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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선배한테 통수맞은 soda...(긴 글 주의)
게시물ID : soda_5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issMarlboro
추천 : 12
조회수 : 236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8/18 00:23:52
요즘 오유에 유행하는 사이다 게시판에 저도 인생 크러쉬 사이다 썰 투척해봅니다. 

때는 꽤 과거의 어느시절... 
저는 참으로 가난한 고학생이던 시절입니다. 

보증금 300에 월세 25만원짜리 방에서 살고 있었는데요.. 
제가 좀 특이하게도 동기보단 선배들하고 좀 친하게 잘 지냈었는데요. 
그러다 친해진 선배 언니가 있었는데 그 분은 저랑 7살 차이인가 그랬지만 게임도 같이 하고 밥도 자주 같이 먹으러 다니고 그랬어요. 
아래부터는 그 여자로 칭하겠습니다.

어느 날 그 여자는 제게 재택 알바자리가 있는데 해볼라냐고 물어보더군요.
저야 뭐 당연히 오케이 였지요. 

학습만화 스캔+컬러링 보조 작업이었습니다. 
전 페이지당 천원을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 여자는 자신이 사천원 받는데 너 천원주는거라고 하더군요. 
참 마음으로 고마웠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와서 가난하게 고학생 생활하는데 신경써주시는게 감사하기도 하고...
같이 스캔받고 레벨 조절하고 컬러링 하면서 잘 모르는 부분 알려주기도 하고..
같이 작업하다가 모니터가 다르니 캘리 문제로 저희 집에 자기 컴퓨터를 놓고 같이 작업하면 어떻겠냐고 해서 그렇게도 했고...
급히 돈 필요하다고 10만원 빌려달라고 해서 저도 없지만 금방 준다길래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그 때는 그냥 편하고 좋은 선배라 생각했었습니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좀 이상하더군요. 

같은 온라인 게임을 하는데 그 게임에서 그 여자가 썸을 타는 오빠가 한 분 계셨습니다. 
저도 아는 분이었고요. 요즘 말로 썸이지 당사자인 그 오빠는 사귀는 사이로 알고 계시더군요. 
이때는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1년 선배이지만 나이로는 저보다 9살 많은 오빠가 계셨어요. 
그 오빠도 같이 자주 어울리는 멤버였는데 그 오빠랑 저는 가끔 맥주도 하고 토론도 하는 친한 선후배사이였습니다. 
또 제가 그 여자랑 같이 지내다보니 저한테 그 여자에 대해 자주 물어보기도 하고... 
그 여자랑 그 오빠가 사귀는 사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네 양다리였던거 같아요. 

게다가 그 여자 주변에 언제나 같이 다니는 저보다 한두살인가 많은 남자 선배가 있었는데 
그 분은 그 여자를 좋아하는거 같았어요. 티가 팍팍 나요. 
하지만 그 여자가 받아주지는 않고 요샛말로 하자면 그냥 그 여자 어장에 들어가있는 남자... 
뭐 저만 몰랐지 대충 거즘 주변에서는 그렇게 보고 있었더군요.

그 여자 남자 관계에는 관심이 없지만 제가 이렇게 알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어울린건 오래됐어도 같이 지낸건 육개월쯤인데 (잠은 자기 집에서 자고 작업은 우리집에서 하고)... 
언제인가 그 여자가 그 여자네 언니랑 같이 지내는데 이사를 한다는 겁니다. 
이사를 하는데 저랑 9년 차이나는 현재 사귀고 있는 오빠가 그 여자네 이사를 도와주러 온다고 하더군요. 
여기까지는 뭐 흔한 스토리.

그런데 이사하는 날 게임으로 알게되서 사귀는 또 다른 오빠가 도와준다고 근처로 온다고 연락이 왔나보더군요. 
아마 그 여자가 연락도 잘 안받고 만나자고 해도 안만나주고 하니까 근처로 찾아온거 같았어요. 
그런데 그 여자는 저보고 대신 나가달래요. 좀 놀아주라고... 
지금 생각하면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당시 순진했던 저는 뭐 나도 아는 오빠니까... 하고 쭐래쭐래 추리링에 쓰레빠 끌고 나갔습니다. 
집 근처였거든요. 
밥 얻어묵고... 이야기도 좀 하다가 빠빠이~ 치고 이삿집 좀 구경하고 쭐레쭐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며칠 뒤 주변에서 공식적으로 사귀는 사이로 되어있는 9년 선배랑 맥주를 한 잔 하는데 그 오빠가 힘들다면서 제게 고민을 털어놓더군요.
모르겠습니다. 어렸을때부터 노안이라 그랬는지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들었던거 같아요. 

오빠의 말을 요약하자면 
그 여자의 태도가 애매해서 너무 힘들다. 
자신이 싫다는데도 친구라며 남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이유를 모르겠다. 
남자들 만나는거 싫다고 하니 이제 숨기면서 만난다... 
조금만 알아보면 다 티나는데 왜 거짓말을 하는지 답답하다 
남자좀 그만 만나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자신을 너무 제약한다고 말한다. 

그런 고민을 계속 들어주다보니 왠지모르게 제가 죄책감이 생기더군요. 
심지어 9년 선배오빠는 그 여자 주변에서 따라다니는 어장남도 이미 알고 있었어요. 
뭐 같은과 선후배니까 다 보였겠지요. 나이도 나이고...

그런 와중에 저도 종종 빌려준 10만원좀 갚으라고 하는데 지금은 힘드네 어렵네 하면서 넘어가고..
둘 중에 하나 정리하라고 조언해줘도 뭐 제가 어려서 무시한건지 그냥 양다리 유지하고... 

알바 한 돈을 받을 때가 됐는데 자꾸 미루고 안주고... 그렇다고 빌려간 돈을 주는것도 아니고...
가난한 고학생이다보니 점점 쪼들리더군요. 자꾸 선배들이나 친구들한테 빌붙게 되고... 점점 힘들어지고
그러던 차에 알바 하던거 4번째 파트까지 인가 여튼 두 권 분량 끝내놨는데 9년 선배오빠가 그거하고 얼마 받냐고 물어보더군요. 
전 아주 순진한 얼굴로 
 "페이지당 천원 준다 그러던데? 언니랑 3:1로 나눈거라고 그러더라고... 출판사에서 돈 되게 안나온다고 그러네.. 나도 힘든데..."
그랬더니 9년 선배 오빠가 하는 말이...
 "페이지당 천원? 그거 페이지당 육천원 받을텐데... 출판사에서 돈도 나왔을텐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뒤통수에 스톤콜드 아저씨의 해머링을 맞은듯한 뻐근함이 똬앟...
뭐지... 
당장 돈을 적게 받았다는 생각 보다는 왜 그런거 가지고 나한테 거짓말을 했는지가 가장 이해가 안되더군요. 
육천원 받는데 너는 이쪽에 경험이 없으니 배운다셈 치고 천원 정도에 해보지 않을래? 라고 이야기 했어도 전 오케이 했을겁니다. 
그 작업하면서 포토샵이 많이 늘은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렇게 받으면서 없는 후배한테 10만원 빌려간거 안주고 자꾸 미루는것도 기가 막히고 
그 상황이 되니 양다리 걸치는 여자 대신 나가주고 뒷수습 해주고 이제까지 좋은 마음으로 배려했던것들도 웃기더군요.

순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시 9살 나이 많은 선배오빠는 그 여자의 남자 만나는 행동에 질려서 이별을 통보했었는데 그 여자가 매달려서 다시 사귀는 중이었어요. 
전 그 오빠에게 짐작하고 있겠지만 그 여자 양다리다. 오빠 속이고 남자들 만나는거 쉽게 행동 개선을 할 수 있을거 같지 않다. 
당장 오빠한테 매달려서 오빠랑 사귀고 있지만 지금도 다른남자 만나고 있고 양다리다. 라고 이야기해줬습니다. 

더불어 게임에서 만나서 사귀고 있던 오빠한테도 그 여자 양다리, 아니 내가 아는거만 삼다리다. 오빠 나중에 상처받지 말고 정리하라고 이야기해줬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일한 급여를 받았습니다. 
그 후에 겁나게 진지하게 그 여자한테 전화해서 나한테 거짓말 왜 했냐. 빨리 내가 빌려준 돈 준비해서 나오라고 했습니다. 
맨날 싱글싱글 웃으면서 이래도 웃고 저래도 웃고 하던 애가 겁나게 화난 목소리로 진지하게 나오라고 하니 나오더군요. 
어디였더라.... 잘 기억은 안나는데 제가 캔커피를 하나 건네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넌 언니도 아니니까 언니라고도 안하고 존대말도 안한다. 
사람이 신뢰가 중요한건데 넌 왜 나한테 거짓말을 하냐. 
나랑 나이차이가 7살이나 나는데 7살 어린애 거짓말하면서 살살 갖고 노니까 좋냐. 나잇값좀 해라.
내가 니 부하도 아니고 니 복잡한 남자관계 수습해주고 다녀야되냐. 
너 사는거 더럽다. 그렇게 살지 마라. 네가 주는 일 안할거니까 그 일 나머지는 너 혼자 하든 다른사람 등쳐먹든지 니가 알아서 하고 
빌려준 돈은 이자고 뭐고 필요없다. 원금만 받을거다. 
(봉투에 돈 담아온거 보니 빌려준 돈 딱 십만원 들었더군요.)
그리고 너는 내 인생에서 사라져라. 
나도 너 봐도 아는체도 인사도 안할거다. 꺼져라. 
내 방에 있는 니 컴퓨터 가져가라. 이제까지 지내면서 니가 전기세 한 번 준적 있냐. 
너같은 년한테 같잖은 전기세 받을 생각 없다.
너랑 내 인연은 끝이다. 절연이다. 

라고 장장 1시간 반 가까이 몰아 붙이고 캔커피는 거지년한테 주는 내 마지막 적선이라고 말하며 자리를 떳습니다. 
이야기 하는 동안 고개 푹 숙이고 미안하다, 다시 잘 지내자, 자기가 잘 하겠다 하는데 이제와서 그 여자의 그런 말 안믿어요. 이미 신뢰가 깨진 관계라...
아무말 못하고 그 날 어장남 데리고 와서 컴퓨터 챙겨 가고 컴퓨터책상은 밖에 내놓더군요.
전 말하는건 지키는 부류라 실제로 진짜 만나도 인사도 아는체도 안했어요. 

그리고 그 여자랑 사귀던 오빠들 둘 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여자랑 관계 정리했습니다. 
다만 그 어장남은 여전한거 같았지만요. 
나중에 어장남한테 한소리 들었거든요. 
왜 누나 욕하고 다니냐고... 그래 혼자 그 어장속에서 이쁜 사랑 하시든가.
내가 믿었던 사람한테 통수 맞은게 억울해서 그런다. 그리고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똑바로 해라. 
욕하고 다니는게 아니라 그냥 내가 겪은 일 다른사람들 겪지 말라고 이야기 해주는거 뿐이다.
누가 잘한건가 이야기해볼까냐고 이건 더 친하고 덜 친하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겁나게 따지고 그 어장남 메신져 차단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이미 아웃.. 그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취직했었소요. 꽤 오래 지난 일이지만 제 스스로 절연한 두 번째 여자 이야깁니다. 
지금이야 이렇게 덤덤하게 이야기하지만 그 때는 제가 너무 어렸고 순진했고 참 정말 마음도 많이 아팟고 상처도 많이 받았네요. 
그나마 그때 그렇게 쏴붙이고 그 여자 말도 제대로 못하게 몰아붙여서 덜 억울한거 같습니다. 

첫 번째로 절연한 여자애도 이런식으로 쏴붙였었는데... 그래야 좀 덜 억울하더라고요... 
자랑은 아니지만 경우없는 말은 잘 안하는 편이거든요. 

9년 차이나는 선배 오빠는 좋은 여자 만나 결혼해서 아들하나 딸하나 두고 잘 살고 있습니다. 전 결혼식에도 갔지요. 
게임에서 알던 오빠는 수 년 동안 연락하고 지냈었는데 지금은 연락이 끊겼네요. 
그래도 성격 시원시원하고 배려심 돋는 매너남이었으니 잘 살고 있을거라 믿어요. 

음.. 마무리 어떻게 하지.. 
거짓말은 좋지 않아요. 
솔직합시다. 
자기 나이에 부끄럽지 않게 멋지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자구요.

이 정도면 사이다게시판에 제법 잘 어울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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