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8월 군번입니다
인제에서 gop로 자대배치 받고 A급 병사가 되는 것은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고 남들만큼만이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햇습니다
당시 소대장도 임관한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물소위라 처음으로 신병을 받았던 소대장은
특히 저와 알동기를 아꼈습니다
9월에 자대배치받았는데 완전작전까지는 아직 1년 가까이 남은 상황이었습니다
첫눈이 이틀동안 150cm 눈이 내려 사흘동안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엄청난 노동을 하다보니 3개월만에 죽고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되었습니다
첫해 겨울을 무사히 넘기고 일병을 달고 후임이 한 둘 생기기 시작할 때 즘 3월 군번 신병이 새로 들어왔습니다
당시 저희 중대는 09년 3월군번이 중대에 약 40명 정도 차지할 만큼 군번이 꼬여있었고 11년 초엔 그 많은 인원들이 대거 빠져나가
경계작전을 하는데 인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3월 신병을 받고 한달 뒤에 또 다른 신병이 전입왔는데 이번에는 신병이 아니라 다른 중대에서 넘어온 아이라고 하네요
다른 중대에 동기가 있던 선임이 말해주기를 고문관이라고 너희 큰일났다고 하네요
어느 분대로 갈지 저희는 조마조마 하고 있었는데 하필 소대장의 신임을 받고있던 저와 동기가 있던 분대로 그 아이를 넣어주었습니다
그 아이는 약 보름간 소대장 순찰병으로 지내면서 적응기간이 있은 후에 본격적으로 근무에 투입되었고 그 아이의 사수는 바로 저였습니다
최근 몇년간 gop에 문제가 대외적으로 많이 드러났는데 gop는 대내적으로도 크고 작은 문제가 많습니다
바로 수하가 뚫리느냐 안뚫리느냐를 두고 말이죠
특히 진급에 대한 욕망이 가득차있는 연대장과 그 연대장님의 영향을 받고 있는 대대장, 중대장이 속한 곳에선
FM 이 특히나 강요되어 병사입장에선 상당히 피곤합니다
따라서 연대장은 시도때도없이 병사들이 긴장할 수 있게 불시에 방문하여 섹터를 타곤 했어요
당시 저희 중대장님도 강직한 분이라 수하를 놓치게 되면 그냥 넘어가지 않는 분이셨는데
대대장은 커녕 연대장이 자주 방문하는 상황에서 이 분들을 수하를 놓치게 되면 최소 징계 심할 경우 영창까지 가야될 상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연평도 포격도발로 인해 국방부장관이 특히나 전방 경계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린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따라서 제 입장에선 간부 수하를 놓치는건 죽어도 싫었습니다 왜냐면 남들만큼만 군생활 하다가 무사히 전역하자는게 제 목표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첫 부사수를 맞은 저로서는 그동안 쌓아온 팁들을 경계서면서 알려주기 시작했고 특히 수하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를 하고 또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전방에서 북한군을 두고 서있는 입장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또 다른 적은 간부이다, 우리가 아무리 전방 감시를 잘 한다고 하더라도
측방과 후방을 뚫리는 건 결국 작전 실패다 그러니 측방과 후방도 잘 살펴서 간부 수하를 꼭 해야 한다
라고 강조를 또 하고 또 했습니다 왜냐하면 고문관이라고 이미 들은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애는 긴장을 해서인지 첫날에는 멍~한 표정으로 앞만 쳐다보더군요
이때까진 그러려니 했습니다 적응하는데 좀 오래 걸리겠거니 오늘은 그냥 내가 좀 고생하고 양쪽을 다 봐야겠다 하고요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도 애가 바뀌긴 커녕 전방도 보지 않고 이젠 그냥 눈을 내리 깔고 멍을 때리더군요
그래서 경계해야지 뭐하니 라고 물어도 그 잠깐 쳐다보는 척 하는게 다고 몇분 후에 또 보면 멍을 떄리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무슨 고민 있냐 혹시 누가 너 괴롭혔냐 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거라도 있냐 온갖 질문을 해도
애가 아닙니다... 한번 대답한게 전부....
그래서 참다참다 아니 씨발 도대체 뭐가 문제냐 말이라도 해야 알거 아니냐 니가 니 역할을 못하면 나까지 좆된다 나한테 왜이러냐
라는 식으로 몰아붙혔습니다 왜냐면 다시 말씀드리지만 당시엔 연대장 대대장이 불시에 방문에서 누구 한명이라도 잡혀라는 심보로 순찰을 돌았으니까요
그랬더니 대답도 없고 반응도 없어서 속으로 그냥 어휴 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1주일 뒤에 소원수리함에 제 이름이 올라갔다는 걸 알게되었고 징계를 받아 포상휴가가 짤리고 진급누락 되었네요
제가 할수있었던게 무었이 있었냐면 간부님한테 말씀드려서 애가 이상하다 여기에서 작전하는 건 쟤랑 안맞는것 같다 라고 진지하게 말씀드려봤지만
중대장님은 이를 묵살하셨고 제 부사수로 계속해서 근무를 서게 하였지만 그 몇일 사이에 결국 일이 터져 전 징계를 받았네요
고 몇일을 못참고 소원수리함에 이름을 썻던 그 아이 이게 정상이라고 보십니까? 일주일 이주일 한달 세달 반년 도 아니고 고 몇일입니다
징계위원회에 참석한 타 중대 간부들도 저를 보는 눈빛이 저를 잡아먹겠단 눈빛이 아니라 연민이 섞인 눈빛이었고 타 소대 부소대장님은
징계위원회가 끝나고 저를 따로 불러 같이 담배를 피며 니가 똥밟은거다 그러려니 해라 라는 위로밖에 들을수 없었습니다
왜냐면 소원수리는 대대장 귀에 들어가는 것이고 대대장은 FM을 강조하기 때문에 병사들 개개인의 스토리는 안중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죠
얘기가 길었는데 아무튼 지금 생각하면 그런것도 경험이다 하고 허허 하고 웃어넘기지만 그당시 기억을 파고들어가면 기분이 영 찝찝해지는건 어쩔수 없네요 지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