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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하게 뺨따귀를 때렷던 선생님을 찾아뵐 것이다.(긴글주의 예고성 글)
게시물ID : soda_7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킹쾅쿵쾅
추천 : 19
조회수 : 3578회
댓글수 : 109개
등록시간 : 2015/08/20 06:16:46
전 20대 중반의 남자입니다.

제가 사는곳은 중고등학교 시절 체벌이 상당했습니다.

야자시간에 떠들거나 잤다는 이유로 엉덩이와 허벅지가 다 터지도록 매를 맞았으며,

남학생의 머리가 5센치를 넘거나 귀를 덮는다는 이유로 빰따구를 맞고 선생님의 구둣발에 밟히는건 그리 별난 일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제 친한 친구가 등교 첫날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문앞에서 선생님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맞고 발로 밟혔으며,

다른 친구는 따로 학생부실에 끌려가 매를 맞았는데, 어찌나 지독하게 맞았던지 아직도 한쪽 턱으로는 오징어같이 딱딱한 걸 씹을수 없다 합니다.



저 역시 그 체벌로 부터 자유로울 순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비교적 모범생이었고 남들에게 책잡히는 것을 싫어하여

교복등을 전혀 줄여입지 않았으며, 머리도 깍두기마냥 스포츠 머리만을 고수하였고 

좋든 나쁘든 빚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 탓에 맞을 일을 잘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이런 저런 이유로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옮겨가는 그 사이에 전학을 2번 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전학을 간 학교는 원래 제가 친했던 친구들이 많던 터라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배정받았던 반은 그러지 못해 적응을 위한 노력과 기간이 어느정도 필요했습니다.




전학을 가고 며칠 지나지 않아 수학여행을 갔었는데 이 무자비한 뺨따귀 사건은 거기서 일어납니다.

첫째날 밤이 깊어 숙소로 간 저와 반 친구들은, 그 나이때 아이들 모두가 그렇듯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매우 들떳던 당시 저와 반 친구들은 문득 옆방에 놀러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복도에선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이 방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감시를 하고 계셨고, 그리하여 저희들은 복도가 아닌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됩니다.




결국 저희가 생각했던 길은 베란다를 통해 다소 위험하게 옆방으로 넘어가는 것이었고,

당시 전학생이었던 제 입장에선 이 일에서 저만 빠진다고 말할 입장이 되질 못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분위기는 전학 왔던 제가 시범 케이스 격으로 가장 먼저 넘어가는 모양세가 되었고,

저 혼자 살자고 이 일에서 빠지게 되었을 때 이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한다거나 적응을 잘 못하게 될까 두려웠던 저는

결국 가장 먼저 베란다를 넘어 옆방으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아이들의 위험한 일탈은 선생님들께 들키게 되고

아직 옆방으로 건너지 못하고 베란다에 모여있던 제 방 친구들은 모두 나가 벌을 받았으며

이미 옆방으로 건너간 저는 마음을 졸이며 불꺼진 옆방의 어둠속에서 혼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 한 선생님께서 방으로 들어 오셨고 베란다를 넘어간 제게 복도에 엎드려 뻗쳐 있으라 하셨습니다.





당시 복도는 비상계단 유도등만 켜진 채 어두운 상태였는데, 전 그 어둠속 한켠에서 잔뜩 긴장하며 엎드려 뻗쳐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십분이 흘렀을 까, 누군가 절 발로 차며 성난 목소리로 '야! 일어나'라고 하였고

일어나라는 소리와 동시에 바짝 긴장하며 '네'라는 대답과 함께 일어났던 저는 별안간 '쩍'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서 별빛이 번쩍이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귀싸대귀를 맞은 저는 휘청이며 뒤로 물러나게 되었고, 다시 뺨을 맞고 또 다시 뺨을 맞으며 휘청휘청 뒤로 물러나게 됩니다.

결국 등이 반대쪽 복도 끝 벽에 닿으며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지고 나서야 빰을 맞는 게 끝이 났습니다.

체벌이 그치자 전 앞에 계신 선생님께 무슨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용서를 구하며 잘못을 빌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았고

그 뒤로 제가 어떻게 방으로 들어갔고 어떻게 잤으며 그 선생님과는 어떤 말을 했는지 와 같은 일들은 아무런 기억이 없습니다.

다만 그 당시 제가 무척이나 놀라고 긴장해서 십수번도 더 귀싸대기를 맞았던 얼굴이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는 것만 기억 납니다.







그 뒤로 이 일은 구체적인 기억 대신 어둠과 권위적이고 과격한 몸짓과 폭력에 대한 공포증 내지 트라우마로 남아서

그 뒤 고3 생활과 군대 생활에 있어 어려움을 겪게 되는 원인이 되었으며

영화나 드라마에서 누군가 따귀를 맞는 장면만 나와도 그날 그런 수치심과 두려움이 떠올라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두근거리며 손발이 덜덜 떨리고

마지 제가 맞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성인이 된 후 저는 이 선생님을 한번은 찾아뵙고 그날의 폭력에 대해서 사과를 받아야겠단 마음을 먹었는데,

막상 찾아가려니 두렵기도 하거니와 그 일이 있은 뒤로 저와 그선생님은 일절 교류가 없던 터라

그 선생님의 번호나 전근가신 학교 등 일체의 신상정보를 몰랐던 저는 매해 이 일을 마치리라 다짐을 했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원인을 제공했고 잘못한 점은 충분히 알고 있으나 아무리 잘못을 했기로서니 그렇게나 학생을 패는건 지나치다 생각합니다.)







그러던 중 이번 그것이 알고싶다 '인분교수'편을 보던 중 가해자가 피해자의 뺨을 주먹으로 치는 장면에서

역시나 호흡이 가빠지고 그날의 수치스런 기억과 공포가 살아났던 저는

더이상 이대로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선생님을 찾아뵈어 복수아닌 복수... 아니 사과... 솔직히 말해 복수와 사과의 중간정도 되는 그 어느것이

라도 좋으니 일단 선생님을 찾아뵙기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교육청 선생님 찾기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주변 동창들에게 선생님의 번호를 물어보는 등 제가 할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결국 선생님의 번호를 입수했고, 선생님께 용기를 내 연락을 드려서 저를 기억하신다는 응답을 받고

제가 선생님 사시는 지역으로 가서 뵙기로 하는 약속까지 잡아논 상태입니다.

(문자를 드리고 며칠 동안 답장이 오질 않아 연락이 닿기까지 매일 전화를 했던건 비밀...)





누군가는 이 글을 보며 고구마 만개짜리 답답함밖에 없는 내용이라 생각할지 몰라도

제가 두려워하던 그 사건의 장본인과의 만남을 잡기까지 그 두려움에 맞섰던 저는

선생님과 연락이 닿고 저를 기억하며 문자로 나마 짧은 사과를 받고, 선생님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으니

그 과정에서인지 아니면 짧은 사과때문인지 아니면 만나기로 한날만을 벼르고 있는 제 의지때문인지

거짓말 같이 그날의 수치심이나 공포, 또 그런 일련의 부정적인 것들이 정말 눈에 띄게 없어진 것을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그 당시 폭력앞에 무기력했던 어린 제게 성인이 된 지금의 제가 기억속의 그 아이에게 손을 내밀며 그 당시 아무것도 할수 없이 상처받은 아이를

그 무기력증으로 부터 구하며 스스로 치료를 하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물론 이 글은 여기서 끝이 아니며 선생님께 직접 사과를 받고 난 뒤 후기를 남길 예정인데,

선생님과의 약속을 잡을 당시에 선생님께서도 사과를 하실 의향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아량이 크지 못한 제 성격탓에 다소 선생님께 원망내지 소심한 복수의 의지를 담아

'제가 강남의 부잣집 아들이어도 저를 그렇게 패실수 있었겠냐', '요즘은 체벌이 절대 없다던데, 그 당시도 그런 폭력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는데

그 당시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등의 공격적인 질물을 하면서 소인배 스런 복수 따위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저도 그날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런 폭력이 아닌 교내봉사라든지 정학, 기타 다른 방법으로의 처벌이 그날의 제게 합당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선생님을 만나기가 솔직히 두렵기도 하고 약속을 나가기가 꺼려지는것도 사실이기에

글을 읽으신 분들께 제가 그 만남에서 또는 앞으로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조언을 구해봅니다.






끝으로 게시판 이탈 논란이 걱정되 다시한번 말씀드리자면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사이다가 아닐지 몰라도, 

당사자인 제게는 선생님꼐 문자를 통해 간단한 사과를 받고 만남을 약속한 것만으로도 정말 엄청 후련했고

앞으로 만남이 있은 뒤 후기는 좀 더 사이다가 되길 기원하며 이 게시판에 써 봅니다.

*추가* 
누군가는 사이다가 아닐지 몰라도 당사자인 저는
이 기억으로 6년 가까이 고통받아 왔는데, 선생님과 연락이 닿고 간단한 사과를 문자로나마 듣고 만날 약속까지 잡게 되니
정말 거짓말처럼 지난날의 고통이나 트라우마가 치유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부디 넓은 아량으로 게시판 이탈이 아닌것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출처 저의 왼쪽 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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