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정치인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그를 싫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싫어한 기간이 길면 길수록 그를 싫어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왜냐면 예전에 그를 싫어했던 구체적인 이유들에 시간이 갈수록 다른 이유들이 추가되고, 그러다보면 이유가 너무 많아져서 각각의 이유들을 모두를 기억하는 건 불가능하게 되어 결국 그에 대한 판단과 싫어하는 감정만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같은 경우 조중동을 비롯한 메이저 언론사 기자들, 그리고 새누리당의 잔당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 불신의 원인은 그들이 거짓말로 사람을 속이려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 예를 들어 기자들이 거짓보도를 한다거나, 혹은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한 사례같은 것들은 지금에 와서는 기억이 희미합니다. 결국 구체적 근거 없이 그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판단을 하며 그들에 대한 불신을 유지하는 셈입니다. 물론 저는 이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억하지 못할 뿐, 찾아보면 얼마든지 그런 사례가 많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소 인터넷에 기레기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기사와 기자를 비난하는 글을 종종 남기곤 합니다.
그런데 이재명에 대한 비난글들을 보면 너무 감정적이고 과격하며 공격적입니다. 그냥 마음에 안들고 방해가 되는 정치인을 싫어하는 감정을 넘어서서, 마치 불구대천의 원수를 대하는 듯한 감정같습니다. 한두개가 그런 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글들이 그렇습니다.
그 글을 쓰는 사람들의 생각에 이재명은 단지 막말하며 정치적으로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을 방해할 것으로 생각되는 불륜남 정치인입니다. 나아가 차기 대선에도 나가서 민주당을 지게 할 원흉이 될 가능성이 높은 정치인입니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까지 그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만들고 과격하고 공격적인 마음을 가지게 할만한 상황인가... 물론 민주당 지지자로서 긴장을 늦추면 안되지만 어쨌든 지금 문재인 정권 하에 처음으로 전국적으로 치뤄지는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한지라 심정적으로 막다른 곳에 몰리거나 한 것도 아닐 겁니다.
게다가 결국 이재명은 그 분들의 삶에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는 모르는 사람일 뿐입니다. 모르는 정치인에게 그렇게까지 미움과 분노라는 감정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게 이상합니다.
대체 왜 그렇게까지 감정적이고 과격하게 이재명과 이재명을 옹호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자들을 욕하면서 공격성을 표출하며 자신의 감정에너지를 소모하는가.
저는 예전에 문희준에 대한 마녀사냥식 비난여론이 온 인터넷을 들썩일 때도 불합리한 현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이재명에 대해 그 사람들이 저렇게 감정적이고 과격한 공격성을 표출하는 것 또한 그렇습니다. 비난하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지나치게 공격적이며 감정적이고 과격하고 분노와 미움에 젖은듯하여, 그게 이상하고 불합리하다는 겁니다. 이재명도 결국 모르는 정치인일 뿐이므로 이토록 심하게 미워하는 감정이 생길만한 게 아닐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