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사람들 속에 죽은 사람들의 탑이 서있다.
아직 보도 못한 것들은 그 탑을 넘을 수 없으니,
산 사람이 그 앞에 서서 산사람과 싸우고 있더라.
우리는 탑을 넘어야 보지 못한 것들을 향해 가고 있는데,
정작 죽은 탑만 욕하고서 산사람에게 밀려
한탄만 늘어놓고 있으니, 또 다음만 기약하더라
우리는 죽은 탑과 싸워야 하는가. 산 사람을 먼저 넘어야 하는가 .
산 사람과 산 사람이 힘을 모아도 넘기 벅찰텐데
우리는 죽은 탑을 향해 소리치고는 산 사람에게 매질당하더라
거꾸로 봐도 세상이 먼저의 천년에 천년도 그러하였으니,
그 천년의 천년을 견딘 나무 하나 없는 세상에서
어쩌면 죽은 탑을 넘어서는 것이 정녕 힘들지 모르더라
내 한 세월의 곱을 하여도 닿지 못하는 것인데
죽은 탑을 지키는 사람을 그저 비키라고 아우성일뿐이니
나 하나가 아니더라도 욕하는 사람은 많더라
그 세월이 천년의 천년이고 내 생애도 계속되니
그 답답함이 오죽하랴 싶어 한숨짓기에는
우리가 넘어야 하는 것이 산 사람이 아니라 죽은 탑임을 잊지 말아라
-죽은 탑과 산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