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연천 5사단 27연대 GOP에서 1년동안 복무하고 전역했습니다.
북한군하고 조우시 어떤 절차에 따라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 전역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있을만큼
거의 외우다시피 하면서 살았습니다. 전우들도 마찬가지고요. 간부들은 말할 것도 없죠.
하지만 제 경험은 어디까지나 국지적인 교전 단위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경험일 뿐
저나 제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혹은 심지어 연대장 사단장이라 할지라도 그 분들이 전쟁의 방아쇠를 당길 만한 판단의 권위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상황실에서 근무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판단은 맨 꼭대기, 실제로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내리는 겁니다.
고속상황전파체계라는 시스템이 최전선에서 육본으로 직통연결되어있는 이유가 그래서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은 다분히 군사 교전 수칙에 얽매이는 게 아니라 실제 한국 국민들의 인명, 재산 피해와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정세를 고려한 후에 결정하는거고요
스타크래프트처럼 어 씨 저쪽 탱크가 쐈어! 반격! 하고 자동반격을 구사하는 그런 시스템이 아닙니다.
병사로서, 혹은 부사관으로서의 경험이 물론 가치있고 일반인들의 상식보다 더 실전에 가깝다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태에 단순히 메뉴얼에 기반해 대응했다면 아마 한반도에 전쟁이 최소 30번은 넘게 터졌을겁니다.