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상식과 분별력과 시대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사리사욕이 없고 언행일치에 대한 신뢰도가 정치인 상위 1%에 속합니다.
한 마디로 당신은 존경받을만한 인품의 소유자입니다.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도 인정하는 팩트입니다)
하지만 죄송합니다. 지금 한가롭게 당신 개인의 인품을 칭송할 때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당신은 태평성대의 지도자감이지 지금같은 막장 세상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말합니다. 1급수의 물고기를 구정물에 억지로 풀어놓은 것 같아 미안하다고. 지금 제 심정이 그렇습니다. 권력욕이 없던 분을 시대의 요청이란 명목으로 강제 구인하여 당신과 당신 가족까지 피폐하게 만들게 된 것이 참으로 죄송합니다.
그럼 이제 어떡할까요? 그 전에 묻고 싶습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진정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여 계파정치를 끝내서 당을 먼저 단합시키고,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여 내년 총선에서 압승하고, 여세를 몰아 대선에도 승리하여 (또다시 자행되리라 예상되는 부정선거마저 극복하고) 2018년부터 나라를 바로잡게 될 것이라 예상하십니까?
당신이 모셨던 노무현 대통령을 회상해 보십시오. 그는 이승만 이후 50년 넘게 썩어온 한국의 소위 ‘역린’들을 건드려 왔습니다.
저는 민주 정권 이후의 검찰조직, 헌법재판소, 하나회 척결 이후의 군부, 호남 철밥통, 운동권 출신들이 썩은 조직이라는 것을 노무현 때문에 알게 됐습니다. 그는 싸웠습니다. 때로는 진흙탕을 각오하며 승부를 걸었습니다. 당신처럼 사안마다 점잖은 목소리로 공명정대한 일반론을 외치지 않았습니다.
예.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때보다 상황이 훨씬 불리합니다. 관제 언론, 노골적인 정보기관의 조작질, 그때보다 더욱 팍팍해진 서민들의 삶, ‘친노’가 기득권의 다른 이름이 되어버린 어처구니없는 풍조. 사방에서 각기 다른 이유로 물어뜯는 무리들.
자,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이대로 원칙과 순리에 맞게 선거때까지 시간을 보내시겠습니까?
혹시 ‘나도 답답하다. 혹시 넌 좋은 생각 있냐?’라고 물으신다면, 감히 조언을 하겠습니다.
먼저 세를 모으십시오. 새정치연합 120여 명의 의원 중에 ‘진짜 친노’ 몇 명과 식사를 하십시오. 노대통령의 서거만 생각하면 아직도 울분이 터지는 이들 말입니다. 정확히 몇 명인지는 모르지만 적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들과 사적으로 만나 ‘친문’으로 삼아 가신그룹을 만드십시오.
그 다음에는 친노까진 아니지만 상식이 무너진 시대를 통탄하는 젊은 의원들과 접촉하십시오. 을지로 위원회를 포함 비례대표 초선들 중에 그런 이들이 많습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그들을 ‘범친문’으로 삼으십시오. 그들이라면 ‘닥치고 정권교체’에 이의를 달지 않을 것입니다.
‘범친문’에는 원외 인사, 학계 인사, 언론인, 외국의 정치인이 포함됩니다. 그들을 포섭하십시오.
이렇게 세를 형성한 다음에는 칼을 뽑아야 합니다. (당신 적성이 아님을 알지만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해방 후 70년동안 단 한번도 반성하지 않는 기득권 세력과, 그들과 적대적 공존을 모색하는 민주 수구세력에게 단호함을 보여야 합니다.
당신을 비난하는 세력은 딱 두 부류입니다.
1. 자신들의 기득권이 위협받는 게 싫은 세력과 그들에게 투표하는 사람들.
2. 당신이 기득권에게 지거나 화해할 것 같아 속이 타는 사람들.
어느 쪽이 많다고 보십니까? 혹시 1번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별 관심없는 양비론자들을 제외하더라도 역사상 언제나 2번이 수적으로 우세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통합, 상생, 국익 등의 언어들은 언제나 1번 세력의 몫이었습니다. (죄송하지만 당신도 거기에 일부 물든 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1,2번 세력의 마음을 동시에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천지가 개벽을 해도 없다는 걸 제발 깨달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이건 진실입니다. 선택을 하셔야 합니다.
2번을 선택하셨다면 (설마 1번은 아니겠죠) 그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경제활성화, 남북통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이 권력을 잡은 뒤에 ‘하실’ 일이죠.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1번에 대한 응징’입니다. 응징이란 말이 부담되신다면 ‘결별’이라 고치지요. 먼저 내부의 적들에게 ‘나가라’라고 말하십시오. 동시에 그들의 사리사욕을 정확하게 국민에게 공개하십시오. (이미 다들 알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술렁댈 것입니다. 아마 언론은 칼춤을 추겠지요.‘문재인 친노 한풀이 본색’ ‘문재인 정권교체 포기했나?’ 등등의 제목을 뽑으며 총공격을 하는 얼마 동안은 여론도 악화될 겁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그 시기 길지 않습니다) 반격의 여론이 등장할 겁니다. 일부 여론이 보조를 맞추겠지요. 그와 함께 ‘이것 봐라, 판이 재밌어지는데?’ ‘그래도 신선하다’ 등의 SNS가 온라인을 누빌 것입니다. 미리 만들어 놓은 친문그룹도 힘을 보탤테고요.
그 다음은 정부 여당과의 싸움입니다. 지금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단어들을 사용하시고 좀더 분노하십시오. 국민들은 여야 대표가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에 질릴대로 질린 상태입니다.
그리고 국민에게 호소하십시오. 나라의 국익과 국민의 사익이 안전하게 지켜지는 진짜 보수 세상을 만들겠다고. 잘못을 하면 댓가를 치르는 세상을 만드는데 여러분이 도와달라고. 아마 국민들은 환호할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이 나라가 헬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는데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걸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