적인지라, 마침 그들이 말을 건 김에 캐물은 거였는데..흠..

글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모르겠네요.ㅠㅠ



출처 제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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