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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를 구조하기 전에 고려해야 하는 것들.
게시물ID : animal_1076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삵나비
추천 : 13
조회수 : 816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4/10/23 13:17:50
냥줍과 납치의 차이는 요즘 동게에 글이 하도 많이 올라오니까 많은 분들이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냥줍이 무슨 유행처럼 번져서 무턱대고 예쁘다고 막 주워오는 분들도 있겠고,
얘가 진짜 도움이 필요한지 아닌지 잘 몰라서 일단 데려와보는 분들도 계실거예요.
특히나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은 내가 하는 게 구조인지 납치인지 더 판단하기 힘드실거예요.

냥줍을 하기 전에 한 번쯤 생각을 해 보시라고 글 올려봅니다.



1. 반드시 책임질 각오가 되어 있을 때만 데려오세요.

일단 나보다 더 잘 키워줄 사람 있는지 알아보고, 혹시라도 없으면 그 땐 내가 키워야지 (O)
일단 데려와보면 누구 맡아줄 사람이 나오겠지, 혹시라도 없으면 그 땐 도로 방사해야지 (X)

고양이는 예쁜 인형이 아니고 살아있는 생물이예요. 밥도 먹고 똥도 싸고 사고도 칩니다. 손 엄청 많이 가요. 길에서 데려온 냥이면 건강상태도
나쁠테고 이래저래 신경 쓸 게 많습니다. 생명인지라 행복, 기쁨, 공포, 우울감 다 느낍니다. 사람 손 탔다 다시 버려지면 죽을 확률도 높고요.
아깽이는 어릴수록 살려내기 힘듭니다. 사람이 해줄 수 있는 것보다 엄마냥이가 해줄 수 있는 게 더 많아요. 엄마있는 애 쉽게 주워오지 마세요.

요즘 아깽이들도 입양처 구하는 거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입양은 고사하고 임보처조차 못 구할수도 있어요.
충동적으로 구조하지 말고 책임질 수 있을 일만 하세요, 구조라는 뿌듯함만 잠깐 누려놓고 책임은 남한테 떠넘길 생각 하지 마시고요.
성묘 구조하실 땐 책임이 더욱 큽니다. 성묘니까 다시 길에 내놔도 죽지는 않겠지, 이러지 마세요. 어리고 예쁜 아깽이는 그나마 입양을 잘 가요.
근데 성묘 입양시키는 건 하늘의 별따기예요. 품종묘 아닌 이상 성묘는 거의 입양 못 간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만약 도저히 키울 상황도 아니고 데려갈 엄두도 안 나는데 눈 앞에 진짜 불쌍해 보이는 냥이가 있다?
집으로 데려오진 마시고 밥이나 물이라도 좀 챙겨주세요. 그리고 고양이 커뮤니티나 동게에 글을 올립니다.
[오늘 **시 **동에서 *****한 냥이를 봤어요. 위험해 보이는데 데려올 상황은 아니라 먹을 것만 간단히 챙겨 주고 왔습니다.
아무래도 계속 마음에 걸리는데 혹시 그 근처에 사시는 캣맘분들 계시거든 좀 신경써서 살펴봐 주세요…….]




2. 구조가 필요한 고양이와 필요 없는 고양이의 구분법.

사고 당한 냥이, 다친 냥이, 어디 아파보이는 냥이, 보호소 냥이는 구조 필요합니다.

털이 깨끗하고 통통하고 건강한 냥이는 구조가 필요 없습니다. 통통하고 울음소리 우렁찬 아깽이라면 분명히 보살펴줄 어미가 있습니다.
성묘라면 자생할 능력이 충분하거나 주변에 챙겨주는 사람들이 많은 경우입니다. 길에 사는데도 딱 봐도 건강하고 예뻐보이는 아이는 길에서
살 수 있는 냥이예요. 아기고양이가 어미 없이 오래 울고 있으면 일단 먹을 것만 줘 보시고, 냉큼 주워가지 마세요. 사람이 밥 주면 적어도 당장 굶어
죽진 않겠죠. 만약에 그 와중에 비가 엄청 와서 쫄딱 젖었다던지, 진짜 목소리에 맥아리 하나 없고 비실비실하다던지 등등, 어차피 어미가 와도 얘는
못 살 거 같다 싶을 때는 물론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친화력 있는 성묘라고 무조건 구조가 필요하진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한테서 보살핌 받는 냥이들은 평생 목욕해본 적 한 번도 없어도 집냥이 뺨치게
털결 좋습니다. 대학교마다 있는 짬묘들 생각해보세요, 상태좋고 사람 잘 따른다고 다 가출냥은 아니예요.
"애가 너무 개냥이라서 나쁜사람한테 해코지 당할까봐 걱정돼요~"하면서 데려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대부분은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고양이한테 호의적인 동네거나, 가출묘or유기묘거나. 고양이는 눈치가 굉장히 빠른 동물이예요. 아무리 천성적으로 사람 잘 따르는 아이여도
해코지 당할 뻔 한 적 있으면 사람한테 접근 안 해요. 사람한테 잘 부비적거린다는 건 적어도 아직까지 해코지를 당해본 적이 없거나, 해코지하려는
사람보다는 예뻐해주는 사람을 더 많이 만나봤다는 뜻이예요. 한강맨션 사태처럼 고양이만 보면 때리고 학대하는 사람이 있다던지, 고양이는 다 잡아
죽여야 한다면서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미리부터 해코지 염려할 필요 없이 그냥 그 동네에서 살게 둬도 돼요.

그리고 목걸이나 옷 등 집냥이의 흔적이 있으면 일단 데려와서 주인 찾아주세요. 가출묘입니다. 발톱을 확인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발톱 한두 개 정도 뭉툭한 게 아니고 18개가 다 일정하게 짧으면 주인이 손질해 준 거예요. 앞발톱은 빨리 자라니까 뒷발톱으로 확인하는 게 좋아요.
그런데 목걸이가 있어서 주인을 확실히 찾아줄 수 있는 상황 아니라면 아무리 손질이 잘 돼 있어도 일단 유기묘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전제하고
데려오세요. 데려왔다가 주인 못 찾는다고 두 번 버릴 수는 없잖아요.

만약 거둬줄 수 있는 상황 아닌데 진짜 가출묘 아니면 유기묘인 게 확실해보인다? 고양이 커뮤니티나 동게에 글을 올립니다.
[…오늘, **시 **동에서 ****하게 생긴 고양이를 봤습니다. ***한 게 아무래도 가출묘같은데 혹시 **동에서 냥이 잃어버린 분 계신가요?]




3. 입양, 임보 쉽게 생각하지 마세요.

직접 구조한 사람조차도 얘를 책임질 엄두가 안 나서 딴 데 맡기려고 하는데, 얼떨결에 떠맡은 사람이라고 얼마나 큰 책임감을 가질지.
아무한테나 땡처리하듯 막 보내지 마세요. 아무나 데려가란 푯말 세워놓고 박스에 담아 유기시키는 거랑 크게 다를 것도 없어요.
일단 구조하셨으면 좋은 데 보내주세요. 내가 키우기 힘들어서 딴 데 보낼 거라면 적어도 나보단 정말 잘 키워줄 사람 잘 찾아주세요.

임보는 잠깐 맡아주는 거니까 쉽게 구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시면 오산이예요.
1달 미만 수유가 필요한 아깽이는 집을 비우지도 못하고 계속 옆에 붙어있어야 해서 아무리 예쁘고 귀여워도 선뜻 맡으려는 분들이 없습니다.
그리고 임보자 입장에서도 빨리 입양갈 수 있을 것 같은 예쁘고 어린 애들은 부담이 덜 돼서 많이들 맡으려 하지만, 미묘라고 부르기 힘든 애들이거나
성묘인 애들은 임보도 잘 못가요. 기약도 없이 마냥 돌봐주기엔 임보자들도 부담스러우니까요.

또, 고양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용품 다 갖고계시고 고양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존 고양이 반려자가 임보를 맡아주는 게 제일 좋은데요. 문제는
고양이를 반려하고 계시는 분들일수록 임보를 많이 망설입니다. 한 마리의 생명의 무게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단 무엇보다 자기 반려묘를
우선시해야 하기 때문이죠. 혹시라도 전염성 질병같은 게 옮을까봐 예방접종 안 되고 건강상태 확인 안 되는 고양이는 잘 맡으려 하지도 않고요.
고양이는 영역동물인지라, 성묘냥 키우는 분들은 다른 냥이때문에 반려묘가 스트레스 받을까봐 꺼려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고양이 키워본 적도 없는 사람이 선뜻 임보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드물고, 맡고 싶어 한다 하더라도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 사람이
한창 케어가 필요한 고양이를 얼마나 잘 돌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집에 반려묘가 없다면 기본적인 용품도 없는 상태일거고요.


어찌저찌 좋은 임보처 찾았다고 할 일 다 하신 거 아닙니다. 입양처 찾을 때까지 사료값, 모래값, 병원비 지원할 각오 하셔야 돼요.
임보자는 내가 책임지지도 못할 애 선뜻 맡아서 따뜻한 집 제공해주고 옆에 붙어서 케어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분이십니다. 봉사정신이 엄청 투철
하셔서 아무것도 지원 안 해줘도 괜찮다고 하실 분이 계실 수도 있지만, 임보자가 무슨 호구인가요. 자기가 주워다놓고 그런 식으로 남한테 짐 떠맡길
생각이면 애초에 냥줍을 하질 마세요.



4. 불쌍한 고양이들 도와주고는 싶은데, 구조 후의 뒷처리같은 것까지 감당하기엔 너무 부담스럽다.

1) 후원단체에 후원금을 보내세요. 카라, 냥이네, 한강맨션카페, 동물구조협회, 동물사랑실천협회, 고보협, 각종 보호소 등등.
후원금 없어서 망하는 보호소 많아요. 단 돈 만원이 구조단체 입장에서는 되게 값집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다 중간에 언제든 후원 끊어도 됩니다.

2) 돈만 내는 것보다 뭔가 다른 걸 하고 싶다. 그럼 캣맘이 되세요.
단, 사람한테도 고양이한테도 눈에 띄지 않는 그림자같은 캣맘이 바람직한 캣맘이예요. 사람한테 폐 끼치지 마시고, 고양이랑 굳이 친해지려고 하지
마시고, 고양이가 사람한테 의지하게 하지 마시고, 누가 알아주길 바라지 말고 그냥 몰래, 순수한 봉사를 하세요. 꼬박꼬박 시간맞춰 밥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릴 필요 없습니다. 그럼 고양이가 사람한테 의지하게 돼요. 그냥 아무때나 주고 싶을 때 주고 언제 밥줄을 끊어도 괜찮을 만큼의 활동만
하셔도 됩니다.

3) 몰래 하기보단 직접 고양이랑 부대끼고 싶다. 그럼 임보 봉사를 하세요.
고양이를 키우지는 못하지만 돌보고는 싶으신 분들 많이 계시죠? 20년을 책임질 각오는 없지만 잠깐 한 번 고양이 길러보고는 싶으신 분들.
임보를 한 번 해보세요. 위에서 말씀드렸죠, 구조자가 임보자 구하는 거 하늘의 별따기라고. 특히나 기존에 냥이를 키우는 분들일수록 고려할 사항이
많아서 쉽게 임보결정하기가 힘들다고. 구조가 필요한 냥이만큼이나 임보가 필요한 냥이들도 많아요.
처음부터 감당 못할 구조를 하기보다는,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임보를 좀 해주세요. 입양 갈 때까지 쭉 돌봐주셔도 되고, 그게 부담스러우면 기간을
딱 정해놓고 이 기간동안만큼 돌봐주겠다 하셔도 됩니다. 다만 약속하신 기간동안은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꼭 돌봐주세요. 임보처든 입양처든 자주
옮겨다니면 고양이들은 많이 스트레스 받아요.





솔직히 진짜 암담한 거 뭔지 아세요.
진짜 구조가 필요한 애들은 아프고 다치고 병들어서 죽을락 말락 하는애들인데 얘네는 딱 봐도 입양보내기 힘들것 같으니까 대부분 외면당하고,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 건강하고 예쁜 아이만 구조된다는 거예요. 남한테 쉽게 떠넘길 수 있을 만한 애들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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