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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들의 개체수 조절 이야기 (스크롤압박)
게시물ID : animal_1381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피같은내술
추천 : 8
조회수 : 76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8/17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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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삼년전인가, 야산을 개발해서 만든 부지에 올린 회사에 삼색 얼룩냥이가 나타난게.
이 삼색고양이는 덩치가 상당히 작아서 '이래서 어디 밖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여리여리한 애였는데 대신 사람손을 무서워하지않는다는 장점이 있었어요. 사람손만 타면 얘가 발라당 누워서 배를 만져달라고 골골골~
생각해보면 이거 굉장한 용기죠. 분명히 돌을 던지고 내쫒는 사람들도 격어봤을텐데도 사람만 보면 몸을 부비고 배를 뒤집어 보이는거에요. 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의 덩치가 없는대신 친화력이라는 생존기가 발동되었달까, 하여간 얘가 사람들한테 인기가 좋았어요. 하루건너 참치캔을 조공하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얘가 어디서 사고를 쳤는지 새끼 여섯마리인가를 낳더라구요.
어디 산 중에서 새끼를 낳았던 모양인데 여섯마리인가 되는 아이 중에 얼룩냥이하고 턱시도 냥이 두 마리만 살아남았어요.

요약하자면 어미고양이까지 7 마리가 있었는데 그 중 3 마리만 남은거죠.

하여간 얘들은 어린시절을 무사히 넘기고 별탈없이 자라더라구요. 별탈없이 엄마만큼 덩치가 커져서 엄마젖을 찾더라구요.
그러다가 어느날은 엄마고양이가 사라졌어요. 아마 얘들이 독립을 안하니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떠난 모양이었어요.

그렇게 고양이는 7 마리에서 2 마리로 줄어듭니다.

그리고 겨울이 왔어요.
아시다시피, 겨울은 길고양이들에게 겨울은 가혹한 계절입니다. 그래서 회사의 착한 직원 하나가 가공실 뒷쪽에 고양이 두마리를 위한 집을 지어줬어요.
얼룩고양이는 똘똘해서 그랬는지 별탈없이 적응했는데 문제는 턱시도였어요. 얘가 사람 보이는곳에다가 보란듯이 맛동산을 생산하고 급기야 나름 클린룸으로 관리되고 있던 조립동에 쳐들어와서 조립장 정중앙에 맛동산을 뿌리고 사라진거에요. 그걸 엔드유저가 제품검수하던 때에 발견해서 급히 치워서 별탈없이 넘기긴했는데, 어휴 나름 3중 도어로 잠금된 문을 어떻게 뚫고 들어왔는지 의문을 갖기 이전에 얘는 더 이상 들여놓으면 안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 결국 텅시도냥이는 한겨울에 쫒겨납니다.

얘가 그때 사람들에게 억한 심정을 품기 시작했지 싶어요. 그건 나중의 얘기고...

하여간 그렇게 겨울을 넘기고 어김없이 발정기는 찾아오고 두 마리 냥이는 비슷한 시기에 새끼를 가지게되요.
이쁨받던 턱시도냥이는 그 착한 직원이 알루미늄프로파일로 집을 새로 만들어주니 거기서 새끼 여섯마리를 낳았어요.
근데 뭐가 문제였는지 첨부터 두 마리가 죽어서 태어나더니 나머지 네마리도 젖을 못먹고 굶어 죽어가기 시작하더라구요.
결국 남은 네 마리 전부 죽었어요 (새끼냥이용 분유도 있다는것도 알고 있었습니다만은, 거기가 집도 아니고 일하는 회사였으니 대리수유가 가능한 분위기도 아니었습니다. 다들 바쁘게 일하는데 틈날때마다 고양이 우유주고 그런거 못합니다.)
원인은 잘 모르겠어요. 하여간 그랬어요.
턱시도냥이는 산에서 출산했다는데 몇 마리인지도 모르겠네요. 걔도 살린 새끼가 한 마리도 없었어요.

정리해볼께요. 처음 냥이가 새끼 여섯마리를 낳아서 두 마리를 살리고 그 두 마리가 아마 여섯마리씩 고양이를 낳았은니 총 19 마리의 고양이가 그곳에 있었는데 남은 고양이가 두 마리. 생존확률이 10 % 쯤 되네요.

그리고 다음해에 두 마리의 고양이에게 또 발정기가 찾아오고 이번에는 얼룩고양이는 6 마리를 출산해서 한마리가 죽어서 나오긴했지만 나머지 다섯마리가 씩씩하게 크기 시작했어요.

se2015720105758.jpg


이번에는 별탈없이 잘먹고 잘싸고 잘크고 그랬습니다. 가끔씩 어미고양이가 비둘기같은걸 잡아와서 히껍하긴했지만 하여간 별탈없이 자랐어요.
그리고 턱시도냥이는 여섯마리인가 낳았다는데 두 마리만 살려냅니다.

정리해볼께요. 지금까지 19 마리였는데 거기서 12 마리가 더 늘었고 그중에 어미 고양이 2 마리와 새끼고양이가 5 마리 + 2 마리해서 31마리 중에 9 마리가 생존한거죠. 생존확률 30 %. 별거 아닌것같은데 이쯤되니 슬슬 불안해집니다. 어른 고양이 셋만 있어도 한 마리는 빠져나가야하는 곳에서 새끼고양이를 포함했다지만 9 마리 고양이가 뛰어놀기 시작한거죠.

다행히 미묘라고 칭송받던 아기 고양이 한 마리는 협력업체의 집사가 모셔갔습니다. 케이지가 없어서 철판에 분체도장한 공압박스에 폴리카보네이트로 도어를 만들고 숨구멍을 만든 급조케이지를 제작하여 보낸건 안자랑. 그래도, 여전히 고양이는 8 마리. 누군가 데려가면 좋겠지만 다들 고양이 키우기가 부담스러웠어요. 저도 그랬구요. 무턱대고 데려간 후에 키울 수도 있었겠죠. 근데 그러고 싶지않았구요. 입양한다는게, 책임을 동반해야 하는 행동인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더라구요.

문제는 곧 이상한 방향으로 해결되기 시작했어요.
제법 덩치가 커진 새끼 고양이 둘이 어미고양이 눈 밖에서 뛰어놀다가 길가에 아무렇게나 자는 버릇이 생겼던지 시아가 좋지않은 트럭에 두 마리가 치어죽는일이 생깁니다.
그리고 턱시도냥이 새끼 두 마리 중 한 마리도 사라집니다. 아마 죽은게죠.
그렇게 고양이는 5 마리. 한달간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리고, 회사 진입로에서 저는 눈에 익숙한 얼룩무늬를 발견합니다.
회사에 처음으로 왔던 삼색고양이, 새끼 둘을 남기고 집을 떠났던 고양이의 얼룩무늬. 무슨일이 있었는지 등뼈와 머리 일부만 남고 대부분은 썩어 없어진 모양새였어요. 아마도, 동네주민들이 목줄도 없이 풀어놓고 키우는 개들의 소행이었을거에요.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이 동네 개들중에 목줄을 한 흔적은 있는데 밤이고 낮이고 목줄도 없이 돌아다니는 개들이 있어요. 사람은 물지않으니 별탈은 없었지만 인근 공장에서 키우던 토끼 수십마리를 물어죽인 일도 있고 뭐 하여간 그런 놈들이 있었어요. 첨언하자면 토끼 물어죽인건 CCTV 에 찍혔지만 출동나온 경찰은 해줄 수 있는게 없다더군요. 현장을 덥쳐서 개를 잡아서 주인을 찾지않는 이상 처벌은 불가능하다는 얘기였습니다. 무슨 절차가 그런가 싶어도 상황이 이러할진데 들고양이 한 마리 죽은일로 뭘 더 할 수 있는게 없더라구요. 그래서, 삽을 들고 땅을 파서 묻어줬습니다. 그것 뿐이었네요.

그렇게 남은 삼색냥이와 그 자식 두 마리, 그리고 턱시도 냥이와 그 자식 한 마리 (자식도 턱시도).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어미 턱시도 냥이도 사라져서 회사 근처에는 고양이가 4 마리.

고양이가 한 마리가 되었든 몇 마리가 되었든 얘들이 사람들이 나눠주는 참치캔이나 사료값을 하는것이, 근처에 가득이던 개구리나 뱀같은걸 사냥하는지 공장 근처에 그런 애들이 나타나는 일이 몇 해 걸쳐 없어졌어요. 회사 리프터가 고장나서 내려가려고보니 살모사 한 마리가 뙇하고 또아리를 틀며 반기는 일도 없어졌고 대체 계단도 못타는 놈들이 어찌 들어왔을까, 2 층 현장에서 개골거리며 짝을 찾는 청개구리도 사라졌어요. 그래서, 고마워서 사람들은 틈나면 사료와 밥을 챙겨줬어요.

그리고 어미 삼색냥이가 사라졌어요. 새삼스럽지도 않은 실종. 그렇게 고양이는 이제 세 마리.

그러다가, 이젠 차가 오고가면 경계라도 해야할텐데 더운날 차 밑에서 더위를 피해 잠을 자던 얼룩고양이가 시동거는 소리에도 잠을 자다가 그대로 깔려죽는 일이 벌어집니다.

se2015720112048.jpg

그렇게 처음 입양간 왼쪽의 아이와, 가운데 노랑이. 그리고 사진에는 없지만 저 노랑이의 사촌동생되는 턱시도냥이까지 세 마리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턱시도냥이는 노랑이보다 덩치가 훨씬 작은데도 독기가 넘쳐요. 공유하는 영역이 불쾌한지 수시로 노랑이를 공격하고 이리저리 상처를 냅니다. 자기 동생이 죽은 이후로 급격하게 사람들의 손에 의지하고 넘치도록 부비부비 참치캔을 삥뜯는 노랑이를, 사람들은 응원하지만 나눠주는 사료로 빼앗기는 일이 수시로 벌어지구요.

그리고 지난주부터는 노랑이가 보이지않네요. 죽은줄 알았는데 다행히 회사 근처 야산에서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는걸 보긴했어요. 영역다툼에서 완전히 패하고 쫒겨난거죠.

그래서 결국 31 마리의 고양이 중 이 구역을 차지한 고양이는 한 마리로 줄어듭니다. 나머지는 죽거나 사라지거나 그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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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살고 있고 고양이 발정날때 울음소리에 깜짝깜짝 놀란것도 여러번이긴하지만 이런 이유때문일까, 저는 고양이가 너무 많아서 잡아 없애야한다 이런 주장에 동조를 못하겠어요. 야산이라는 특수한 환경탓도 있었겠지만 31 마리의 고양이 중 한 마리만 살아남은 광경을 직접 목격하다보니 그런 얘기 믿기지가 않아요. 고양이의 개체수는 그런식으로 조절되는것같아요. 절대다수는 일년이내에 죽는다는 형태로요. 살아남은 고양이도 영역에서 쫒겨나구요. 불쌍하지만 나머지 30 마리의 고양이를 돌볼 수는 없는지라 그저 이 죽음과 퇴출이라는 형태로 조절되는 개체수 조절을 그저 지켜보고 이런식으로 기록도 해봅니다. 불쌍하지않냐고 물어보신다면, 수십마리의 고양이가 죽어가는 걸 보아온지라 이젠 그런 감정도 별로 안생긴다고 말씀드려할것같네요. 그게 보통의 길고양이의 삶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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