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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107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GB
추천 : 1
조회수 : 367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4/01/05 00:14:01

『샤프를 쓰지 않는 이유』

3교시 수업시간이 끝나고 있었던 일이다. 내 옆자리에 앉은 친구는 수업시간 동안 계속 자다가쉬는시간 종소리가 들리자 마자 일어났다.
피곤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필기 좀 보여줘"


내가 여러 방해와 피곤함을 참으며 선생님의 말을 하나도 빼먹지 않기 위해 1시간 동안 노력한 생산물을 아무런 대가 없이 보여달라는 뜻이다.
물론 아무런 대가 없이 귀중한 생산물을 넘길 수는 없는 법이다. 이럴 때는 딜이 필요하다.


"필기 보여줄게. 대신에 영어 숙제 좀 배낄 수 있을까?"


"ㅇㅇ. 배껴."


말이 나오자마자 친구는 가방을 뒤적거리며 영어 노트를 찾아서 나에게 주었다.
나도 노트를 찾아서 꺼낸 뒤, 필통에서 연필을 꺼내 베낄 준비를 하였다.


"? 너 아직도 연필쓰니? 아직도 쓰는 얘가 있었구나……."


교실에 있는 친구들의 필통을 둘러 보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볼펜이나 샤프가 필통 가득히 들어있고, 지우개나 자 등이 더 있었을 뿐 연필이 들어있는 필통은 보이지 않았다


"너는 샤프를 안 써?"


"?"


친구 목소리가 작기도 하고, 갑자기 나온 말이라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자 친구는 큰 목소리로 다시 질문했다.


"너는 왜 샤프를 쓰지 않는 거야?"


나는 왜 샤프를 쓰지 않는 걸까. 물론 거기에는 매우 합당한 이유가 있다. 샤프를 쓰지 않고 연필을 쓰는 이유가 말이다.


"너 샤프를 쓸 때, 샤프심을 넣어서 쓰지?"


"그렇지. 샤프에 샤프심을 안 넣으면 쓸 수가 없잖아."


"그러면 심을 어느정도 쓰면 새 심을 넣어줘야 하는 거지?"


"질문이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샤프심을 다 쓴 다음에 심을 넣어야 하는거 아니야?"


". 틀렸어"


의외의 대답에 친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샤프 속에는 샤프심을 지지해주는 지지대가 안에 있어. 그 지지대까지의 거리보다 샤프심이 짧아지게 되면, 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씨를 쓸 수 없는거지."

"그렇지 그렇지. 그래서?"

"그래서 심을 갈 때는 예전 심을 다 쓰고 난 뒤가 아닌, 예전 심이 어느정도 남은 상태에서 새 심을 넣어줘야 하는거야."

"그래서??"

"그런데 지지대까지 거리가 얼마인 줄 알아? 무려 10mm . 참고로 샤프심의 길이는 평균 40mm."

"잠깐. 그러면 결국 30mm밖에 쓰지 못하는 거네?"


"그렇지. 결국 우리는 샤프심의 25%를 쓰지 않고 버려버리는 거지."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중학교 1학년 때였어. 샤프심의 양에 비해서 내가 너무 빨리 쓰는데 의문이 들었지."
"그리고 깨닫게 된 거야. 이 불공정한 사실을! 우리는 샤프심을 만드는 회사로부터 25%에 해당하는 가격을 부당하게 내고 사는거라고!"
"그 날 이후로 결심했지. 다시는 샤프를 사용하지 않기로. 전문 용어로 불매운동이라 하던가?"


친구는 갑작스러운 사실을 들었는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리고 말했다.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다니……"

"이건 다 샤프회사의 음모야! 우리도 모르게 세뇌시켜서 샤프심을 사면 모두 다 쓴다고 무의식 중에 착각하게 한거지."


그리고 그날 이후로 친구도 샤프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이게 나와 내 친구가 샤프를 쓰지 않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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