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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10281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신출
추천 : 6
조회수 : 15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19 15: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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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아버지

돌아보니 당신은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당신을 그토록 미워하고 원망하고 저주했더라도
이제 못나고 어린 아들을 당신도 용서하십시오

우리에게 모든 과거를 맡겨버린 채
어린아이가 되기로 마음먹고 누워버렸을 때
영원히 다섯살이 되어버린 당신을 짊어지느라
우리는 오히려 더욱 하나가 되었습니다.

시간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상대였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쏟아붓던 증오와 분노들을
천천히 연민과 미안함으로 주워 담았고
한번도 듣지 못했던 당신의 목소리가
조금씩 귀 기울여지기 시작 했습니다.

길고도 짧은 10년간의 작별인사는
다시는 받고싶지 않은 힘겨운 선물이지만
철없이 증오로 물들었던 어린 손으로
당신의 사진을 들지 않아도 되도록
넉넉히 준비할 시간을 주어 고맙습니다.

아버지

기어코 서럽게 벛꽃이 만개하던 봄날
태연히 떠나버린 당신을 기억합니다.
이제 나는 당신을 추억하며
얼마든지 미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따금 주말 사 들고가던
당신이 그렇게 좋아한 양념통닭을 기억합니다.

주머니에 만원짜리 한장이 없어
떼쓰던 당신에게 사주지 못한 시계를 기억합니다.

내가 아니면 누구에게도
함부러 맡기지 않던 당신의 손톱을 기억합니다.

집을 나가 길을 잃은 당신을 
온종일 휘적이며 찾아 다니던 골목을 기억합니다.

당신을 저주했던 이유들을 읽으려면
이 모든 기억들을 먼저 꺼내 읽어야 하기에
그제서야 어렴풋이 손에 닿을듯 하기에
게으른 아들은 이제 거기까지 읽지 않으려 합니다.

아버지

당신에게 아버지란 이름은
어떤 무게였습니까?

저도 이제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당신과 나처럼 꼭 닮은 아들은 아니지만
당신 며느리를 꼭 닮은 예쁜 딸이 생겼습니다.

언젠가는 제 딸이 못난 나를 저주하며
영원히 용서하지 않으리라 다짐할까요

아버지

저는 이제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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