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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괴담] 한숨
게시물ID : panic_827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지르군
추천 : 4
조회수 : 108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20 19: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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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아아아...."

회사 책상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난 진한 한숨을 쉬었다.
내 이름 앞으로 전달 된 수많은 일감들.. 대체 저걸 무슨 수로 끝내라는 거야.
어제 있었던 회의 보고서를 대체 왜 지금 작성해야하냐고.
거기다 갑자기 외주 작업에 관련된 예산 현황까지.. 돌아버리겠네.

회사라는 곳은 왜이렇게 융통성이 없는거야? 진짜 이해를 할 수가 없네.
이왕이면 이런 일이 있다, 저런 일이 있다 하면서 미리 언지를 좀 주고 말야.
내가 마음에 준비가 되었을 때 딱! 하고 일을 던저주면 나도 즐겁게 해치울 수 있을 거 아냐.

매일 매일이 무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야.
한 발짝식 내딛을 때 마다 금이 가면 어쩌나.. 하는 더러운 기분.
아침마다 출근해서 내가 생각한 일들은 항상 뒷전으로 미루어지고,
남들 똥만 치워주다 정신을 차리면 퇴근 시간이지.
아니, 그게 퇴근 시간은 맞는건가? 그 시간에 퇴근한 적이 있어야 퇴근 시간이라고 말이라도 해보지.

이것 참, 죽을 맛이네.

"J야, 할만 하냐?"
"아, 네. 괜찮습니다."
"킥킥, 힘들어 죽겠지 그냥. 표정에서 다 나온다?"
"아닙니다."

회사 선배인 K형이 옆에서 장난을 건다. 뭐 좋은 사람이라 딱히 불만은 없지만..
이렇게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상황엔 그냥 좀 꺼져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열심히 해봐, 뭐든 하다보면 실력이 붙는다고. 그렇지?"
"네, 조언 감사합니다."
"그래 임마. 힘내라."

그렇게 잔뜩 형노릇을 하던 K형은 자기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만진다.
사실 본인도 죽을 맛이겠지. 꼴에 나이 많다고 형 행세하느라 참 고생도 많네.
그나저나, 오늘은 몇시에 퇴근할까. 9시? 10시? 11시?.. 감이 안잡힌다. 망할..

아! 맞아!
그나저나 오늘은 어제 벌린 일 때문에 집안이 엉망인데. 하, 진짜 일찍 가야되는데. 이거 큰일이네.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치우고, 최대한 일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가야겠다.
젠장, 이렇게 회사 일에만 치이다 취미 생활도 제대로 못하고 죽는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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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삑삑..삑삑삑삑..
삐이!

"아, 씨.."

삑...삑삑...삑삑삑...삑..

"..."

띠리링

철컥

휴, 드디어 집이다.
결국 12시가 되기 5분전에 회사에서 퇴근해서 1시가 다되어 집에 도착했다.
야근하는 날 바라보며 오늘 안에는 퇴근하라던 K형의 얼굴이 갑자기 머리 속에 떠올랐다.
하, 그 새끼 정말 짜증나네.

"으읍.."

그리고 역시나, 집은 진동하는 악취와 함께 완전 엉망 진창이었다.
하긴, 어제 새로 이사와서 집 정리조차 못하고 난리만 피우다 잤으니 당연한 결과겠지.
왠만하면 어제 끝내버렸어야 했는데, 생각보다 힘이 너무 들어간 탓에 그냥 바로 누워서 자버렸다.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이사는 진짜 아무나 하는게 아냐. 완전 힘들어.

띠리리링 띠리리링

갑자기 전화가 온다.
이 늦은 시간에, 대체 무슨 전화인가 싶다. 짜증나게..
전화기가 어디있나 찾아보니, 한창 어질러진 거실 TV 옆에 있다.
그러고보니 집 전화기도 스마트폰 못지 않게 좋아졌네. 참 세상이 좋아진 것 같다.
발신 번호를 보니 모르는 번호다. 뭐 당연한가.
그대로 전화기를 내려놓고 소파에 털썩 앉았다.

"휘유~"

역시 사람은 소파가 필요하다. 
이 안락함은 그 누구에게도 줄 수 없지. 그나저나, 리모콘이 어디있나..

삐이이익

그때, 갑자기 전화기에서 삐익 소리와 함께 녹음된 음성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오빠, 나야. 대체 왜 자꾸 연락을 피하는거야? 응? 내가 잘못했어. 제발 연락 좀 받아줘. 얘기 좀....."

으, 갑자기 짜증이 확 솟구친다.
어차피 나랑 남남인 사람의 이야기인데 더 듣고 싶지 않았다. 나보고 뭘 어쩌라고?
난 그대로 일어나서 그대로 집 전화기의 전원을 빼버렸다.
제발 나 좀 쉬게 가만히 내버려둬, 응?

그렇게 난 순간의 짜증을 뒤로하고, 내 앞에 펼쳐진 현실을 직시했다.
일단 오늘은 확실히 여기를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사는데 편하겠지.
모처럼 큰 마음 먹고 안하던 짓까지 하면서 회사 근처로 왔는데, 할 건 빨리 하고 쉬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 악취, 으으.. 겨울이기에 망정이지 여름이었으면 바로 다른 곳으로 이사할 뻔 했네.

"자.. 청소를 한번 해볼까?"

음, 뭐부터 치우지.
그나저나 어제 내가 너무 힘을 쓴 것 같다.
지나치게 조각났잖아, 이거 어쩌냐..

우선, 저기 잘려나간 머리부터 치워볼까?

"하아아아아.."


절로 한숨이 나온다.
출처 http://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46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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